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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기업 세금]① 삼성이 추세를 바꾼다

  • 2014.03.25(화) 10:16

지난해 법인세수의 10% 차지…전년比 '감소'를 '증가'로
현대모비스·대우인터 세수 孝子…효성·OCI는 세무조사 추징

대기업들은 세금을 얼마나 낼까. 국세청에 물어보면 늘 한결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특정 기업의 납세 정보는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국세기본법(81조의13)에 '세무공무원들이 개인이나 기업의 과세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된다'는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공시된 재무제표의 손익계산서에도 '법인세 비용'이라는 항목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회계상의 추정치일 뿐이다. 실제로 납부한 법인세는 기업에 들어오고 나간 돈을 기록한 '현금흐름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100대 기업이 세무서에 법인세를 얼마나 냈는지 알아보고, 개별 기업의 이익과 손실, 세금 감면, 세무조사 등에 얽힌 스토리를 짚어봤다. [편집자]

 

☞기사분석틀

매출 100대 기업은 상장기업 분석회사인 에프엔가이드의 데이터를 토대로 선정했다. 기업별 세금 규모는 별도(개별) 기준 최근 공시된 감사보고서의 현금흐름표에서 법인세 납부액을 집계한 것이다.

 

법인세 내역은 2012년과 2013년의 추이를 분석했고, 금융·보험사는 제외했다. 세무조사로 인한 법인세 추징액은 데이터에 포함되며, 기업이 소비자 대신 납부하는 부가가치세 과세나 환급 내역은 빠진다.

 

 

100대 기업이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법인세 수입이 감소했지만 100대 기업이 낸 법인세는 전년보다 더 늘어났다.

 

지난해 국세청이 걷은 법인세 수입은 43조9000억원으로 2012년보다 2조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100대 기업이 납부한 법인세는 11조7000억원에서 12조7000억원으로 1조원 증가했다.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100대 기업 비중도 2012년 25%에서 지난해 29%로 높아졌다. 법인세 신고대상 기업은 2012년 48만4000개, 2013년에는 53만2000개였다. 숫자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기업 가운데 0.02%에 불과한 100대 기업이 법인세수의 1/3에 가까운 세금을 낸 것이다.

 

기업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특정 대기업의 쏠림현상이 있는 것처럼 세금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삼성전자가 법인세의 10%

 

지난해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낸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연말기준 시가총액 202조원으로 유가증권 시장의 15%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법인세도 4조2000억원을 납부, 전체 법인세 수입의 10% 정도를 담당했다.

 

2012년에 비해서는 2배가 넘는 2조3000억원의 법인세를 더 냈다. 이달 초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국세 2조5000억원탑'을 수상했는데, 이는 법인세 외에 부가가치세 환급 등 다른 국세와 합한 수치다.

 

만약 삼성전자가 없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30조원대로 떨어진다. 100대 기업의 법인세 수입은 8조5000억원으로 1/3이 증발하고, 이들의 전년대비 세수도 '증가'가 아닌 '감소'로 추세선의 방향이 바뀐다.

 

◇ 세무조사가 아픈 효성·OCI

 

삼성전자에 이어 세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효성이다. 지난해 4851억원의 법인세를 더 냈다. 국세청이 반년 동안 심층 세무조사를 벌인 끝에 3652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영향이 컸다. 결국 효성은 연간 2362억원의 손실을 냈다. 과세당국의 세금폭탄을 맞으면서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떨어졌다.

 

OCI도 전년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2200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지난해 8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3000억원의 세금을 추징 당했지만, 징수 유예를 신청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200억원의 법인세를 내며 2012년보다 8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6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아 올해 내야 할 세금이 더 많아졌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현대모비스는 전년보다 법인세가 각각 2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가 보다는 벌어들인 만큼 성실하게 세금을 낸 결과다. 국세청은 이들 기업들에게는 '고액 납세의 탑'을 수여했다.

 

◇ 세금 못 낸 대기업도 수두룩

 

전세계적 경기 불황과 업황 침체의 영향으로 손실을 낸 기업들은 세금을 아예 못 내거나, 오히려 법인세를 환급받는 금액이 더 많았다.

 

두산인프라코어와 SK하이닉스, 현대상선, 현대산업개발, 한진중공업, 동국제강,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화 등은 지난해 현금흐름표상 법인세가 '마이너스'였다.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SK텔레콤과 KT등 자동차와 통신 분야의 초우량기업들은 2012년보다  법인세를 2000억원 넘게 덜 냈다. 오랜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GS건설도 법인세가 1000억원 넘게 깎였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금흐름표의 법인세 납부액은 실제 세무서에 납부한 현금을 뜻한다"며 "전년 과세연도의 실적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발생한 세액 감면이나 갑작스런 세금 추징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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