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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기업 세금]③ 줄어든 법인세..달갑잖은 이유

  • 2014.03.26(수) 17:10

매출 30대 기업, 법인세 납부 실적
KT·SKT 법인세 전년比 2천억 감소…실적 악화 영향
현대모비스·대우인터는 이익 내고 '고액 납세'

기업의 법인세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해당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다. 법인세는 전 사업연도의 총수입에 비용을 제외한 후, 최대 22%의 세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직장인에게 연봉을 기준으로 소득세를 매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년에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은 내야할 법인세 부담도 커지지만, 연구개발이나 시설에 투자한 금액이 있으면 세액공제를 통해 세금을 깎을 수도 있다. 손실이 지속되는 기업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매출 기준 11위부터 30위 사이의 기업들은 이익 규모에 따라 법인세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실적이 부진했던 이동통신사들이나 업황이 부진한 화학, 조선업종 기업들은 국세청에 낸 세금도 줄었다. 반면 현대모비스와 대우인터내셔널, 롯데쇼핑은 이익이 늘어나면서 법인세도 더 냈다.

 

 

◇ 세금 2000억 줄어든 이동통신사

 

KT와 SK텔레콤은 지난해 각각 1000억원 내외의 법인세를 세무서에 납부했다. 2012년 3000억원대였던 세금이 2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이들 이동통신사는 신용등급 AAA로 정부 수준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실적이 악화되면서 법인세도 현저히 감소했다.

 

KT는 2011년까지 1조289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012년 7193억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3923억원의 적자를 냈다. SK텔레콤도 같은 기간 1조6943억원에서 1조2427억원, 지난해 9101억원으로 2년 사이 절반 가까운 이익이 증발했다.

 

두 회사는 LTE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진 2012년을 기점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정부의 지속적인 요금인하 압력과 영업정지 규제도 이익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분석됐다.

 

◇ '부진'…LG화학·롯데케미칼·대우조선해양

 

한동안 업황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화학과 조선업종의 대기업들도 지난해 법인세가 대폭 줄어들었다. LG화학은 지난해 279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하며 전년보다 1000억원 넘게 떨어졌다. 2011년 2조원이었던 순이익이 1년 만에 1조4000억원대로 감소한 탓이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 7000억원대였던 순이익이 이듬해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법인세도 1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유가 하락과 주력 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698억원의 법인세를 내면서 전년보다 1749억원 줄었다. 조선업황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2012년 순이익이 전년의 1/5 수준인 1370억원에 머물렀다. 업황이 좋았던 2008년까지 '무차입 경영'이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이 5조원으로 불어나는 등 재무건전성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 '호조'…현대모비스·대우인터·롯데쇼핑

 

2012년 실적이 좋았던 기업들은 지난해 법인세도 늘어났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705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하며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금을 냈다. 2011년과 2012년 사이 5000억원의 순이익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2년 29억원에 불과했던 법인세가 지난해 2625억원으로 급증했다. 2012년 순이익이 3000억원을 넘으면서 전년보다 두 배가 뛰었다. 현대모비스와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달 초 국세청으로부터 '고액 납세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고액 납세의 탑'을 받았던 롯데쇼핑은 3211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해 전년보다 838억원 증가했다. 2012년 세전이익이 2000억원 가량 늘었고, 법인세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 '좌절'…SK하이닉스·대한항공

 

SK하이닉스와 대한항공은 지난해 낸 법인세보다 환급이 더 많은 '마이너스' 현금 흐름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1291억원의 흑자를 냈다가 이듬해 490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법인세를 33억원 돌려 받았다.

 

대한항공도 손실이 쌓이면서 세무서에 납부할 법인세가 없었다. 효성은 법인세 납부 명목으로 4858억원이 흘러나갔지만,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에 따른 세금 추징이 대부분이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기업이 실제 납부한 법인세가 출렁이는 것은 전년 실적과 중간예납액, 세무조사 추징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법인세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에게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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