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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공포의 연말정산, 간이세액표로 해결될까

  • 2015.01.19(월) 17:21

덜 떼고 덜 받는 연말정산..2012년 이후 그대로
직장인 불만은 소득세 부담..대안은 '감세' 뿐

올해부터 확 달라진 연말정산을 놓고 직장인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옵니다. 기존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꿨을 뿐인데, 왜 이렇게 세부담이 늘어난 걸까요.

 

기획재정부는 직장인의 불만이 커진 원인을 간이세액표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매월 원천징수하는 세금을 줄인 대신 환급액도 적어졌다는 설명이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9일 국세청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지난해 많이 걷어 많이 돌려주는 시스템이었는데, 덜 걷고 덜 돌려주는 방식으로 개편했다"며 간이세액표 개정을 시사했습니다.

 

그렇다면 간이세액표만 고쳐도 직장인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근로자의 세부담을 결정하는 세율 인하나 공제 확대와 같은 근본적 감세 조치가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바꾸더라도 불만만 더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 "근로자가 바보입니까"

 

매월 월급에서 10만원씩 소득세를 떼고, 연말정산에서 20만원을 환급받는 직장인이 있습니다. 이 직장인이 연간 국세청에 납부한 소득세는 120만원이지만, 실제로 연말정산에서 결정된 세액이 100만원이기 때문에 20만원을 돌려받는 건데요.

 

이때 정부가 '적게 떼고 적게 돌려주는' 간이세액표 개정을 실시합니다. 매월 10만원씩 세금을 떼던 직장인이 9만원씩 원천징수한다면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세액은 8만원이 됩니다. 연말정산으로 20만원을 환급받던 직장인이 8만원만 돌려받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월급 명세서에서 1만원씩 덜 찍힌 소득세는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연말정산 환급액이 12만원이나 줄었다는 사실만 인상에 남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최 부총리와 기재부가 우려하는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심리입니다.

 

반대로 연말정산 환급액을 늘리기 위해 매월 1만원씩 세금을 더 떼고, 연말에 12만원을 더 얹어서 32만원을 환급해주면 직장인들은 환호할까요. 요즘 직장인들이 그런 '조삼모사'에 분노했다가 박수칠 정도로 어리석은 원숭이는 아닌데 말입니다.

 

◇ "간이세액표 탓이 아닌데"

 

연말정산은 개인별로 지출한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직장인의 세부담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몇 가지 방식으로 세부담의 추정은 가능합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소득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3000만원입니다. 현행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4인 가구의 가장일 경우 연봉 3000만원(월급 250만원) 직장인이 낼 세액은 1만3150원입니다.

 

간이세액표가 개정되기 직전인 2012년에도 연봉 3000만원 직장인이 매월 뗀 원천징수 세액은 1만3150원이었고, 2010년 이후에는 1만5630원, 2008년 이후에는 2만6670원이었습니다. 5년 사이 원천징수 세액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 셈이죠.

 

실제로 연봉 3000만원인 4인 가구 직장인의 원천징수 세액이 줄어든 시기는 2012년부터였습니다. 최근 연말정산 세부담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은 간이세액표 탓이 아니라, 세액공제 전환으로 인한 '증세'가 직접적 영향을 준 겁니다.

 

 

◇ 늘어난 건 '소득세' 뿐

 

국세통계를 분석해보면 직장인들의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신, 환급액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근로자 1인당 연간 소득세는 2009년 90만원에서 2013년 136만원으로 급격히 늘었지만, 같은 기간 1인당 환급액은 26만원에서 17만원으로 줄었습니다. 관련기사☞ 소득세 더 내는데 환급은 '쥐꼬리'

 

2009년 소득세율 인하 등 사상 최대의 감세 정책이 시행된 이후, 정부가 직장인에 대한 세금 혜택을 점점 줄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매년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점점 축소됐고, 2013년엔 특별공제 종합한도(2500만원)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인 증세 정책이었죠. 이번 연말정산부터 보험료나 교육비 등 각종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근로자의 세부담이 '정점'에 달한 겁니다.

 

내년 이후에도 연말정산에 임하는 직장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2018년까지 5조원에 달하는 직장인 세금을 더 걷게 되는데요. 이제 겨우 1조원을 걷었을 뿐입니다. 가뜩이나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비롯한 각종 세금감면을 줄이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직장인의 세부담을 줄이는 정책은 올해도 나오기 힘들겠죠.

 

최근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는 연말정산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간이세액표 조정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근본적인 세부담 완화 정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직장인들의 불만은 잠재우기 힘들 겁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정부가 제시할 연말정산 보완책이 과연 직장인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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