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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연말정산 대책의 과대포장

  • 2015.04.08(수) 15:03

대상자 적은 세액공제는 대단한 혜택으로
정책 허점 근로자에 책임전가까지

말많고 탈많던 연말정산 후속대책을 정부가 내놨습니다. 대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줬다 뺐은 걸 다시 주겠다'는 것인데요. 원상복구 수준은 될 거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완벽한 복구는 어려워 보입니다. 
 
2013년 세법개정을 통해 205만여명 근로소득자의 세금부담이 늘었지만 정부 계획대로 보완책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3만여명이 대책에서 소외될 것으로 보입니다.
 
근로자들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이번 대책을 내 놓는 정부의 태도입니다. 7일 대책을 발표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세금부담 증가분이 해소됨에 따라 1인당 평균 8만원씩의 세금경감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줬다 뺏은 것을 다 돌려주지도 못하면서 '혜택'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것이죠.
 
정부의 '과대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출산·입양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등 출산대책을 보완하고 1인가구 세부담증가에 따른 비판을 수용해 근로소득세액공제율도 상향했는데요. 문제는 현실적으로 대상이 되는 근로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겁니다.


◇ 셋 낳고 해마다 낳아야 세금 돌려준다
 
우선 지난해 없애버린 다자녀 추가공제 보완책부터 살펴볼까요. 정부는 3자녀부터 1명당 10만원씩의 세액공제를 추가해 주기로 하고 6세 이하의 자녀에 대해서는 2자녀부터 15만원의 세액공제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출산과 입양의 경우 자녀당 200만원의 소득공제를 없앤 대신 자녀당 30만원의 세액공제를 추가했습니다.
 
이를 통해 56만여명의 근로자가 1000억원 수준의 세금을 덜 내는 효과가 있을거라는 것이 정부 주장인데요. 잘 뜯어보면 자녀수에 함정이 있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대부분 셋째 아이를 낳아야만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인데 요즘같은 저출산시대에 셋째까지 낳아 기르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출생통계를 보면 2014년에 태어난 셋째 이상의 자녀수는 4만3800명으로 1년전(4만5200명)보다 3.1%가 줄었습니다. 이번 대책이 소급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최대 4만3800명의 근로자만 세액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셈이죠. 4만3800명은 전체 연말정산 대상자 1649만명 중 고작 0.2% 비중에 불과합니다. 둘째로 태어난 아이 역시 지난해 16만5400명으로 많지 않고 그 수도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6세이하 자녀를 2명 이상 두고 있는 경우 둘째부터 1명 당 15만원의 세액공제를 추가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집니다. 6세 이하 자녀가 둘이면 15만원, 셋이면 30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건데요. 앞선 통계처럼 둘 이상의 아이를 낳는 경우도 적지만 둘 이상 자녀의 연령대를  6세 이하로 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둘이라면 그나마 5년 터울도 가능하지만 셋일 경우 자녀들이 평균 2년 터울로 태어나야 합니다. 출산 후 1년 이내에 다시 아이를 가져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연년생 형제들도 적지 않지만 셋 이상을 생각해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특히 일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하다 세월을 다 보내야 합니다. 경력단절은 불보듯 뻔하구요. 둘 이상을 양육하려면 재취업 역시 불가능하다고 봐야합니다.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이겠다는 정부정책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죠.
 
정부는 이번 대책이 당장의 혜택보다는 출산장려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하는데요. 보육·양육환경이 여전히 열악하고, 무상급식도 없어지는 마당에 고작 세금 몇만원 더 환급받으려고 아이를 하나 더 낳겠다는 근로자가 있을까요.

◇ '그림의 떡'이 될 세액공제들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급여 5500만원 이하자에 한해 연금저축 세액공제를 12%에서 15%로 늘리는 대책 또한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알면서도 생색내기용으로 포장한 거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연금저축은 사실 중산층이 노후를 대비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저소득층 가입자수가 많지 않습니다.


국세청이 2013년 연말정산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연금저축으로 소득공제를 받은 과세대상 근로자는 229만2880명인데요. 이 중 급여 5000만원 이하자의 수는 32.4%인 74만4680명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소득공제 금액으로 따져보면 급여 5000만원 이하자의 비중은 25.5%로 더 떨어집니다.
 
역으로 소득이 너무 적거나 소득공제 등을 많이 받아서 낸 세금이 하나도 없는 과세미달자 중에서는 연금저축 소득공제를 받은 근로자가 급여 5000만원 이하자에 집중돼 있습니다. 과세미달자 중 연금저축으로 공제를 받은 근로자는 5000만원 이하자의 비중이 98.3%에 이릅니다. 5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은 연금저축을 가입하더라도 애초에 공제받을 세금이 없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겁니다.
 
정부는 1인가구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소득세액공제를 높이는 것도 대책에 포함시켰는데요. 이 역시 과세미달자가 집중돼 있는 급여 4300만원 이하자에 해당되는 얘기여서 실효를 걷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골라 받는 조삼모사?
 
연말정산 때마다 환급과 징수사이에서 여론의 줄타기를 해야하는 정부는 간이세액표 산정방식을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꼼수도 부렸는데요.
 
연말정산이라는 것이 매달 간이세액표로 대충 떼간 세금이 적은지 많은지를 연말에 근로자의 소득공제 환경에 맞춰서 정산하는 것인데요. 매달 많이 떼가고 연말에 많이 돌려받을지, 매달 덜 떼가고 연말에 덜 돌려받을지를 근로자가 알아서 결정하라는 겁니다. 매달 적당히 징수할 수 밖에 없는 법의 허점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시키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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