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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장품 진열대로 세금 깎은 아모레퍼시픽

  • 2015.02.09(월) 13:30

수익의 핵심 비품 인정..6억원대 세금 돌려받아
의류 이어 화장품 매장도 환급..업계 세무검토 착수

화장품 매장의 진열대나 상담 테이블도 엄연한 사업용 자산으로 세금을 감면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세청에 투자세액공제를 신청한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매장 비품을 통해 기존에 낸 법인세의 일부를 돌려받게 됐다.

 

9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국세청을 상대로 화장품 매장 비품을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심판청구에서 '경정' 처분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이 돌려받을 법인세는 6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으로 전국에 직영 판매장을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들은 매장 진열대와 테이블, 스킨터치 등에 투자한 비용의 일부를 법인세에서 감면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 "의류는 되는데, 화장품은 안 되나요?"

 

그동안 국세청은 임시투자 세액공제(現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사업용 자산에 화장품 매장의 비품을 인정하지 않았다. 임시투자 세액공제는 기업이 수익을 얻기 위한 필수 자산에 투자금액의 10% 이내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제도인데, 화장품 매장의 비품은 수익 창출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매장의 비품들이 화장품 판매에 꼭 필요한 자산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기획재정부에 확인한 결과 컴퓨터 학원의 컴퓨터, 호텔업의 주방설비, 영화관의 관람석 의자 등이 사업용 자산으로 인정되고 있었다. 화장품 매장의 진열대 역시 사업용 자산으로 투자세액공제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한 의류 업체가 매장의 가구와 마네킹, 탈의실 등을 사업용 자산으로 인정해달라고 심판 청구를 냈다가 법인세 일부를 환급받기도 했다. 전국 매장에 100억원대를 투자해 13억원의 세액공제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상당액의 세금을 돌려받은 것이다.

 

아모레퍼시픽도 2009년과 2010년 당시 전국의 300여개 직영 매장에 투자한 비품이 '직접 수익을 얻는 자산'이라며 세금을 돌려달라고 국세청에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국세청은 "소비자는 진열장이나 컴퓨터를 보고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품질이나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등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의 경정 청구를 거부했다.

 

▲ 아모레퍼시픽의 서울 명동 '아리따움' 매장(출처: 아모레퍼시픽)

 

◇ "화장품 회사는 세금 받아가세요"

 

아모레퍼시픽의 대리인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등 직영 매장에 설치한 진열대가 고객의 구매욕구를 촉진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하는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카운셀링 테이블과 스킨터치도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기 위해 피부상태를 진단해주는 비품이기 때문에 투자세액공제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개발했다.

 

국세청과 아모레퍼시픽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조세심판원이 중재안을 냈다. 화장품 매장 진열대와 카운셀링테이블, 스킨터치는 화장품 판매 수익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계산대나 캐노피, 기타 부품은 핵심 자산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결국 조세심판원은 지난 달 말 아모레퍼시픽이 요청한 법인세 감면액 9억원 가운데 6억여원을 국세청이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심판원 관계자는 "매장 비품을 임시투자 세액공제로 인정한 것은 의류 업체의 선결정례가 있었지만, 화장품 업체는 처음"이라며 "사업에 필수적인 비품에만 제한적으로 공제를 허용하면서도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다른 화장품 업체들이 매장 비품을 세액감면 받을지 여부도 관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의 직접 판매와 연관된 비용은 투자비용으로 인정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며 "경정청구 기한을 포함해 실제로 기존에 투자한 매장 비품에도 공제가 가능한지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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