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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거액기부 왜?..경남기업 회계장부 분석②

  • 2015.04.17(금) 12:31

2003년 대아건설이 사들인 후 선관위에 2억 기부
합병 완료 이후 경남기업의 기부금 급증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생전에 나눔에도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돈뭉치를 전달했다는 폭로를 남기면서 정치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과거 사재를 들여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기부활동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그가 1990년에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은 해마다 1000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2010년까지 1만8048명에게 108억3935만6000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자연스레 그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 역시 기부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늘어나는 기부금..'중앙선관위' 기부금은 뭘까

그런데 경남기업의 과거 기부금 내역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발견된다. 경남기업은 2001년에 501만원, 2002년에 1130만원을 기부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2003년 갑자기 2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금 명목으로 지출한다. 당시 2억1673만원의 기부금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2억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됐다. 같은 기간 경남기업이 '대구지하철참사성금'으로 300만원을 기부한 것을 감안하면 2억원은 상당히 큰 금액이다.

중앙선관위는 정치후원금을 대신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중앙선관위를 통해 정당에 기부하는 정치후원금은 '기탁금', 특정 정치인이나 후원단체에 직접 기부하는 정치후원금은 '후원금'이라고 한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법인이 기탁금이나 후원금을 낼수는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으로 제한돼 있다. 

그런데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기 이전인 2003년에는 중앙선관위를 통한 정치후원금 기탁이 가능했다. 경남기업의 기탁금이 어느 정당으로 얼마나 기부됐는지는 알수 없지만 선관위를 통해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성 전 회장이 대주주인 대아건설은 경남기업을 2004년에 흡수합병했지만, 합병절차 완료 이전인 2003년에 이미 경남기업의 지분 56.89%를 인수해 실질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경남기업의 기부금은 합병이 완료된 2004년 이후에는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4년 7억9278만원, 2005년 13억7098만원, 2006년 18억8859만원으로 늘어난 기부금은 2007년에는 24억7494만원, 2008년에는 53억6087만원으로 급증했다. 고작 500만원을 기부하던 기업이 50억원이 넘는 기부를 하는 '기부천사'로 바뀐셈이다.

경남기업의 기부금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2009년 3억4243만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2010년에 다시 19억1385만원으로, 2011년에 25억2239만원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2004년 법개정으로 법인의 정치후원금 기부가 제한된 이후에도 기부금이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어디에 얼마나 사용됐는지는 재무제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검찰은 지난달 18일과 지난 15일 두차례에 걸쳐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재무제표상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을 압수수색한 장부에서 확인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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