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신청 업체들이 칼자루를 쥔 심사위원들앞에서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짧지만 특별한' 시간이 주어졌다. 업체별로 5분씩의 프리젠테이션(PT) 기회가 부여된 것인데, 면세점 신규 유치 경쟁에 뛰어든 재벌과 유통대기업, 중견기업에게는 자사의 명운을 좌우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특허 심사와 인가를 주관하고 있는 관세청은 4일 서울본부세관 10층 대강당에서 서울 3개, 제주 1개의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신청한 24개 업체 대표단을 불러 앞으로 진행될 현장실사와 특허심사위원회 일정을 설명했다. 특허심사위원회는 7월 중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일정이 확정되면 1주일 전에 업체들에게 통보된다. 보안을 위해 위원회 회의 장소는 업체들에도 전날 공지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 회의에서 업체들은 5분간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업체별 프리젠테이션이 끝나면 심사위원들의 질문시간이 20분간 이어진다. 심사위원들은 업체들이 제출한 서류를 보고 궁금했던 것들과 프리젠테이션에서 새롭게 떠오른 궁금증 등을 질문으로 쏟아내게 된다. 이때 업체들의 대응이 얼마나 유연한지도 심사평가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서류 제출은 끝났지만 5분간의 PT를 통해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해 긍정적 평가가 나오도록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재계와 신청 당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인 만큼 PT 순서도 추첨을 통해 정했다. PT를 먼저 하는 게 유리할 지, 나중에 하는 게 나을 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당국으로서는 불필요한 잡음의 소지를 없애고 최대한 공정성을 기하겠다는 취지다.
7개 대기업(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내민 서울시내 일반경쟁 2개 면세점 특허에서는 신세계(신세계DF)가 1번 순서를 배정받았다. 이어서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DF, 한화그룹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그룹의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의 이랜드면세점, 롯데그룹의 호텔롯데 순으로 PT가 진행된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이 가장 마지막 순서인 7번을 뽑았다.
14개 기업이 몰린 서울시내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 신규특허에서는 중원산업이 1번을 뽑았고, 한류스타 배용준이 대주주인 키이스트가 설립한 서울면세점이 14번째로 PT를 하게 됐다.
위원회는 지역별로 제주에서 하루, 서울에서 하루씩 진행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원업체가 많아서 일정상 강행군이 예고되고 있다. 당일 오전에 중소중견기업부터 1~5번은 오전, 6~14번은 오후에 각각 PT와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저녁식사 후에 대기업 7곳의 PT와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위원회는 대기업 질의응답 후 내부회의를 거쳐 당일 밤중에라도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PT에는 해당업체 관계자 3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로펌이나 업체가 자문을 맡기고 있는 외부인력은 회의장에 들어올 수 없다. PT를 회사직원 누가 하는지는 상관이 없다.
관세청은 과열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업체들에게 상호 비방과 특허심사위원회를 향한 로비 등 부정행위를 철저히 엄금할 것을 당부했다.
김종호 관세청 수출입물류과장은 “워낙 많은 없체가 참여하고, 민감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관세청도 상당한 후폭풍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철저히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들에게 컨설팅을 받는 것은 자유지만 심사위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거나 부정한 행위로 특허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관세법에 따라 특허권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사정당국의 처벌을 받게 된다"며 "심사위원 명단조차 알려고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 4일 서울본부세관 10층 대강당에서 신규면세점 특허신청업체를 대상으로 한 관세청 설명회가 열렸다. 업체 참석자들이 참석명부에 사인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