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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운찬 회장 "내년 세무사 제도 전반 재검토"

  • 2015.12.16(수) 12:31

혼재된 규정 대폭 정비..세무사 법정 진술권도 추진
외부세무조정 이슈 해결..세무사회 단합 '전화위복' 계기

"외부조정 입법 문제로 세제실장 때보다 더 많이 뛰어다녔습니다. 이번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세무사 회원들도 하나로 뭉치게 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세무사회관에서 만난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은 '바빠 죽겠지만 보람이 있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광주 지방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계속 내부회의를 하다 인터뷰 시간을 어렵사리 맞췄다. 지난 7월 세무사회장 취임 이후 5개월간 쉴 틈 없이 달려왔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시절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세무사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였던 외부세무조정 관련 법안이 지난 2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업무 수행에 자신감을 얻고, 마음도 다소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 단계일 뿐, 앞으로 세무사들을 위해 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며 업무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내년에는 세무사 제도 전반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겠다는 게 백 회장의 생각이다. 세무사들이 국세청과 납세자 사이에서 '반듯하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개혁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동안 백운찬 세무사회장이 달려온 길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이 14일 세무사회관 집무실에서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왜 세무사회장을 택했나

 

▲ 차관급 관세청장을 지낸 공직자가 민간 선출직인 세무사회장을 맡은 건 이례적인데요. 세무사 회장직에 나서게 된 이유와 각오가 궁금합니다.  

 

제가 공직 생활을 한 기간이 정확하게 33년 3개월입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늘 바쁘고, 전세 살면서 아이들 키우다 집도 사고, 그러다보니 통장은 항상 마이너스였어요. 냉장고 하나라도 사려면 돈을 모아서 사야했어요. 경제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죠. 퇴직 후에 개인 세무사 사무실을 냈는데, 어느 날 장관 출신의 한 선배가 '당신, 이 일도 좋지만 세제실에 있으면서 세무사회에 대해서도 잘 알고, 담당 국·과장도 했으니까 세무사 회장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소?'라고 했어요.

 

공직에서의 경험을 살리고, 민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집에서도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막상 선거에 나서보니 우여곡절과 고비도 많았고,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주위에서도 지지와 성원을 보내줘 한마음으로 뭉쳐 회장직 당선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회장에 취임하고 보니 1만2000명 세무사들의 직접선거로 뽑힌 대표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 회장직을 맡고 나서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전국에 세무사 회원이 1만2000여명인데, 회원수로보면 변호사와 회계사, 그 다음이 세무사에요. 다른 전문 자격사들은 대형법인 위주로 많이 뭉치고 있는 반면, 세무사들은 개인 사무소 형식으로 더 많이 운영됩니다. 그러다보니 로펌(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보다 의견을 조율하고 하나로 모으기가 훨씬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무사회는 의사소통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고, 계파 같은 게 많이 얽혀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어디에도 신세를 진 게 없기 때문에 중립적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고, 정도(正道)를 지킬 수 있습니다. 당국과 국민 사이에서 당당하고 반듯한 세무사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제가 소임을 하고자 합니다. 취임 이후 소통 부분에서 많이 좋아진 것을 느끼는데, 업계 현안이나 주요 사안에 대해 누구나 의사를 개진하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도 누구나 스스럼없이 제 방에 들어와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외부세무조정, 큰 벽을 넘다

 

▲ 취임 후 5개월간 가장 큰 일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외부세무조정 문제겠죠.

 

세무사회장에 7월1일 취임했는데 대법원 판결이 8월20일에 났어요. 취임식하고 여기 저기 다니던 중에 중요한 판례가 나온 건데요. 세무사들 입장에선 외부세무조정 업무가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어요.

 

만약 외부세무조정 제도가 없어지거나, 다른 자격사들한테 개방되면 세무사들의 입지는 상당히 어려워지게 됩니다. 세무사들을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이걸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세무사들이 회장에게 거는 기대도 컸죠. 선거에선 편 가르고 싸우기도 했지만, 외부세무조정이란 큰 이슈가 닥치니 계파에 상관없이 성원하고 격려하는 전화가 많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외부조정 문제가 분열돼 있던 세무사회를 하나로 만들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 전문 분야라 생소한 용어일수도 있는데, 세무업계 입장에서 외부세무조정 문제가 왜 중요한 겁니까.

 

국세청에선 사업자들이 세금 신고와 납부를 옳게 했는지 엉터리로 했는지 확인하는 게 필요한데, 그 방식 중 하나가 세무조사입니다. 그런데 인력의 한계가 있어서 법인은 1%, 개인은 0.1% 밖에 세무조사를 못해요.

 

그래도 세무행정이 가능한 이유는 외부세무조정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신고를 정확하게 하도록 세무사가 조정을 붙여서 확인해줍니다. 잘못하면 세무사에게 페널티도 물게 되니까 최대한 정확하게 조정하고, 국세청도 어느 정도 믿고 세무조사 대상을 선별할 때도 참고합니다.

 

국세청 입장에서도 전체 사업자를 다 볼 수 없으니까, 외부조정 제도가 필요한 거죠. 지금 외부조정 의무 사업자가 30% 정도고 나머지 70%는 선택 사항인데, 65% 정도가 다 외부조정을 해요. 이렇게 총 95%가 외부조정을 하는 이유는 사업자 입장에서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 일각에서는 세무사들 '밥그릇 지키기'라는 지적이 있었고, 반대 목소리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세무사회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하셨는지요. 

 

아시다시피 세무사들이 외부세무조정하는 문제는 변호사나 경영지도사, 납세자연맹 등에서 반대가 심해요. 이같은 상황에서 합당한 논리를 만들고, 관련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하려면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어요. 내부적으로는 전문가 분들을 모셔 회의와 연구를 계속했고, 전국 어디든 영향력 있는 분들을 만나 저희의 논리를 설득했습니다. 지방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오가려면 밤잠도 못 자고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지난 2일 법이 통과되고 나서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다들 '고맙다, 고생했다'고 답장을 보내주던데, 문자가 수 천 통 왔어요. 회원들이 외부조정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 했는데, 사실은 걱정을 많이 했던거죠. 월20일부터 지금까지만 보면 주말도 없이 뛰어 다녔는데, 아마 세제실장 때보다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취임후 곧바로 터진 업계 현안을 원만히 처리하고, 이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을 보면서 회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세무사는 10급 공무원?

 

▲ 납세자들 사이에선 아직도 세무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세무사에 대한 신뢰와 위상을 높이는 과제도 있겠죠.

 

세무사들은 납세자의 세금 문제를 대신 처리해주면서 국가의 기능도 하고 있어요. 성실신고나 외부조정 같은 문제는 엄밀히 따져보면 국가 기능입니다. 그런 면에서 세무사는 국가와 납세자의 중립적인 입장으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무사의 역할이나 지위는 납세자와 국가 사이에서 대등하지 않았어요. 세무사를 '10급 공무원'이라고 하던 시절도 있었죠. 참 잘못된 얘깁니다. 세무사들이 반듯하고 당당하게 원칙에 맞는 세무대리를 하도록 도울 겁니다. 물론 세무사 스스로도 투명해지는 사회 분위기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불법 행위를 하면 발 붙일 수 없도록 과감한 정화 노력도 병행돼야 합니다.

 

▲ 세무사와 납세자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선 어떤 점을 바꿔야 할까요.

 

주변을 보면 아직도 세금에 대해 떳떳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세무사 사무실에 가보면 (직원들과 격리된) 별도의 방이 있는 경우를 더러 봅니다. 납세자들과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얘긴데요. 이런 것도 점차 사라져야 합니다. 세금이라는 게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뗄 수가 없잖아요. 세무사와 개인이 계약을 체결하고 평생 세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이른바 '성년후견인 위원회'를 통해 제도를 계속 보완하고 있습니다.

 

 

 

# 세무사도 법정에 참여하게 될까

 

▲ 공직에 계실 때 어느 자리에서나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으로 기억합니다. 세무사회장으로서 앞으로 보여줄 혁신은 무엇입니까.

 

일단 소통을 강화하고, 공약을 실천하는 부분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내년에는 전반적인 세무사 제도를 손질할 계획도 있습니다. 기재부 세제실에서도 세무사 업무는 극히 일부였고, 세무사 제도를 총괄적으로 들여다 볼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내부 규정도 단편적으로 필요에 의해 만든 게 많아서 규정끼리도 맞지 않는 게 있어요. 그런 부분을 정비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세무사 제도 전반의 규정을 볼 기회를 가져볼 생각인데, 법제이사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 세무사 제도 개편 항목 가운데,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계획이 있나요.

 

요즘 법원에서 세금 소송이 많잖아요. 변호사들이 판사에게 납득을 시키도록 설명해야 하는데, 조세 분야에서 그런 능력을 갖춘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해박한 세법 지식이 없으면 설득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피해보는 것은 결국 납세자입니다.

 

적어도 법원에서 세금 문제에 대해 판사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는 진술권 정도는 세무사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죠. 다 같이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 젊은 세무사들 아낌없이 지원

 

▲ 회관에 들어올 때 보니, 젊은 세무사들이 모여있던데요. 회원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수습 세무사들이 교육받고 가는 길이었을 겁니다. 요즘 세무사 시험이 상당히 어려워서 공부를 많이 해야합니다. 세법 분야는 세무사가 최고의 전문가잖아요. 1년에 630명씩 뽑는데, 세무경력자까지 포함하면 연간 750~800명 정도 세무사가 배출됩니다. 그래도 국세청 출신 세무사는 나름 연고가 있지만, 학교 졸업후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는 먹고 살 일이 걱정도 되죠.

 

저는 젊은 세무사들을 만나면 늘 이런 얘기를 합니다. 축하받을 일은 오늘로서 끝이고, 이제 기술을 익히고 사업도 구상해서 '맨 땅에 헤딩한다'는 각오로 뛰어야 한다고요. 이미 포화상태인 기장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세무사회 차원에서 자금 지원이라든지 사업장을 여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전수하고, 젊은 세무사는 회비 감면도 해줄 생각입니다. 그런 부분은 총회 규정을 고쳐야하기 때문에 내년 6월까지 좀 시일이 걸릴 겁니다.

 

▲ 젊은 세무사들에 대한 지원 외에도 선거 공약이 많았는데요. 실천 방안이 따로 있나요. 

 

선거에서 제가 공약한 것도 있고, 다른 후보의 공약도 있잖아요. 저는 매월 한번씩 선거 공약들을 모아서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토론해요. 직원들은 고생이죠. 최근까지 외부조정 문제에 전념하다 보니, 공약 실천이 조금 늦은 감도 있어요. 총회에서 규정을 고쳐야 할 사항도 많구요. 내년 6월 총회를 거치면 회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개선 방안들이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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