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젊은 세무사 회비 10만원씩 면제해 드립니다"

  • 2016.11.14(월) 09:00

[밀착 인터뷰]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
"세무사 법정진술권 추진..납세자 권익 보호"
"변호사의 자동자격 폐지 법안 통과 노력"
"28일 임시총회에서 새출발, 힘 모아주길"

"요즘 젊은 세무사들 너무 힘들어요. 경제가 어렵다보니 거래처 하나 확보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래서 회비라도 면제해주려고요."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세무사회관에서 만난 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솔직히 공직에 있을 때보다 바쁘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집무실에 놓인 대형 텔레비전은 켜본 적이 없고, 산책로가 좋다는 인근 서리풀공원도 아직 못 가봤다고 했다.
 
바쁜만큼 보람은 컸다고 한다. 취임 직후부터 세무사의 핵심 업무인 외부세무조정 제도를 법제화하고 납세자를 위해 마을세무사와 성년후견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쉴새 없이 성과를 내고 있다. 당장 세무사들이 먹고 사는 문제부터 회원들의 화합과 납세자 권익 보호까지 앞으로 해야할 일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세무사회의 갈등 요인인 회장 임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세무사회장을 평생 두 번까지만 하도록 임기를 제한했다. 젊고 유능한 인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본인 스스로도 장기 집권의 기회를 포기했다. 사심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백 회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이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세무사 업계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약속 잘 지키는 회장
 
-세무사회장에 취임한 지 1년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세무사들이 반듯하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세무사회를 둘러싼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했고 회원들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세무사 업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외부세무조정 제도를 법제화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해 8월20일 대법원에서 세무사의 외부세무조정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그렇게 되면 세무사들의 수입에 타격이 상당하거든요.
 
판결 직후부터 대책반을 만들어서 밤낮 없이 논의했고 전국에 있는 회원들이 국회 활동에 힘을 보탰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지만 전국 1만2000명 회원들이 단결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해 6월 회장 선거에 당선되기 전에 회원들에게 제시한 공약도 참 많았는데요. 어느 정도 실천되고 있나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회원들에게 세무사의 업무영역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당한 세무사 징계와 소모성 예산을 줄이겠다는 공약도 했는데요. 이런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대책을 만든 결과,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약 실천사례는 어떤 게 있습니까
 
▲젊은 세무사들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했는데요. 개업 5년 이하에 연매출이 1억원 이하일 경우 실적회비를 면제해 주기로 했습니다. 내년 4월 회비를 납부하는 시기가 되면 전국 세무사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당장 세무사 743명이 연간 10만원 가량(7350만원) 혜택을 보게 됩니다. 
 
세무사 사무소의 인력도 항상 부족한데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세무 인력을 양성해 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11개 특성화고등학교와 5개 대학교(서울시립대, 세종사이버대, 건국대, 웅지세무대, 아주대)가 세무사회와 산학협력을 맺었습니다.
 
-세금 문제로 고민하는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내용도 있나요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세무상담을 해주는 '마을세무사' 제도가 있습니다. 지난 6월부터 본격 시행됐는데요. 행정자치부 장관과 양해각서를 맺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마을세무사를 두게 됐습니다. 세금 문제가 생겼는데 비용 문제 때문에 세무사를 찾아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한 제도입니다. 세무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일종의 재능기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문자 보내면 '수고 100'
 
-공직에 있을 때부터 사무실 문을 열어놓거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는 등 소통을 강조해왔는데요. 요즘도 회원들의 얘기는 자주 듣는 편인가요
 
▲우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지난 5월 전국 지역세무사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회의 내용도 외부에 모두 공개했습니다. 4월에는 청년세무사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희망 토크콘서트'도 열었는데요. 청년 세무사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고 세무사회가 어떤 부분을 지원해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장의 세무사들은 무슨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합니까
 
▲아무래도 거래처 확보가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은 그래도 '금수저' 축에 들어 거래처 확보가 되는 편이지만 순수하게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딴 세무사들은 '맨 땅에 헤딩'하는 상황입니다. 개업보다 폐업하는 사업자가 더 많으니까 세무사들이 업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거죠. 세무사회 차원에서도 지원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일단 현장에 자주 나가서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회장이 휴대폰 번호를 명함에 공개하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연락이 많이 와서 힘들진 않나요
 
▲모든 갈등과 분열의 원인은 소통 부족입니다.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소통하자는 의미로 휴대폰을 공개하는데요. 세무사 회원이나 직원이 메시지를 보내오면 일일이 다 읽어봅니다. 당장 답을 드리지 못하더라도 '수고 100(백운찬의 '백' 줄임말)' 혹은 '감사 100'과 같이 짧게라도 메시지를 보냅니다.

▲ 백운찬 한국세무사회 회장이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세무사 업계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매일 아침 회의에서는 주로 어떤 논의를 하나요
 
▲요즘 세무사회 내부 규정을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치기 위해 매일 아침 8시에 팀장들과 함께 내부 규정을 하나씩 살펴보고 바로잡는 중입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세무사회가 사람에 의한 운영이 아니라 원칙과 기준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데 연말까지 정비 작업을 마칠 계획입니다. 
 
세무사회가 조세전문가 단체인만큼 세법 개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요. 올해도 내부위원회의 검토와 심의를 통해서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국세청에 총 44건의 세법개정 건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정부의 세법개정 과정에서 세무사회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안 가운데 세무사 업무와 밀접한 게 있나요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규정을 삭제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세무사 업무 영역을 지키는 문제와 별개로 납세자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도 반드시 통과돼야 할 법안입니다. 납세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법안이 꼭 의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세무사, 법정진술권 필요
 
-앞으로 추진할 세무사 제도 개선방안에는 어떤 게 있습니까
 
▲세무사의 법정 진술권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세금 문제는 세무사가 가장 잘 알잖아요. 그런데 납세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세무사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어요. 납세자 편에서 세금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세무사의 법정 진술이 필요합니다.
 
-세무사의 업무 영역이 점점 넓어지겠군요.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인가요
 
▲그렇습니다. 세무사회가 추진하는 '성년후견인' 제도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는데요. 건강 문제를 책임지는 '주치의'처럼 세무사에게 평생의 세금 문제를 맡기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마을세무사가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라면, 성년후견인은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세무 전략을 세워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세무사회의 약속은 무엇입니까
 
▲아직도 세무사가 탈세와 비리를 조장한다는 인식이 일부 남아있는 만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마을세무사 제도가 정착되고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세무사가 납세대리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반듯한 이미지로 거듭날 것을 약속합니다.
 
-세무사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조세심판원장, 관세청장을 지낸 저를 많이 활용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에도 세무사들을 후보로 추천했고,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과도 국세청의 심판청구 재심의 요청 법안에 대해 협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세무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분열 행태도 바로잡을 계획입니다. 전직 임원들의 해임 문제도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 오는 28일에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합니다. 회원 여러분들이 많이 참석해 세무사회의 새출발을 응원해주길 바랍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