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과세당국과 싸워서 이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기업은 대체로 로펌을 활용해 적극적인 세금 방어에 나서기 때문에 일반 납세자보다 인용률(납세자 승소율)이 훨씬 높은 편이다.
국민들이 세금 불복에 나서서 승소하는 비율이 20%대인 반면, 기업은 인용률이 50%를 가뿐히 넘는다. 12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된 세금재판에서도 기업의 강세는 여전했다.
◇ 국세청, 기업 상대 승소율 38%
4일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2015년 12월 택스랭킹'에 따르면 12월 서울행정법원이 진행한 기업 세금재판 29건 가운데 12건(41%)을 과세당국이 승소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불복 사건 중에 59%를 뒤집었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기업 세금소송 21건 중 8건의 과세 논리를 지켜내면서 승소율 38%를 기록했다. 승소율 8%에 그쳤던 11월에 비해 30%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시각에서 불만이 받아들여진 비율(인용률)은 6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관세청은 서울세관이 창대어패럴을 상대로 진행한 단 한 건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 11월에는 서울세관이 기업과의 관세소송 17건 가운데 16건에서 승소하면서 94%의 승소율을 기록한 바 있다.
지방세는 전달과 똑같은 승소율을 보였다. 서울특별시와 각 자치구청을 상대로 한 조세소송 7건 가운데, 기업이 이긴 경우는 4건이었다. 서울시 지자체 승소율은 43%, 기업의 인용률은 57%를 나타냈다.
◇ 심판원 가면 국민이 18% 이긴다
납세자의 권리구제 기관인 조세심판원에서도 인용률 통계가 나온다.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되는 행정소송은 대부분 조세심판원에서 납세자가 패한 사건들이다. 그래서 전체 납세자의 인용률은 법원에 비해 다소 낮은 경향이 나타난다.
지난해 조세심판원에서 처리한 사건 가운데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비율(인용률)은 24.1%였다. 이 가운데 과세당국에 사건을 되돌려보내는 '재조사' 결정을 제외하면 실제 납세자가 승리한 비율은 17.8%에 불과했다. 납세자 입장에서 심판청구의 82%는 이기지 못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제기한 심판청구에선 인용되는 사건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심판원은 지난 12월 오비맥주(1600억원)와 포스코엠텍(434억원) 등 대규모 세금 취소 청구에서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이 기업들과의 대형 세금 분쟁에서 계속 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심판원 단계에서 인용되면 따로 항소할 방법도 없이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 심판원 관계자는 "현재 심사중인 사건 중에는 1000억원대가 넘는 기업 심판청구도 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