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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리베이트' 오스템, 법인세 소송서 역전승

  • 2016.04.21(목) 10:54

리베이트, 접대비로 처리 안해 1, 2심서 패소
과세전(前) 통지 생략 문제로 대법에서 승소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치과의사들에게 해외여행 경비를 지원해 준 오스템임플란트가 관련 법인세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리베이트 금액을 접대비로 처리 하지 않은 문제로 심판청구와 1심, 2심에서 모두 패했지만, 새로운 쟁점으로 납세자의 권익을 배려하지 않은 국세청의 과세절차 문제를 부각, 집요하게 공략하면서 결국 대법원에서 웃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 20일 오
스템임플란트가 리베이트 비용을 세법상 접대비가 아닌 판매부대비용으로 인정해 달라며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국세청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 해외여행 보내준 오스템

오스템임플란트는 2007년~2010년 사이 치과 기자재인 임플란트를 판매하기 위해 '한여름의 휴가', 'Spring 특별판매', 'Autumn 특별판매' 등의 명칭으로 일정금액 이상을 구매하는 치과병원이나 치과의원에게 해외여행 경비를 지원했다.
 
'한여름의 휴가'상품의 경우 코타키나발루, 사이판, 하롱베이, 괌, 발리, 오키나와, 싱가포르, 푸켓 등 휴양지를 중심으로 4년 동안 861개 병의원에서 2646명의 치과의사들이 임플란트 구매 대가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 상품에만 총 44억2460만원의 지원금이 쓰였다.

이밖에 'Spring 특별판매'에 7억7430만원, 'Autumn 특별판매'에 13억4069만원의 여행 경비를 사용했고, 치과의사들에게 임상강의를 하는 디렉터들을 대상으로 '디렉터 워크샵'이라는 워크샵여행을 진행하면서 1억6876만원을 썼다.

해외여행을 끼워주는 형식의 임플란트 패키지 상품에 지원된 금액은 4년 간 총 67억원이다. '한여름의 휴가' 패키지의 경우 지원금이 해당 임플란트 판매금액의 65.1%에 달했다.

# 감사원 "세금 징수하라"

사건은 2012년 국세청에 대한 감사원의 기관감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감사원은 오스템임플란트가 패키지 상품을 팔면서 지출한 67억원의 해외여행 경비를 접대비로 구분하지 않고, 판매비용으로 신고해 법인세(가산세 포함) 23억원을 누락했다며 서울지방국세청과 금천세무서가 징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천세무서장에게 당장 오스템임플란트로부터 해당 세금을 징수하라고 시정을 요구했다.
 
국세청은 늦었지만 발빠르게 움직였다.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당장 세금을 내라며 23억여원의 법인세와 가산세를 경정해 고지했다. 감사원의 시정요구는 2012년 8월 7일에 있었는데 정확히 3일만인 2012년 8월 10일에 세금을 고지했다.
 
# '접대비'냐 '판매비용'이냐
 
오스템임플란트는 순순히 세금을 내지 않고 불복을 진행했다. 지원된 여행경비는 모든 거래처를 대상으로 사전에 공지된 내용이며, 일정 수준의 판매실적 등 약정된 기준에 따라 지급된 판매촉진행사 비용으로 판매부대비용이라고 주장했다.
 
법인세법상 판매부대비용은 비용으로 인정해 과세표준에서 차감, 즉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접대비는 연간 1200만원, 중소기업도 2400만원까지만 비용으로 인정해 준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또 여행경비가 과다하지 않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불복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우선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는데 기각됐고, 이어 행정소송도 1심에서 패소했다.
 
조세심판원은 "여행경비 지원의 목적이 사업관계자들과의 친목을 두텁게 해 거래관계의 원활함을 도모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어 '접대비'에 해당된다"며 "지출경위와 액수 등도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춰볼 때 정상적으로 소요되는 판매비용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서울행정법원도 "여행경비 지원이 수익에 직접 기여하는 비용으로 볼 수 없고, 임플란트 구매 치과의사들과의 친목을 의도로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리베이트 제공은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고, 임플란트 가격 상승과 그 부담의 국민전가를 야기한다. 정상적인 소요 비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했다.
 
# 새 쟁점..'과세예고 통지' 왜 안했나

오스템임플란트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2심에서는 새로운 쟁점을 부각시켰다. 국세청이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즉각적으로 경정고지를 하면서 과세되기 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는 주장을 내 놓은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감사원 지적 3일 만에 세금을 더 내라고 고지했다. 통상 국세청의 과세절차는 '이런 이유로 이런 금액을 과세할 것이다'라고 '과세예고통지'를 한 다음, 납세자의 불만 제기나 의견진술, 즉 '과세전 적부심' 신청이 없으면 그때 고지서를 보낸다. 그런데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과세는 과세예고통지 없이 곧바로 이뤄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또 국세청이 국세기본법상 '재조사금지의 원칙'도 위반했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법에서는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해 질문을 하거나 해당 장부, 서류 등을 조사하거나 제출을 명하는 행위는 모두 세무조사로 규정하면서,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재조사는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와 변호인들은 "국세청이 과세예고 통지를 누락해 과세전 적부심사의 기회를 박탈했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 과세"라며 "국세청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2006~2010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해당 여행경비는 판매부대비용으로 인정됐는데 다시 경정처분하면서 재조사했다. 재조사 금지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에서도 법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는 "과세전 적부심이 사전적 납세자 구제제도이긴 하지만, 조세 부과의 제척기간이 임박한 경우에는 이를 생략할 수 있는 등 과세처분의 필수적 전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행정소송 등 사후적 절차를 통해 불복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세청이 중대한 절차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률에는 규정돼 있지 않지만 국세청 훈령인 과세전 적부심사 사무처리규정에 감사원의 감사결과 처분지시나 시정요구에 따른 고지는 과세전 적부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내용도 고등법원 판단의 근거가 됐다.
고등법원은 또 재조사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별도로 다시 세무조사를 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 납세자의 관점에서 본 대법원
 
그런데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헙법 제 12조 제1항에서 규정한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은 처벌을 받지 않을 권리'를 언급하며 "세무공무원의 과세권 행사 역시 적법한 절차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률이 아닌 국세청 훈령을 근거로 과세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또 "과세예고통지는 과세관청이 조사한 사실 등의 정보를 미리 납세자에게 알려줌으로써 납세자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여 과세전 적부심사와 같은 의견청취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갖고,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라며 "과세처분 이후에 행해지는 심사·심판청구나 행정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효율적인 구제수단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과세예고통지 누락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법령이 예외사유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필수적으로 행해야 할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음으로써 납세자에게 과세전 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또 감사원의 시정요구에 따른 과세처분에 대해서도 "국세기본법이 과세전 적부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한 긴급한 과세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해당 조항은 국가기관 간의 사정만으로 납세자가 가지는 절차적 권리를 무시하라는 취지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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