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은 어떤 세금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까. 세금 소송을 진행할 땐 어느 로펌(법무법인)이 인기가 많을까. 승소율 높은 로펌은 어디일까. 또한 과세당국은 기업들과의 소송에서 어떤 결과를 내고 있을까. 비즈니스워치가 기업들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행정법원 세금 재판 정보를 토대로 매월 '택스랭킹(Tax-ranking)'을 발표한다. 월간 순위와 통계를 기반으로 분기·반기 및 연간 추세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른바 세금 부문의 '리그 테이블(League Table)'을 통해 기업과 로펌, 과세당국을 둘러싼 역학관계와 트렌드를 짚어본다.[편집자]
기업 세금소송을 둘러싼 대형 로펌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강자였던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율촌이 다소 주춤한 반면, 법무법인 광장이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광장은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기업소송 점유율 선두를 차지했고,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순위에서도 김앤장을 추월했다.
1일 비즈니스워치가 서울행정법원의 4월 재판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한 달 간 선고된 기업세금 소송은 27건, 소송가액 기준으로는 258억원이었다. 기업이 제기한 4월 세금소송가액은 지난 1분기(1~3월)를 모두 합친 223억원에 비해서도 더 많은 규모다. 금융회사 15곳이 제기한 140억원대 세금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전체 소송가액도 대폭 늘어난 것이다.
◇ 광장, 두 달 연속 점유율 1위
기업 세금소송 부문에서 법무법인 광장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광장은 4월에만 158억원의 기업 세금재판을 이끌면서 점유율 61.1%를 기록했다. 광장이 맡은 대표적 사건은 금융사 15곳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부실채권 정리기금 관련 재판으로 총 가액만 142억원에 달했다.
1990년대 말부터 부실채권 정리기금에 출연한 금융회사들이 이익 분배금에 대해 더 낸 법인세를 돌려달라는 소송인데, 지난 달 8일 서울행정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소송에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경남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우리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외환은행이 참여했다.
광장에서는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손병준 변호사와 조세소송 전문가인 김경태·서효성 변호사가 금융사들의 소송을 진행했다. 이밖에 팬택의 법인세 소송과 휴맥스오토모티브의 관세 소송도 광장의 손을 거쳐갔다.
◇ 금성-김앤장-태평양 '대혼전'
광장에 이어 세금소송 점유율 2위는 법무법인 금성이었다. 보람상조 계열사들이 제기한 25억원대 소송을 진행하면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1분기 점유율 1위였던 김앤장은 이마트와 GS홈쇼핑, 코데즈컴바인,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의 소송 대리인으로 나섰지만, 소송가액이 22억원에 그치면서 3위로 밀려났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나이스정보통신의 11억원대 소송을 이끌면서 4위에 올랐고, 법무법인 삼익과 법무법인 바른이 각각 10억원대 소송가액으로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삼익은 호라이즌리소스와 웅재의 법인세 소송을 담당했고, 바른은 한국남부발전의 소송을 맡아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해 세금소송 최강자였던 법무법인 율촌은 점유율 7위에 그쳤다. 3월에는 단 한 건의 세금 재판도 마무리하지 못했고, 4월에도 이랜드월드의 관세소송 밖에 실적이 없었다. 다만 율촌은 4월까지 누적 소송가액 순위에서 광장과 김앤장에 이어 3위를 기록했고, 한국수출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등 굵직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