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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금 소유권 누구에게 있을까

  • 2017.03.09(목) 08:00

조일영 변호사의 세금 보는 法

최근 결혼정보 관련 업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총 2억6332만원이라고 한다. 물론 신혼주택 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라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신혼 초기 경제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신혼부부가 하객들이 건넨 결혼축의금을 모두 받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법원은 '결혼축의금이란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으로 확립되어 온 사회적 관행으로서 혼사가 있을 때 일시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혼주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대부분 그들과 친분 관계에 있는 손님들이 혼주인 부모에게 성의의 표시로 조건없이 무상으로 건네는 금품'이라고 정의하면서, 그 중 신랑, 신부인 결혼 당사자와의 친분 관계에 기초해 결혼 당사자에게 직접 건네진 것이라고 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액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된다고 했다(서울고등법원 2010. 2. 10. 선고 2008누22831 판결 등 다수). 

따라서 혼주인 부모가 결혼하는 자식들을 걱정해 결혼축의금을 모두 자식들에게 건네 준다면, 결혼 당사자와의 친분 관계에 기초해 직접 건네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

최근 조세심판원 역시 같은 취지에서 결혼 당사자의 부모에게 귀속되는 축의금을 결혼 당사자가 사용했다면 부모로부터 해당 금액을 증여받은 것이므로 증여세 과세대상이라고 보았다(조심2016서1353, 2017. 2. 8.).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그러면 신랑, 신부가 결혼축의금을 전부 사용하면 언제나 증여세를 내야만 하는 것일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성년의 자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10년 이내에 5000만원 이하의 금원을 증여받은 경우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아니하므로 결혼축의금을 포함해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금원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그 초과하는 금원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가족 간의 일이라고 하여 별다른 고려 없이 혼주인 부모가 결혼 당사자에게 축의금을 전액 건네주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가산세까지 포함된 거액의 증여세가 부과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결혼식뿐 아니라 장례식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장례식장을 방문한 조문객들이 낸 부의금은 누구의 소유일까? 

부의금이 상당한 금액에 이를 경우 분쟁의 소지도 적지 않다. 실제로 모 그룹 회장이 건넨 거액의 부의금 명목의 돈을 두고 상속인들 간에 부의금을 분배해 달라는 법적 분쟁이 발생해 부의금 여부에 대한 법원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법원은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 부조금 또는 조위금 등의 명목으로 보내는 부의금은 상호부조의 정신에서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장례에 따르는 유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과 아울러 유족의 생활안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증여되는 것으로서, 장례비용에 충당하고 남는 것에 관하여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사망한 사람의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응해 권리를 취득하는 것으로 봄이 우리의 윤리감정이나 경험칙에 합치된다고 한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2998 판결). 

따라서 장례비용에 충당하고 남은 부의금은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들이 각 상속분에 따라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이 부의금을 모두 가지게 되면 다른 공동상속인들로부터 자신의 상속분만큼 분배해 달라는 소송을 당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공동상속인들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 간의 일은 정(情)에 이끌려 별다른 검토 없이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족 내부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법과 무관한 것이 아니고, 특히 금전문제와 관련해서는 세법을 포함해 다양한 법적 분쟁이 야기될 소지가 있으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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