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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받았으면 세금도 내야한다

  • 2016.12.22(목) 08:00

조일영 변호사의 세금 보는 法

검찰은 지난달 20일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제1부속비사관실 비서관을 구속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지만 공소사실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포함하지는 않았다. 향후 '최순실 게이트사건'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되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는 경우 형법상 뇌물죄가 성립한다.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하는 것 또한 형법상 뇌물죄의 한 형태인 제3자 뇌물제공죄(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 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뇌물을 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뇌물과 같이 범죄행위로 얻은 위법한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뇌물을 과세대상 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뇌물,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에 의하여 받는 금품을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소득을 계속·반복적으로 얻는 경우에는 사업소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불법정치자금도 기부받은 자가 상속 또는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법인의 대표이사가 횡령을 한 경우에는 대표이사에 대한 상여로 소득처분하여 근로소득으로 과세될 수 있다. 개인의 위법소득은 소득세법이 열거하고 있는 과세소득에 해당되지 않으면 과세할 수 없지만(소득열거주의, 소득원천설), 법인의 위법소득은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것이므로 과세가 가능하다(순자산증가설).

그런데 우리 형법은 뇌물죄 등이 성립하는 경우 뇌물 등을 몰수하거나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의 범죄에서 몰수나 추징을 하는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이득을 박탈하여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범죄로 확인된) 뇌물 등 위법소득은 보유할 수 없음에도 과세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과세소득은 경제적 측면으로 보아 현실적으로 이득을 지배·관리하고 누려서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족할 뿐, 그 소득을 얻게 된 법률적 원인관계가 적법·유효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위법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면 적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보다 우대하는 셈이 되어 조세정의나 조세공평에 반한다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의 범죄에서 몰수나 추징으로 인하여 범죄행위로 인한 이득이 박탈된 경우에도 과세가 가능한가? 즉, 형사판결에서 뇌물 등에 대한 몰수·추징이 확정됨으로써 뇌물수수 등 범죄행위로 얻은 금원이 모두 국가에 몰수·추징된 경우에도 소득세 부과가 가능한지, 이미 소득세를 납부하였다면 납부한 소득세를 돌려받을 수는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법소득의 과세요건이 충족돼 납세의무가 성립했더라도 그 후 몰수나 추징 등을 통해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는 경제적 이익이 현실적으로 상실되어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확정됐다면 과세소득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판결). 즉 뇌물 등 범죄행위로 인한 소득이더라도 이후 몰수나 추징 등으로 경제적 이익을 상실하게 되면 후발적인 경정청구를 통해 납세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은 곳이 없다. 국정 전반에 드리워진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로 마치 대한민국호가 멈춰 선 듯하다. 이러한 초헌법적인 사태에 대처하는 여당과 야당의 셈법은 너무 복잡하다. 그렇지만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보이는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열망의 불꽃에 담긴 의지는 이 참담함의 국면을 새로운 희망의 장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리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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