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 물건값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데요. 그런데 쇼핑 과정에서 쌓은 포인트로 결제한 부분은 부가세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지난해 8월에 내려졌죠.
소송당사자는 롯데그룹의 대표기업인 롯데쇼핑인데요. 롯데쇼핑은 대법원 판결로 이미 납부한 부가세 1500억원을 돌려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롯데가 돌려 받은 거액의 세금을 소비자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가세는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고 기업은 소비자를 대신해 납부해 주는 대리인이기 때문에 원부담자인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국회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부가세는 소비자가 낸 돈이니 소비자에게 환급해줘야 하는데, 대법원 판결로 롯데가 엄청난 수익을 챙기게 됐다. 소송 환급액의 수혜자는 소비자여야 한다"며 논쟁의 불을 지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내용을 뜯어보면 좀 모호해지는데요. 대법원은 쇼핑 포인트가 애초에 기업이 에누리로 깎아준 것이어서 부가세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기업이 깎아준 것이지 소비자가 부담한 건 아니라는 건데, 그렇다면 깎아준 것에 대한 부가세를 돌려달라고 하기가 어렵다는 해석도 있는 것이죠.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이 문제를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는데요. 역시 해석은 엇갈렸습니다.
먼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박명호 선임연구원에게 물었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당연히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부가세는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고 롯데는 대리징수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돌려받는 세금은 모두 고객들에게 일일이 다시 돌려줘야한다. 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역시 롯데 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에서 1100원짜리 물건을 구입하면서 100원의 부가세를 부담한 고객이 1100원 중 절반인 550원을 롯데 L포인트로 결제했다면 대법원 판결에 따라 50원의 부가세를 더 낸 것이 되니 돌려받아야 한다는 거죠. 박 선임연구원은"100원일 때나 50원일 때나 롯데가 부가세를 부담한 것은 없다. 소비자를 위해 대신 납부했을 뿐이니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당국 관계자도 "최종소비자에게서 받은 부가세를 되돌려 받으면 돌려줘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같은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는 "과세에 불복해서 나중에 면세대상인 것이 확인되면 최종소비자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까지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실제 돌려줄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과세불복 사실을 모를 수 있고, 과세당국도 기업이 최종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부분까지는 확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소송 등을 통해서만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산부인과 비용이 부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됐을 때 경정청구로 세금을 환급 받은 산부인과들이 있었는데 소비자들에게는 돌려주지 않는 사례들이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은 대법원 판례를 잘못 해석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롯데쇼핑 사건을 대법원에서 대리했던 법무법인 광장의 손병준 변호사는 "마일리지 포인트는 앞으로 또 구매하면 에누리로 깎아주겠다는 약속의 표시이지 그 자체로 금전적인 가치를 지녔다고 볼 수 없다"며 "기업이 환급 받은 부가세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봤습니다.
손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부담한 것에 대해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포인트는 고객이 부담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과세대상이 아니고 그래서 과세가 잘못됐으니 돌려주라는 것이 판결 내용이다. 고객이 부담한 것이 아니니 고객에게 돌려줄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쇼핑 포인트가 부가세법상 면세 대상인 에누리에 포함되느냐 안되느냐가 쟁점이었거든요. 대법원은 면세대상인 에누리, 즉 깎아준 돈이기 때문에 부가세를 매길 수 없다고 본 것인데, 소비자가 돌려받기 위해서는 깎아준 돈이 아니라 물건 값으로 부담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손 변호사는 "포인트도 제휴업체로부터 할인 받을 권리가 있으니까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재산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부가세 과세표준에 포함되는 금전적인 가치가 있느냐와는 별개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조세소송 권위자인 법무법인 율촌의 소순무 변호사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최종소비자가 부담한 금액을 기초로 부가세 과세기준인 공급가액이 정해져야 한다는 부가세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따른 판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역시 소비자가 부담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주목하고 있죠.
엇갈린 주장은 법적으로도 쉽게 정리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롯데포인트로 롯데쇼핑에서 소비를 한 소비자들이 환급금 반환을 위해 소송을 내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언제 몇포인트를 썼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소송에 가담할 확률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