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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휴대폰 보조금 부가세 소송…SKT만 엎치락뒤치락

  • 2017.06.21(수) 08:02

SKT, 이통서비스-단말기 공급 사업자 분리
"에누리다" "장려금이다" 법원따라 판단 갈려
단말기 직접 공급한 KT·LGU+는 잇단 승소

통신사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한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부가가치세 소송전에서 연이어 승전고를 울리고 있지만 SK텔레콤만 유독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도입 이전에 소비자에게 지급했던 보조금이 부가세 면제 대상인 에누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인데 단말기 공급자가 중간에 끼어 있는 SK텔레콤의 독특한 유통방식이 법원에서 엇갈린 판결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단말기 보조금에 붙은 부가세를 돌려달라며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5월 11일 승소했다. 국세청이 항소했기 때문에 상급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1900억원에 달하는 부가세를 돌려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같은 쟁점의 다른 과세건에서는 6월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지만 재차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 사건에는 2900억원의 부가가치세가 물려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같은 내용으로 한쪽 법원에서는 지고 다른 법원에서는 이기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선봉장으로 싸운 KT, 1100억원 환급
 
통신사 단말기 보조금의 부가세 문제가 쟁점이 된 것은 201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T는 2006년~2009년 사이 이동통신서비스와 함께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일정 약정 기준을 채운 고객에 대해 단말기 값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보조금은 대리점에 지급한 후 대리점이 고객에게 요금제에 포함된 단말기 값을 할인해 주는 방식을 취했다.
 
KT는 보조금으로 지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10%의 부가세를 납부했지만 이후 보조금은 부가세가 면제되는 '에누리'라는 판단을 하면서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KT가 지급한 보조금은 과세 대상인 판매장려금이라고 판단해 환급을 거부했다. 소비자에게 판매될 단말기 값은 보조금만큼 할인된 금액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을 깎아주는 에누리가 아니라 대리점에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지급한 판매장려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었다. 에누리와 달리 판매장려금은 부가세 과세대상이다.
 
국세청이 거부하자 KT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고 여기에서도 통하지 않자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국내 통신사들의 보조금 지급방식이 복잡하다 보니 법원의 판단도 일관되지는 않았다. 1심 행정법원은 단말기 공급시 일정 조건에 따라 직접 공제했기 때문에 "에누리가 맞다"며 KT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법원에서는 직접 공제되는 방식이 아니어서 "에누리로 볼 수 없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2015년 12월 대법원이 "보조금이 단말기 값에서 직접 공제되는 에누리가 맞다"고 인정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 판결로 KT는 1100억원이 넘는 부가세를 돌려받았다. KT와 같은 방식으로 휴대전화와 통신서비스를 판매하던 LG유플러스도 덩달아 단말기 보조금 부가세를 환급받았다.
 
# 이동통신 서비스만 제공한 SKT, 새로운 쟁점
 
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 보조금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부가세가 면제되는 에누리로 인정받는 듯 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이 있은 지 불과 1개월만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월 같은 사안의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KT나 LG유플러스와는 달리 SK텔레콤의 보조금은 에누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KT와 SK텔레콤의 단말기 유통구조 차이에 주목했다. KT나 LG유플러스는 단말기를 직접 제조사로부터 구입해 대리점에 공급했지만 SK텔레콤은 이동통신서비스만 제공하고 단말기 공급은 계열사인 SK네트웍스가 전담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논리를 댔으나 법원은 이동통신서비스 보조금이 아니라 사실상 단말기 보조금이면서도 단말기 값에서 직접 공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SK텔레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이 사건을 상급법원으로 끌고가면서 동시에 우회루트를 찾았다. 과세기간만 다른 보조금 부가세 소송을 추가로 진행한 것이다. 한번 실패를 경험한 SK텔레콤과 변호인단은 이동통신서비스에서 할인해 주는 것이나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것이나 모두 소비자가 할인된 금액으로 단말기를 공급 받는다는 건 동일하다는 논리를 세워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형식적인 거래구조나 거래상 관행을 이유로 SK텔레콤의 보조금만 에누리액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조세평등주의나 조세중립성에 위배될 수 있다"며 SK텔레콤의 보조금이 KT나 LG유플러스의 보조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승소판결이 앞서 패소한 사건의 항소심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서울고등법원은 SK텔레콤의 항소를 기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통신서비스 요금에서의 에누리를 통해 단말기가격 에누리 효과를 냈는데, 법원에서 이 부분 해석을 달리 하는 것 같다"며 "상급심까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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