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대란으로 불릴 만큼 심각한 취업 한파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고 실패할 확률도 높다. 그러나 길게 보면 취업 못지않은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비즈니스워치는 2018년 연중기획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팁을 마련했다. 성공한 스타트업과 주요 기업의 창업 지원센터를 탐방해 실전 노하우를 알아본다. [편집자]
잘 다니던 삼일회계법인을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공인회계사가 있다. 국내 최고 회계법인의 회계사란 타이틀도 좋았지만 고객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열망이 더 컸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는 회계컨설팅 사무실을 낸 지 3년 만에 100개가 넘는 회사를 자문했다. 국대떡볶이로 유명한 국대F&B와 청년장사꾼 등 60개 회사가 정기자문 고객이며, 삼성전자와 미래에셋 등 70곳의 컨설팅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는 기업의 설립부터 세무·회계·노무·법률까지 경영 전반의 해결사 역할을 담당한다. 어려운 회계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강의하는 능력까지 갖춰 대기업의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스타 회계사다. 최근 연 매출 2000억원대로 급성장한 화장품 업체 코스토리에서는 2016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인들과 호흡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은 그의 소중한 자산이다. 사업 아이템이 아무리 훌륭해도 단숨에 무너지는 기업을 수도 없이 봤다. 창업할 때는 대부분 성공을 확신하지만 실패하는 기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했다.
◇ 기업 경영의 만능 해결사
인사이트파트너스는 2015년 1월 강대준 대표가 설립한 회계 컨설팅 전문회사다. 스타트업 경영 자문을 위한 스타트업인 셈이다. 강 대표는 매년 유망 스타트업을 한 곳씩 발굴해 엔젤투자도 하고 있다. 현재 4개 기업이 인사이트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아 성장하고 있다.
법인의 출생신고 격인 사업자등록부터 주주나 이사 구성, 투자를 받기 위한 가치평가, 회사 내부통제 등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까지 도움을 준다. 컨설팅 업무는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제휴 형태로 움직인다. 공인회계사 4명과 컨설턴트 3명이 소속돼 있고 제휴 형태로 회계사 8명, 변호사 3명, 변리사 2명, 노무사 2명이 함께 일한다.
전문가들끼리 따로 영역을 구분하진 않는다. 세무와 회계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지적재산권이나 법률, 노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짝퉁 업자를 잡기 위해 고객과 함께 경찰서에 가기도 한다.
회계 컨설팅 회사가 법률문제까지 나서는 이유는 단순히 오지랖이 넓어서만은 아니다. 강 대표는 "회사의 법률문제는 우발채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요하다"면서 "직원 한 명을 내보내려고 해도 노무 이슈가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까지 제휴 변호사와 상의해 자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누구나 아이템은 좋다
창업을 하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흥분한 상태에서 강 대표를 만난다. 자신의 아이템에 대한 확신에 차 있다. 하지만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립서비스보단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업 아이템은 좋아도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경우 성공을 보장하기 힘들다. 고객이나 유통 경로가 제한적이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지 않다.
창업은 기존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독점까지 하면 더 좋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강 대표는 "창업자는 시장의 트렌드를 잘 봐야 하고 수익성이 확인되면 먼저 선언해야 한다"면서 "선점효과를 누리게 되면 수익률이 높아지고, 다른 사업자가 금방 따라오면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독점할 수 있는 아이템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요인 중 전형적인 패턴은 초기 자금 흐름을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한다. 자금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운전자본이 묶여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초기에 만들어놓은 제품은 재고가 되고 이를 소진하려면 홍보비를 써야 한다. 홍보비는 선불이지만 상품의 대가는 뒤늦게 들어온다. 유통 플랫폼이 대형화하면서 이런 추세가 더 심해지고 있는데 창업자들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때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대표이사 가수금이다. 대표이사가 개인 자금을 회사에 빌려주고 나서 자금이 풀리지 않으면 빚에 쫓기다가 파산하게 된다. 강 대표는 "초기에 고정비를 너무 많이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며 "굳이 외부에 보이기 위해 임대료가 비싼 사무실을 사용하거나 대표이사가 운전기사와 비서를 두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창업 초기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부 통제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 대기업에 의존하지 마라
대기업 강의를 다니면서 만난 직원들이 창업한다며 자문을 구하는 사례도 많다. 대부분 다니던 대기업의 일을 받아서 하거나 연계된 일을 창업하는데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진 않는다. 대기업 명함이 있으면 나이가 젊어도 거래처에서 잘 만나주지만 명함이 바뀌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창업을 준비한다면 미리 확실하게 준비한 후 퇴사하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퇴근 후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 대표는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지 말고, 되도록 자본금이나 인적 구성을 미리 준비한 후 퇴사하는 게 낫다"며 "퇴사한 후 창업을 준비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져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 사업의 경우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할 수 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무엇보다 정부에 제출하는 서류 작업이 많아 직원들의 부담이 크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정부 지원에 의존하다 보면 직원들이 야근과 주말 근무로 지치게 된다"며 "본연의 사업으로 내실을 쌓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받을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임원 구성이나 재무 상태를 눈여겨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 강 대표는 "동업자끼리 나눠먹기 식으로 임원을 맡거나 자본금을 넣었다가 빼는 경우 회사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며 "세무처리도 현금보다 카드를 쓰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관리해야 회사가 커지더라도 문제가 안 생긴다"고 덧붙였다.
▲ 강대준 회계사가 2017년 12월 20일 중소기벤처기업부 창업도약패키지 선정기업 대표들을 상대로 강연하는 모습(사진=인사이트파트너스 제공) |
◇ 절세하려면 벤처 인증
창업자의 절세 방법도 소개했다. 벤처기업 인증과 지방 창업이 대표적인 절세 수단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확인기관에서 벤처인증을 받는 기업은 법인세의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사업용자산에 대한 취득세 면제와 재산세 50% 감면 혜택도 받는다. 신성장서비스 업종은 3년간 75%까지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만큼 해당 업종을 체크해보면 좋다.
또한 서울이나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사업자등록을 해야 세금 감면 혜택을 많이 받는다. 강 대표는 "법인이 몰려있는 서울에서 창업해야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최근 국세청의 최첨단 전산시스템을 고려하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오히려 지방에서 세무서로부터 세무 지도를 받는 게 리스크도 줄이고 절세 차원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