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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세법]혁신과 분배를 추구하다

  • 2018.07.31(화) 09:35

[세무칼럼]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

공평하고 정의로우며 그와 동시에 경제성장도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구성하는 것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쉬운 것이라면 아마도 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곳이었을 것이다. 
 
오래된 지혜가 이야기하듯이 인간은 땀을 흘리는 수고를 해야 땅의 소산을 먹을 수 있고, 인간이 무언가에 열심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혁신이란 것이 인간이 열심히 노력해 어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혁신에는 인센티브가 불가피하고, 인센티브란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눠가지지 못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분배가 달성하려는 목적과 혁신의 전제조건에는 무언가 잘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잘 부합되지 못하는 두 부분을 조정해 맞춰나가는 것에 사회적 철학과 정책의 묘미가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를 만드는 설계자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는 이러한 정책당국자의 고민이 깊이 배어 있다. 소득재분배와 과세형평을 제고하면서도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지원해야 하는 세법개정안이란 한쪽 방향만을 지향하는 단순한 정책이라기 보다는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완화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의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한 것이다. 일은 하지만 소득이 크지 않은 근로빈곤층에 대해서 버는 소득에 비례해 지원금액이 확대되도록 설계돼 있는 근로장려금은 땀 흘려 일하는 빈곤층이 보람을 가지고 근로에 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분배와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함께 추구하는 셈인데 그 최대지원금액을 최고 76.5% 인상하는 등 지원의 대상과 지급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지원대상 가구의 경우 맞벌이 기준 연 소득 2500만원 미만에서 3600만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최대지원금액도 85만~250만원에서 150만~300만원으로 크게 늘린 것이다. 근로빈곤층에게 지급하는 자녀장려금도 자녀 1인당 30만~50만원에서 50만~7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사항들은 조세제도가 추구할 수 있는 분배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 것인데, 이같은 방향은 일용근로자 근로소득공제 금액을 1일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확대한다든가 기부 활성화를 위해 세액공제 고액기준금액(기준금액 이상 기부에는 일반 세액공제율 15%에 더해 15%를 추가한 30% 공제율 적용)을 기부금 20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한 것 등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편 고액 소득자·자산가에 대한 증세기조는 이번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과표에 해당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2년에 걸쳐 5%포인트씩 90%까지 인상하고, 세율도 최고 0.85%포인트까지 인상하는 개정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외에도 현재 면세 중인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개시하는 것이나 임대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과세배제대상을 '3억원 & 60㎡'에서 '2억원 & 40㎡'로 축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개정사항이다. 
 
또한 해외 부동산 처분시에도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미신고 과태료를 상향조정(5000만원 한도→1억원 한도)하는 것과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가 해외이민 등을 하는 경우 적용되는 국외전출세의 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하는 것도 고액 자산가에 대한 과세강화라는 정책흐름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근로빈곤층을 돕는 제도를 강화하거나 고액 소득자·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사회의 파이를 나누거나 근로자들의 소득계층별 격차를 해소하는 것에는 효과적이지만 새로운 산업을 통해 사회의 파이를 키우거나 아직 경제구조에 편입되지 못한 계층을 도와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빈곤에서 탈출하게 하는 목적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 못한다. 
 
사회의 모든 계층이 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생활을 영위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산업의 혁신과 구조변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긴요하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혁신성장 관련시설에 대한 가속상각(상각기간을 1/2 단축)이나 신성장동력·원천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대상(R&D비용의 20~40%공제)에 양자컴퓨팅 기술이나 블록체인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포함하는 등의 사항은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그럼에도 혁신성장을 위한 세법개정사항들은 형평과세나 고액 자산가 등에 대한 과세강화를 위한 개정사항들과 비교해 그 범위가 좁고 지원내용도 종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세법개정의 주된 내용은 아무래도 형평을 추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야겠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혁신성장이란 사회의 인센티브 구조를 좀 더 심화함으로써 유도되는 것인데 그러한 인센티브의 심화가 자칫 분배와 형평이라는 시대정신에 어긋나게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정책당국자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필자는 세법의 영역에서는 성장의 인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 것으로 생각한다. 조세라는 것 자체가 담세력을 가진 계층에 대해 부여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담세력이 없는 계층을 배려하는 제도를 구성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성장을 통해 커진 파이를 조세정책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잘 나누는 것이 사회를 좀 더 역동적으로 변화하도록 하면서도 분배라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사회구성원이 각자의 시기심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회문화가 만들어질 때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법개정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포용의 정도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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