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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은 왜 '구찌 코트'를 입었나

  • 2021.10.09(토) 10:00

[주간유통]신동빈 회장 '구찌 사진' 화제
배상민 센터장의 '의도'…SNS활용 눈길
롯데 특유 보수적 기업 문화에 변화 예고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어색한 웃음

며칠 전 롯데그룹 분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으레 그렇듯 코로나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가 '구찌'로 흘렀습니다. "회장님이 그 옷을 왜 입으셨을까요?".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그 사진이 크게 회자된 모양입니다. 신동빈 회장의 어색한 웃음과 패션 조합에 다들 무척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지금껏 신 회장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기자 초년병 시절, 신 회장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가 매우 성황리에 열렸거든요. 기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출입처 총수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정말 몇 안되는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늘 북새통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심심찮게 특종이 나오기도 했고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기업 총수들도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 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절대 입을 열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면 당황해서 땀을 뻘뻘 흘리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에피소드들도 참 많습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총수들이 차에서 내려 회의장에 들어가기까지의 순간과 회의가 끝나고 다시 차를 타러 나오는 순간 딱 두 번뿐입니다.

그 두 번의 순간에 누가 임팩트 있는 질문을 던져 그의 걸음을 멈춰세우느냐가 관건입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그 경쟁도 무척 치열했습니다. 늘 말끔한 차림이었던 신 회장은 주로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많이 잡혔습니다. 대부분의 총수들은 말없이 얼른 차에 오르는 반면, 신 회장은 의외로 그룹의 현안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잘 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대신 곁에 있던 참모들이 진을 빼곤 했죠.

'소심한 파격'의 의미

당연한 일이지만 취재 현장이나 기사로 만나는 신 회장의 모습은 늘 단정합니다. 정장 차림이죠. 어쩌다 야구장에 갈 때나 돼야 야구 점퍼를 입는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안에는 캐주얼이 아닌 셔츠와 정장 바지에 구두를 신은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캐주얼 차림에 스니커즈를 신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눈에 띈 것은 신 회장이 걸치고 있던 화려한 문양의 구찌 모피 코트였습니다. 

보는 순간 픽하고 웃음이 납니다. 평소 신 회장의 단정한 옷차림이나 이미지와는 정반대여서 입니다. 신 회장 본인도 무척 멋쩍어하는 모습입니다. 본인도 이 옷차림이 얼마나 어색한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다분히 장난스러운 모습이죠. 주목할 것은 신 회장 곁에서 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배상민 롯데 디자인경영센터장입니다. 그렇습니다. 누가 봐도 이 사진의 기획은 배 센터장입니다.

/ 사진=배상민 롯데 디자인경영센터장 인스타그램

이 사진은 신 회장과 배 센터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구찌 가옥 매장을 찾아 찍은 사진입니다. 얼핏 우스꽝스러운 사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사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배 센터장은 신 회장이 삼고초려해 데려온 인물입니다. 국내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로 인정받는 인물입니다. 신 회장이 배 센터장을 데려온 것은 단순히 롯데 제품의 디자인 때문만이 아닙니다. 방점은 '기업문화 쇄신'에 있습니다.

신 회장은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롯데의 기업문화를 바꾸고 싶어 합니다. 평소 회의에서 주로 경청하는 것에 집중했던 신 회장은 최근 수년간 열렸던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 회의)에서는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업문화 쇄신입니다. 하지만 롯데 특유의 고질적인 수직적 체계와 보수적인 문화, 변화에 둔감한 분위기가 맞물리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 주변의 참모진들이 너무 무겁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오너가 직접 변화를 주문했음에도 조직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참모진들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배 센터장을 삼고초려해 데려온 것은 내부적으로는 변화가 어렵자, 외부의 시선을 빌어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시도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꾸라지가 가득한 어항에 메기를 들여놓은 셈입니다.

다양한 노림수

배 센터장은 자신의 SNS에 신 회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신 회장이 '오케이'하지 않았다면 어림없는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롯데 분위기였다면 언감생심이었겠죠. 신 회장도, 배 센터장도 이 사진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을 겁니다. 신 회장의 어색한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면서까지 이 사진을 SNS에 공개한 배 센터장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요.

힌트는 SNS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들을 일부 공개하면서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거리도 좁히고 있습니다. 롯데가 하지 못했던 부분이죠. 여기에 자사의 제품들도 슬쩍 보여주면서 마케팅에도 나섭니다. SNS라는 가장 대중적인 형식을 빌려 매우 정교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돔구장인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레인저스 구장과 미국 프로 미식축구 댈러스 카우보이스 구장에 있는 모습을 올렸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 부회장은 SK와이번스 인수 시 돔구장 건설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가 돔구장 건설을 위한 아무런 움직이 없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이런 모습을 공개한 겁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돔구장 연구 중"이라고요. 

배 센터장은 롯데가 하지 못했던 이런 일들을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겁니다. 그리고 이를 롯데에도 이식(移植) 시키려는 겁니다. 신 회장이 직접 그를 영입한 만큼 배 센터장에게는 상당한 권한이 주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방증이 바로 이번 사진입니다. 배 센터장은 신 회장이 자신에게 주문한 '롯데의 기업 문화를 새롭게 디자인해달라'라는 특명을 지금껏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겁니다.

이미 그 효과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 회장의 구찌 코트뿐만 아니라 신 회장이 신고 있던 스니커즈도 화제가 됐습니다. 롯데가 폐자원을 활용, 콜라보를 통해 만든 제품입니다. 이 사실에 많은 소비자들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방식입니다. 신 회장과 배 센터장의 노림수가 이런 겁니다. 배 센터장은 이제 롯데에 메스를 들었습니다. 그 메스로 롯데의 어떤 환부를 도려내고,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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