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컬리 '상장 철회설' 막전막후

  • 2022.10.15(토) 11:05

[주간유통]컬리, '상장 철회설' 해프닝
즉각 부인…"상장 작업 예정대로 진행"
시장 상황 악화로 상장 시기 선택 난항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제한된 정보

지난 6일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컬리의 상장 추진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컬리는 이미 지난 8월 22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에서 상장 적격성을 승인받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6개월 안에 상장을 추진하면 됩니다. 그랬던 컬리가 상장 적격성 승인을 받은 지 두달여 만에 상장을 철회한다는 소식은 좀 놀라웠습니다.

기사를 찬찬히 뜯어봤습니다.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명이 공통적으로 컬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대체로 상장이나 M&A와 관련된 이야기가 기사로 나오는 경우는 IB(Investment Bank)쪽에서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건도 아마 IB쪽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기업의 상장이나 M&A건은 큰돈이 오갑니다. 그러다 보니 정보들이 쉽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당사자 간에도 보안을 철저히 유지합니다.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 탓에 IB쪽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정보에 기자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문제는 이 정보의 정확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적중하면 특종이지만 아니라면 오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이 B라는 기업을 인수하려 한다고 소식이 들립니다. 여러 방면으로 취재해 확인한 결과 대략적인 큰 틀은 맞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기사가 나오자마자 A기업이 B기업 인수를 철회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 기사는 결과적으로 오보가 됩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시시각각 변화와 변수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컬리의 반박

기사가 나오자 컬리는 재빨리 부인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컬리는 "'IPO 철회' 관련 기사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며 "한국거래소와 주관사, 투자자 등과 상장 철회에 대한 어떠한 의사소통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짧지만 강한 어조로 해당 기사 내용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컬리 내부적으로도 해당 기사로 무척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상장 철회와 같은 사안은 최고 경영자 등 몇 명만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해당 기사가 나오자 컬리는 김슬아 컬리 대표에게 문의했고 김 대표도 무척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이어 김 대표는 "그런 일이 없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컬리는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사 내용에 대한 부인 보도자료를 낸 겁니다. 더불어 예정대로 상장을 지속적으로 추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제공=컬리

컬리 상장 철회 기사가 이처럼 주목을 끈 것은 컬리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만일 컬리가 상장에 성공한다면 이커머스 업체로는 첫 상장입니다. 유니콘 특례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인정받을지가 관심사입니다. 현재 컬리는 적자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컬리로서는 상장을 통한 자금 수혈이 시급합니다. 

당초 컬리는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컬리도 예전처럼 4조원을 인정 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증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데다 컬리의 적자 등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은 탓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4조원 이하 혹은 절반 수준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좁은 선택지

업계에서는 컬리가 상장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내년 2월 안에만 상장 작업을 마치면 되는 만큼 아직 시간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증시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따라서 상장 시기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컬리로서는 상장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다음 스텝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컬리가 쉽게 상장 철회를 선택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실적입니다. 증시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좋지 않다면 컬리로서는 보여줄 것이 실적밖에 없습니다. 실적이라도 좋아야 투자자들에게 성장 가능성을 어필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컬리의 실적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지만 반대로 2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입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에 따라 컬리가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시장에서 보는 컬리의 가치와 컬리가 판단한 가치의 차이가 클수록 컬리에게 불리합니다. 따라서 자금이 절실한 컬리가 시장을 통해 수혈을 원한다면 스스로 가치를 낮춰야 합니다.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컬리를 둘러싼 여러 요건들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컬리는 염두에 둬야 합니다.

컬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높습니다. '샛별배송'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보이며 혜성같이 등장했고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가야합니다. 이를 위해 상장은 필수입니다. 물론 상장 철회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컬리가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또 얼마의 가치를 인정받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