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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만년설' 지마켓이 녹고 있다

  • 2023.01.30(월) 06:50

지마켓, 개인정보 도용 사태 곤욕
신세계와 시너지도 아직은 '불투명' 
쿠팡·네이버·버티컬 공습에 '위기'

"지마켓 요즘도 있어?"

얼마 전 지마켓 개인정보 도용 사태가 있었을 때, 주변 지인들이 보인 반응입니다. "나도 예전 가입하긴 했는데... 확인해볼까"는 말도 덧붙여졌죠. 과거와 비교해 참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30대 중반인 제가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만해도 온라인 쇼핑의 모든 것은 지마켓으로 통했거든요. 옥션에서 운동화 등을 경매로 즐겨 팔며 '이득'이라고 좋아했던 친구도 기억이 납니다.

마치 현재 쿠팡의 위상과 같았달까요. 그새 시대가 변하긴 변했나 봅니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로켓배송, 새벽배송으로 대전환을 맞이했고요. 더 이상 오픈마켓 형태만을 유지하는 커머스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플랫폼 자체의 물류, 서비스 투자는 이제 상식이 됐습니다. 트렌드에 밀려 현재 '1세대 이커머스', '커머스 올드보이'로 불리는 지마켓은 과거의 영광이 무척 그리울 겁니다. 

물론 지마켓의 영향력은 현재도 '유효'합니다. 지난 2009년 이베이 매각에 이어 2021년 신세계 매각까지 파고를 넘어 꾸준히 생존해 왔습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17%, 쓱닷컴·지마켓 통합 15%, 쿠팡이 13% 수준입니다. 지마켓 단독으로 봐도 10%가 넘죠. 특히 신세계 인수 전까지만해도 흑자를 내는 커머스는 지마켓이 유일했습니다.

지마켓 실적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문제는 그 영향력이 최근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겁니다. 대내외적 상황이 위기입니다. 외부적으로 오픈마켓은 쿠팡, 네이버에 치이고, 패션·화장품 등은 전문몰(버티컬 커머스)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내부적으로도 뒤숭숭한 상황으로 전해집니다. 수년간 이베이의 한국 철수 시도가 이어지며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했고요. 이후 신세계와의 통합 작업도 원활치 않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이는 실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마켓은 신세계 이마트가 인수하기 직전 해였던 2020년 매출액 1조3000억원, 영업이익 8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영업적자 194억원을 내면서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525억원에 달합니다. 네이버 쿠팡의 양강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지마켓의 사업 모델인 오픈마켓이 위협받고 있는 탓이 큽니다. 

기대했던 신세계와의 시너지도 아직은 불투명합니다.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현재까지는 멤버십과 배송 서비스를 통합한 것에 불과합니다. 신세계는 지마켓 인수에 무려 3조600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습니다. 신세계 창사 이래 사상 최대 규모 M&A였죠. 이 때문에 당시 고평가 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비춰보면 아직까지 투자 대비 효용이 높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쇼핑앱 사용자수 순위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마켓의 가장 큰 우려는 '아재몰'이 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3월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10·20대가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몰에서 지마켓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쿠팡, 에이블리, 무신사, 11번가가 이름을 올렸죠. 지마켓이 등장하는 것은 30대 이후부터입니다. 이는 지마켓의 현재 상황을 말해주는 적나라한 지표일 겁니다. 

물론 지마켓도 할 말은 있을 겁니다. 과거 이베이는 번번이 한국 철수를 노렸습니다. 어떻게든 수익을 유지하며 현상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흑자야말로 성공적 '엑시트'를 위한 필수 지표니까요. 회사가 매각될 수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꾀하긴 힘들죠. 내부 결속력도 떨어지고요.

어찌보면 이번 개인정보 도용 사태도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인력은 물론 회사의 방향성마저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동안 내부가 무척 어수선했을 겁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빈틈을 돌아보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죠. 이는 결국 서비스의 허점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가장 뼈아픈 것은 이번 사태로 오랜 기간 지마켓을 써왔던 충성고객도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겁니다. 

지마켓이 이번 사태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현재 지마켓은 마치 만년설과 같습니다. 누구도 모르게 서서히 녹고 있습니다. '매각'이라는 핑계도 이제는 하기 어렵습니다. 신세계와 함께 한지 어느덧 1년이 넘었습니다. 이젠 '올드보이' 이미지를 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커머스 3위라는 안도감에 취해있기엔 시간이 너무 흘러버린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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