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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수입량 6위' 폴란드 맥주의 정체는?

  • 2023.02.07(화) 06:50

지난해 맥주 수입량 6위 국가 '폴란드'로 나타나
대부분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의 현지 생산 물량
벨기에·미국 수입 급감도 오비맥주 국내생산 영향

다양한 수입맥주/사진=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 이전, 편의점 '4캔 1만원' 행사가 이끄는 수입맥주의 영향력은 무시무시했습니다.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수출입통계자료를 보면 수입맥주의 등락을 잘 살펴볼 수 있는데요. 수입맥주 파워가 정점에 달했던 2018년 맥주 수입량은 38만7981톤에 달했습니다. 금액으로는 3억 달러(약 3600억원)가 넘었죠.

코로나19가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집콕 트렌드에 외부 술자리가 줄면서 수입맥주의 기세도 주춤해졌습니다. 전국에 깔려 있던 수입맥주 전문점들도 차례차례 문을 닫았죠.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위스키와 와인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했습니다. 

그 사이 수입맥주의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왔습니다. 2016년 이후 줄곧 일본에 이은 2위를 지켜왔던 중국은 일본 맥주의 몰락을 틈타 지난해 처음으로 수입량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1위를 차지했던 네덜란드가 2위를 차지했고 일본과 독일, 아일랜드, 폴란드가 차례로 3~6위였습니다.

최근 5년간 맥주 수입량 'TOP 5'/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여기서 잠깐, 낯선 이름이 하나 끼어 있죠? 네, 동유럽의 폴란드 말입니다. 수입맥주를 제법 마셔봤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폴란드산 맥주 브랜드를 하나만 대 보라고 하면 쉽지 않을 겁니다. 폴란드의 대표 맥주 브랜드는 지비예츠와 카르파키예, 에델마이스터 등이 있는데요. 참 생소하죠.

그런 폴란드산 맥주가 2018년 9위, 2019년 6위에 이어 2020년에는 '톱 5', 2021년엔 '톱 4'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도 6위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폴란드산 맥주는 1만6000톤이 넘습니다. 이 많은 폴란드산 맥주를 다 어디서 마시고 있는 걸까요. 

정답은 의외의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대표적인 편의점 인기 맥주 '크로넨버그 1664 블랑'입니다.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은 편의점에서 늘 인기 순위 5위권을 지키는 인기 밀맥주입니다. 라거만 마시던 국내 소비자들에게 호가든과 함께 밀맥주의 매력을 알려 준 제품이죠.

크로넨버그1664블랑 TV CF/사진제공=하이트진로

프랑스의 국민 맥주인 크로넨버그가 왜 여기 나오나 싶으신 분도 있을 텐데요.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은 폴란드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실제 제품 뒷면을 보면 제조사가 칼스버그 폴란드로 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죠. 우리가 마시는 '블랑'은 사실 폴란드산 맥주인 셈입니다.

프랑스의 크로넨버그 공장 규모가 작다 보니 국내 판매가 늘면서 폴란드 등에서 생산하게 된 것이라는 게 수입사인 하이트진로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실제로 폴란드산 맥주는 2017년까지 수입량이 200톤대로 미미했지만 2018년부터 1만톤을 웃돌게 됩니다. 반대로 프랑스산 맥주 수입량은 2017년 1만6000톤에서 지난해 1782톤으로 급감하죠. 크로넨버그 라거 역시 프랑스산이 아닌 덴마크산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크로넨버그1664블랑의 원산지는 폴란드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미국산 맥주와 벨기에산 맥주의 수입량 변동 역시 이같은 이유입니다. 미국과 벨기에의 대표 맥주인 버드와이저와 호가든을 오비맥주에서 국내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까지 5만톤을 훌쩍 넘겼던 벨기에 맥주 수입량은 2020년과 2021년 3만톤대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7000톤대로 급감했는데요. 이는 오비맥주가 수입으로 전환했던 호가든 공급을 국내 생산으로 전환한 때와 일치합니다. 호가든을 국내에서 생산하면서 벨기에산 호가든 수입량이 줄어든 거죠. 

미국 맥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2만톤대였던 미국맥주 수입량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만톤대로 급증하고 2021년과 2022년에는 다시 1만톤대로 급감합니다. 이는 일각에서 이야기하듯 미국 맥주의 인기가 오른 것도,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오비맥주가 2017년 버드와이저의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가 2020년 재개한 영향입니다.

미국의 대표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사진제공=오비맥주

오비맥주가 국내 생산한 호가든과 버드와이저는 현지 생산 맥주보다 맛이 없다며 '오가든', '오드와이저'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기사를 읽고 "내가 지금까지 폴란드 맥주를 프랑스 맥주로 알고 먹었다니!"하고 속상해하실 분들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어디서' 만들었냐보다는 '어떻게' 만들었냐가 맥주의 핵심입니다. 포장보다는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겠죠. 폴란드에서 만드는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이든, 광주에서 만드는 호가든이든 맛을 구별하기는 어렵다는 게 주류업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브랜드가 자기네 상품을 대충 만드는 곳에 이름을 쓰도록 해 주겠냐는 겁니다. 일리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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