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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기 전 불꽃? 백화점, 최고 실적에도 긴장한 까닭

  • 2023.02.10(금) 07:20

[워치전망대]백화점 3사, 지난해 모두 '방긋'
신세계 사상 최대 실적, 롯데 영업익 43% 증가
"불확실성 커져" 올해 역기저·경기침체 우려

백화점 3사가 지난해 나란히 웃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모두 실적이 반등했다. 엔데믹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억눌렸던 패션·뷰티 등 소비가 급증한 영향이다. 골프와 테니스 등 스포츠·야외 활동 수요가 늘어난 것도 주효했다. 다만 업계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기 상황에 자칫하면 올해 '역기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역사 새로 쓴 신세계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영업이익 4980억원, 매출 3조23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3%, 12% 증가한 수치다. 백화점의 매출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기존점 연간 매출은 10.7% 늘었고 4분기에는 해외패션(7.8%), 식품(14.8%)을 중심으로 5.8% 증가했다. 

주요 백화점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0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8.5% 늘었다. 매출은 2조4869억원으로 16.4%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6.9% 증가한 1499억원, 매출액은 4.8% 늘어난 6686억원이었다. 백화점 측은 센텀시티점에 업계 최대 규모 스포츠·여성패션 전문관을 구축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실적 도약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 추정치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연결기준(백화점·면세점 등 포함) 예상 영업이익은 3594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매출은 4조8202억원으로 35% 내외 증가가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영업정지, 면세점 부문 부진 등의 악재도 고려한 결과다. 

꺼지기 전 불꽃일까

다만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호실적의 배경이 주로 트렌드에 기인했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명품 오픈런으로 대표되는 보복 소비, 골프 테니스 붐에 의한 패션 부문 호조가 대표적이다. 이는 언제든지 다시 식을 수 있는 일시적 수요다. 부풀었던 열기가 식기 시작하면 언제든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역기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가장 큰 걱정은 경기 침체다. 특히 명품 소비 증가는 불황의 전조 현상으로 꼽힌다. 본격적인 침체가 오기 전 사람들은 고가 상품에 대한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작은 사치에 만족하려는 심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간 백화점의 실적이 상승세였던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05였던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 90으로 크게 떨어졌다. 

문제는 사람들의 소비력에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작은 사치'마저도 포기하는 소비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 일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과거 버블경제만 해도 일본 백화점은 전성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후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일본 백화점들은 연쇄 폐점하기 시작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의 호황도 '꺼지기 전 불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3사 올해 전략은백화점 3사도 이점을 알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경영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의 입지를 확실한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한다. 기존 매장을 고가의 브랜드로 리뉴얼하거나 스포츠 패션 등 전문점으로 탈바꿈시키는 식이다. 중저가는 자사 계열사 이커머스에 맡긴다. 이외에도 내수가 줄어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 확대도 꾀한다. 

롯데백화점은 미래 영토로 베트남을 점찍고 있다. 오는 8월 백화점, 호텔, 오피스 등 복합단지로 구성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베트남 하노이에 개점한다. 신세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신세계는 올 상반기 업계 최대 규모 영패션 전문관(센텀시티점), 하이엔드 골프 전문관(강남점) 등으로 오프라인 경쟁력을 높이고 SSG닷컴 신세계백화점몰 선물하기 서비스도 개편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도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지누스, 벤디스 등과의 시너지 창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올해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판교점 등 각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대대적 리뉴얼 작업을 진행한다. 연 면적 30만㎡ 규모의 복합쇼핑몰 '더현대 광주' 등의 신규 출점에도 속도를 낸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복소비와 엔데믹 등으로 실적 호조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큰 한해로 평가하고 있다"며 "올해 온·오프라인에 걸친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한편 본업 경쟁력을 높이는 등 내실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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