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도 '제로 슈거'가 대세
최근 주류업계의 대세는 '제로 소주'입니다. 소주에는 알코올의 역한 냄새를 가리기 위해 과당 등 다양한 감미료가 들어가는데요. 여기에서 과당을 빼 '제로 슈거'라는 콘셉트를 입힌 소주입니다.
이 제로 소주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건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새로'입니다. 탄산음료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전략을 소주 시장에 그대로 끌고 온 거죠. 새로는 출시되자마자 5000만병 이상 팔리며 진로로 떠났던 2030 소주파들을 되찾아 오는 데 성공합니다.
하이트진로도 진로를 리뉴얼해 '제로 슈거+16도' 제품으로 다시 내놨습니다. 2019년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품의 콘셉트를 3년여 만에 바꾼 겁니다. 새로를 벤치마킹했든 아니든 그만큼 소주 시장의 제로 트렌드가 뜨겁다는 뜻입니다.
그럼 소주의 '제로 슈거'는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까요. 몸에 좋지 않다는 액상과당을 얼마나 덜 먹게 되는 걸까요. '제로 슈거' 소주의 비밀을 살펴보겠습니다.
과당 뺐다더니…원래 0%
참이슬 후레쉬의 영양 정보 표기에 따르면 과당은 정제수와 주정에 이어 3번째로 표기돼 있습니다. 하지만 당류의 함량은 놀랍게도 '0%'입니다. 식품 표시기준 상 100㎖당 함량이 0.5g 미만이면 0으로 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주 한 병이 360㎖이니 실제로는 최대 1.5g 안팎의 과당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당 1.5g이 많은지 적은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250㎖ 콜라 한 캔에 들어간 당류는 약 27g입니다. 1티스푼이 약 5㎖ 정도이니, 티스푼 하나의 3분의 1도 안 되는 셈이죠.
열량도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참이슬 1병은 330㎉입니다. 제로 슈거를 내세운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새로는 324㎉입니다. 리뉴얼한 진로이즈백은 320㎉죠. 과당을 넣은 소주와 안 넣은 소주의 열량 차이는 6~10㎉ 차이에 불과합니다.
낮아진 도수도 감안해야 합니다. 처음처럼 새로와 리뉴얼한 진로는 도수를 16도로 낮췄죠. 그만큼 같은 용량의 소주에 알코올도 적게 들어갑니다. 이것만으로도 대략 7㎉ 정도가 줄어들죠. 과당을 뺌으로써 줄어든 칼로리는 거의 없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사실 소주업계는 그동안 꾸준히 소주에 들어가는 과당의 양을 줄여 왔습니다. 대신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등의 대체 감미료로 단 맛을 유지했죠. 실제 2019년만 해도 400㎉가 넘던 소주 1병의 칼로리는 3년여 만에 70㎉나 줄었습니다. 이 기간에 알코올 도수도 0.5도가 줄었지만 주 요인은 과당 함량 감소입니다.
기존 소주에도 썩 많이 들어 있지 않았던 과당을 빼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건강에 좋지 않은 과당을 제거한 건강 소주' 이미지를 얻은 셈입니다. 실제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하면서 '헬시 플레저 트렌드(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물론 과당을 뺌으로써 맛의 차이가 생길 수는 있습니다. 적은 양의 과당이라도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비중이 미미한 과당인데도 '제로 슈거'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부각되는 것은 아닐까요? 제품의 성공에는 마케팅의 힘도 중요하지만 진짜 품질로 승부하는 소주업계가 되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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