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연예인 술' 우후죽순…'반짝 흥행' 넘을까

  • 2025.10.21(화) 07:00

스타 인지도 내세운 술…'취향 소비' 자극
프리미엄 전략 기반…브랜드 가치 차별화
제품 혁신 부재…'팬심 한계' 극복은 숙제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국내 주류 시장에 '연예인 술'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며 '셀럽 주류'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단순 유명세에 기댄 출혈 경쟁과 일회성 소비 구조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선 지속 가능한 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너도나도 고급화

국내 연예인 주류 열풍의 시작을 알린 건 가수 박재범의 증류식 소주 '원소주'다. 박재범은 지난 2021년 주류 스타트업 '원스피리츠'를 설립하고 첫 제품으로 원소주를 내놨다. 출시 당시 한 병에 1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 하루 한정 수량 2000병이 1분 만에 완판되며 큰 화제가 됐다.

업계는 원소주를 증류식 소주가 지닌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한국 화폐 단위인 '원'과 태극기 건곤감리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패키지에 적용하는 등 한국의 상징성에 트렌디함을 결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원소주는 2030세대 사이에서 '프리미엄 소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CU가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한 하이볼 제품./사진=BGF리테일 제공

원소주의 성공 이후 연예인들의 주류 시장 진출은 줄을 이었다. 지난해에는 가수 성시경이 쌀 본연의 맛을 살린 탁주 '경탁주'를, 래퍼 최자는 복분자와 사과만 사용해 만든 '분자'를 각각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싼 맛에 마시는 술', '아저씨 술'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며 새로운 주류 문화를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방송인 신동엽은 위스키 브랜드 '블랙서클'을 출시했고,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은 전통주 브랜드 '압구정막걸리'를 내놨다. 가수 지드래곤은 최근 자신의 패션 브랜드인 '피스마이너스원'을 앞세워 하이볼 시장에 뛰어들었다. 연예인이 이름만 걸고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 콘셉트부터 맛, 디자인 등 개발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지속 가능성 시험대

업계에선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연예인의 주류 시장 진입을 부추긴 요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탄탄한 팬층에 기반한 초기 수요가 보장되는 건 물론 고가의 가격대로 판매하기도 수월해서다. 실제로 연예인 술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제품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일종의 '연예인 프리미엄 값'인 셈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주류 소비층인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에도 제격이라는 평가다. 최근 젊은 세대는 술을 단순한 음주 수단이 아닌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이 연예인 술을 소비하는 것은 경험의 확장이자,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인증 문화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 술이 '반짝 흥행' 이후 꾸준한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원소주는 한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지만 현재는 초반과 같은 열기를 잇지 못하고 있다. 경쟁 제품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관심이 빠르게 식은 탓이다. 출시와 동시에 화제를 모았던 임창정의 '소주 한잔', 김보성 '의리남 소주', 윤미래 '미래 소주' 등은 이미 단종 수순을 밟았다.

편의점 주류 매대./사진=윤서영 기자 sy@

이에 따라 연예인 주류가 장기적인 성장을 만들기 위해선 팬심에 의존한 마케팅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는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 더 매력적인 제품이 등장하면 곧바로 옮겨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또꾸준한 제품 혁신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 브랜드 유입 요소를 늘리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발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주류 시장은 초반과 중장기 온도 차이가 명확하다. 처음에는 '누가 만들었느냐'가 소비자 사이에서 통할지라도 결국에는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며 "성장 여지는 여전히 크지만, 진정성 있는 브랜드 스토리와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생명력이 짧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