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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후' 흔들리자 LG생건도 흔들렸다

  • 2026.02.03(화) 07:20

성장세 꺾인 '더후'…원톱 구조 한계 노출
브랜드는 많은데…포스트 더후 공백 여전
중국 잃고 미국 멀고…해외 전략 재편 압박

/그래픽=비즈워치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국내 화장품을 대표하던 LG생활건강 주력 브랜드 '더후'가 바닥없는 추락을 이어가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둔화가 단순한 부진이 아닌, 한 브랜드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것이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의 브랜드 성장 전략이 전반적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체력이 없다

LG생활건강은 현재 더후를 비롯해 총 24개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럭셔리부터 더마코스메틱, 클린뷰티까지 전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브랜드 라인업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최근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향후 브랜드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문제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듯 보이는 외형과 달리, 매출 구조는 '원톱 체제'에 고착화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LG생활건강의 전체 화장품 매출 중 절반 가량은 더후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G생활건강에서 더후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화장품 사업을 견인할 만한 브랜드가 없다는 의미다.

이런 더후로의 쏠림 현상은 과거 'K뷰티 전성기' 시기엔 강력한 성장 동력이었다. 더후는 지난 2014년부터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성장을 거듭했다. 덕분에 2013년 2037억원이던 더후의 연간 매출은 이듬해 431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후 4년 뒤인 2018년에는 연매출이 2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최초 기록이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러나 이 같은 성공 공식은 외부 환경 변화와 맞물리면서 곧 리스크로 돌아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더후의 핵심 유통 창구 중 하나였던 면세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내에서는 '궈차오(國潮·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화장품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성장을 떠받쳐온 양대 축이 동시에 흔들리자 더후 역시 경쟁력이 약화했다.

결과는 숫자로 명확히 나타났다. 지난해 더후 매출은 전년 대비 4500억원 줄어든 1조1021억원을 거두며 사실상 9년 전으로 후퇴했다. 이런 여파로 같은 기간 LG생활건강 뷰티 부문 매출도 전년 대비 16.5% 감소한 2조3500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단일 브랜드에 의존한 사업 구조가 전체 실적 악화로 직결된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제2의 '더후'는

업계에서는 더후를 대체할 차세대 브랜드가 뚜렷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면세, 백화점 등 전통 채널을 축소하고 더후의 비중을 낮추고 있다. 대신 로드숍(가두점)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더페이스샵(TFS)'과 '빌리프', 'CNP'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더페이스샵은 전체 화장품 매출의 10%, 빌리프와 CNP는 각각 3%, 4%에 불과했다.

이는 '궁중 피부과학'이라는 콘셉트가 명확한 더후와 달리, 여타 브랜드들은 정체성을 각인시킬 만큼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더페이스샵은 현재 '미감수' 라인을 제외하곤 히트 상품이 부재한 상황이다. 빌리프와 CNP도 더마코스메틱 수요 확대 흐름에서 경쟁 브랜드 대비 차별화된 대표 제품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실적 부진에 따른 투자 여력이 제한되면서 더후만큼 단기간에 외형을 키울 수 있는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비즈워치

LG생활건강이 해외 시장 흐름 재편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K뷰티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권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114억달러·16조5528억원) 중 미국이 22억달러(3조1944억원)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 비중은 수년째 10% 안팎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에 맞춘 구조 전환이 LG생활건강이 풀어야 할 최대 숙제로 꼽힌다. 단기 실적 회복보다 중장기 성장 전략을 재설계해 지속 가능한 성장 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더페이스샵 미감수 브라이트 제품들./사진=LG생활건강 제공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은 성장 국면에 올라탄 브랜드들을 앞세워 임팩트 있는 '히어로'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기존 브랜드의 무분별한 품목 확장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디지털 커머스, 헬스앤뷰티(H&B) 스토어는 물론 북미와 일본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채널과 해외 시장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글로벌 확장을 병행한 것과 달리, LG생활건강은 더후 이후 성장 그림을 상대적으로 늦게 그렸다"며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서 더후가 존재감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포스트 더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게 LG생활건강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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