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백화점과 마트 사업을 동시에 재편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핵심 자산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골자다. 오프라인 유통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압박이 맞물리면서 효율화를 넘어 '생존형 전략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택과 집중
롯데쇼핑 향후 전략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핵심 점포 중심의 자산 재편, 그로서리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 물류·해외를 통한 성장 동력 확보다. 점포 수를 무작정 늘리는 과거의 방식 대신 '수익 나는 곳에 집중하고, 부진한 곳은 과감히 정리하는' 방식이다.
현재 롯데쇼핑의 사업부별 실적 차이는 극명하게 갈린다. 백화점 부문은 2023년 이후 매출 3조3000억원대를 유지하며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영업이익은 504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7% 급증하며 압도적인 수익 창출력을 증명했다. 백화점이 사실상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의 90%를 책임지는 '캐시카우'인 셈이다.
반면 할인점(마트) 부문은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매출은 2023년 5조7347억원에서 2024년 5조5765억원, 2025년 5조4713억원으로 매년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873억원에서 650억원으로 급감하다 지난해 결국 7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전체 매출 구성비에서 마트와 슈퍼를 합친 국내 비중은 38%로 가장 크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이커머스 역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으로서는 마트 적자와 이커머스 부진이 동시에 이어지며 백화점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된 상태다. 결국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을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고서는 회사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이번 재편의 이유다.
고치거나 문 닫거나
롯데쇼핑은 수익성이 검증된 백화점 사업에 '핵심 점포 집중 투자' 카드를 꺼냈다. 2032년까지 이어지는 로드맵에 따라 올해 인천점을 시작으로 2029년 부산점, 2030년 본점, 2032년 잠실점 등 핵심 4대 거점의 리뉴얼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잠실과 명동 등 상권 경쟁력이 높은 '롯데타운'에 자원을 몰아 집객력과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리뉴얼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인천점은 '매출 1조원 점포' 등극을 목표로 경기 서부권 최대 규모의 '럭셔리 패션관'을 오픈했다. 올 상반기에는 하이엔드 주얼리를 갖춘 '럭셔리 전문관'을 추가로 선보인다.
노원점은 면적의 80%를 재단장해 뷰티와 키즈를 결합한 체험형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지난달 31일에는 노원점 지하 1층에 프리미엄 식료품점 '레피세리'를 오픈했다. 대구점은 '수성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춘 브랜드 재편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와 동시에 '군살 빼기'도 진행 중이다. 수익성이 낮은 분당점은 지난달 30일 영업을 종료했다. 영등포점 역시 무리한 임차료 대신 실익을 택하며 입찰을 포기했다. 이는 저효율 자산 정리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핵심 입지에 재투자해 '자산 리밸런싱'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백화점의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 백화점은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F&B, 문화 전시, 팝업스토어가 결합된 '체험형 랜드마크'를 지향한다. 이는 백화점 업계가 고객들의 발길을 백화점에 더 머물게 해 오프라인만의 '경험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 매출 증가로 연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적자 탈출 위한 구조 재편
마트 사업 재편의 핵심은 '그로서리(식료품) 전문화'와 '디지털 전환'이다. 롯데마트는 기존 비식품까지 아우르던 종합 유통 모델을 넘어 식품 비중을 확대한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빠르게 변모 중이다. 공산품과 생필품 시장의 주도권이 이미 쿠팡 등 이커머스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신선식품과 즉석 먹거리는 여전히 마트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를 위해 도입된 '그랑 그로서리' 확대와 '신선지능' 프로젝트는 롯데마트의 사활이 걸린 위기 대응책이다.
수익성의 발목을 잡던 물류 구조 역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에 나선다. 특히 오는 8월 완공 예정인 부산 '제타 스마트센터'는 롯데 마트 사업의 명운을 가를 핵심 인프라다. 영국 오카도(Ocado)의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이 센터는 약 4만㎡ 부지에서 AI 로봇이 상품 선별부터 포장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다. 일 3만건 이상의 처리 능력과 함께 배송 효율을 2배 이상 높일 전망이다.
해외 시장도 롯데쇼핑이 놓칠 수 없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실제로 베트남 사업은 5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하며 국내 부진을 메우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인구 구조상 내수 소비가 폭발적인 동남아는 규제와 경쟁에 막힌 국내 마트 사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인도네시아 발리점 등에 도입된 '하이브리드형 매장'은 현지의 열악한 유통 인프라를 역이용한 전략이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대상 도매 매출까지 한 번에 잡음으로써 점포당 가동률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오는 6월 베트남 박장점, 7월 떠이닌점 신규 출점 역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선점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쇼핑의 실적 구조상 마트의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하면 백화점이 벌어온 수익을 마트가 잠식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단순한 점포 리뉴얼을 넘어 물류 자동화와 해외 사업 비중 확대를 통해 사업 모델 자체를 완전히 재정립해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