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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에도 'AI 바람'…쇼호스트 역할이 바뀐다

  • 2026.06.17(수) 10:00

연중기획[AX 인사이트 3.0]
운영 효율·비용 절감…홈쇼핑 성장 카드
사람과 AI 공존…'하이브리드 모델' 부상

/그래픽=비즈워치

# 지난 5월. NS홈쇼핑에서는 항구를 배경으로 국내산 실속 고등어를 판매하는 방송이 20분간 이어졌다. 쇼호스트는 짧은 시간동안 '100% 손질 고등어', '2만원대에 44팩'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상품의 강점을 전달했다. 구매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압축적으로 제시해 직관적이면서도 깔끔한 방송 진행이 돋보였다.

이 방송은 일반적인 홈쇼핑 방송과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방송 화면에 등장한 쇼호스트가 실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가상 인물'이라는 점이다. 표정과 몸짓, 쇼호스트 특유의 생동감 있는 음성, 상품 설명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AI 여부를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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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AI 기술은 단순 안내나 고객 응대에 활용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품 소개부터 판매까지 담당하는 쇼호스트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생성형 AI와 디지털 휴먼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이 담당하던 TV홈쇼핑 쇼호스트의 목소리와 표정, 진행 방식을 구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루시톡라이브 방송 화면./사진=롯데홈쇼핑 제공

이런 AI 쇼호스트를 앞세우는 건 NS홈쇼핑뿐만이 아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한 가상 인간 쇼호스트 '루시'를 통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루시톡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4년 2월 론칭 이후 현재까지 루시톡라이브의 누적 주문액은 약 500억원이다. 여기에 같은 시간대 타 방송과 비교했을 때 주문 실적도 50% 높다는 게 롯데홈쇼핑의 설명이다.

SK스토아는 같은 해 7월부터 방송에 AI 쇼호스트를 도입하고 있다. AI 성우와 립간(LipGAN) 기술을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음성과 입술 움직임, 다채로운 의상과 모션 등 기존 쇼호스트에 가까운 생동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실시간 메시지 입력에 따른 음성 생성과 립싱크, 방송 상황에 맞춘 캐릭터의 동작·시선·표정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변화시키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처럼 홈쇼핑 업계에서 AI 쇼호스트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된 분위기다. 심야 시간대나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24시간 방송 체계를 구축하는 등 운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비용 효율화까지 노려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NS홈쇼핑에 따르면 하나의 생방송 프로그램 기준 투입되는 인력은 쇼호스트와 PD, 카메라 감독, 음향감독, 조명감독 등 10여 명 이상이다. 하지만 이번 실속 고등어 방송은 PD와 사전 CG디자이너, 음향 담당자 3명이 작업을 진행했다.공존하는 시대

AI 쇼호스트의 또 다른 장점은 '예측 가능한 방송 운영 시스템'이다. 사생활 논란이나 과거 행적 문제, 돌발 발언 등 쇼호스트 개인을 둘러싼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 홈쇼핑에서는 일부 쇼호스트의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동이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홈쇼핑 업계는 향후 AI를 계속해서 고도화해 나가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롯데홈쇼핑은 대화형·상호작용 기능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S홈쇼핑의 경우 상품군과 타깃 고객층별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AI 쇼핑호스트 캐릭터들을 제작 중에 있다. SK스토아는 고객마다 완전히 다른 화면을 보여주는 '초개인화 홈쇼핑'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다만 AI가 인간 쇼호스트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홈쇼핑 방송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 상품 설명이 아닌 소비자와의 소통, 신뢰 형성, 구매 욕구 자극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한 쇼호스트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또 직접 상품을 사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을 설득하는 것에도 유리하다.

AI 쇼호스트가 적용된 SK스토아의 방송 화면./사진=SK스토아 제공

반면 현재의 AI 쇼호스트는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하고 있다. 돌발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고객과의 교감 측면에서는 한계를 보인다는 뜻이다. 특히 고가 상품이나 건기식(건강기능식품), 뷰티 제품 등 소비자의 신뢰가 중요한 분야일수록 기존 쇼호스트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업계는 '역할 재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I와 인간 쇼호스트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를 들어 AI 쇼호스트가 기본 상품 설명, 다국어 방송, 고객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면 인간 쇼호스트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과 진정성 전달, 브랜드 스토리텔링 등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방송 효율성과 소비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쇼호스트 확산은 단순히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는 문제가 아니라 쇼호스트라는 직업의 역할과 경쟁력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며 "AI가 반복 업무를 맡고 인간이 관계와 신뢰를 구축하는 구조가 홈쇼핑 산업의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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