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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라 쓰고 '차감'이라 읽는다?…한화생명 '즉시연금' 쟁점은 

  • 2019.06.13(목) 11:29

즉시연금 2차공판…'만기보험금 고려' 약관 해석 엇갈려
한화생명, 약관 설명의무 위반했는지도 쟁점
17일 금감원 종합검사 앞둬…업계 불똥튈까 촉각

수천억원대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한화생명 '즉시연금보험 과소지급' 관련 2차 공판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쟁점은 한화생명이 즉시연금(즉시형 상속연금형 환급플랜) 약관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여부 등이었다.

한화생명 '즉시형 상속연금형 환급플랜'은 목돈을 보험료로 내면 공시이율을 적용해 발생한 이자를 매월 연금액처럼 지급받는 상품이다. 10년~20년뒤엔 가입당시 낸 보험료도 다시 돌려받는다.

보험가입자가 보험료를 내면 보험사는 보험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를 떼고 남은 금액을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가 1억원이면 사업비를 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해 발생한 이자를 매월 가입자에게 연금처럼 지급하고 다시 만기때 1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험사가 지급한 연금월액이 당초 예시된 금액보다 작으면서 시작됐다. 보험사가 사업비를 떼 만기시 돌려줘야하는 납입원금이 모자란 만큼 매월 지급하는 연금월액에서 일정부분을 떼 만기보험금 재원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약관에 제대로 명시됐는지에 따라 재판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

◇ '고려하여'를 '차감'으로 해석할 수 있나

이날 한화생명 측 변호인과 가입자측 변호인은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라는 약관의 문구 해석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한화생명 즉시연금 약관에는 '연금개시 때의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이 상품의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상당액에서 고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선택한 기간(10년, 15년, 20년) 동안 (연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측 변호인은 약관상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라는 부분이 '만기보험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월액에서 차감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반면 가입자측은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라는 부분을 '차감한다'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입자측 변호인은 "약관에 나와있는 '고려'라는 문구가 '차감'의 의미로 해석하기에는 표현이 명확치 않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사업비로 차감한 금액은 지급하기로 한 보험금과 별개로 자산운용 수익 등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생명 변호인은 "보험료를 납부하면 사업비, 위험보험료가 차감되는 것에 대해서는 원고(가입자측)도 이의가 없는 걸로 안다"며 "1억원을 납부하면 (사업비를 제하고) 책임준비금 내지 보험금 지급 재원이 9500만원 정도인데 원고는 9500만원에서 발생한 이자를 모두 가져가고 만기시 부족한 500만원을 피고(보험사)가 알아서 채워 지급하라는 주장인데 이는 정기예금만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입자들은 약관상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라는 문구를 '차감한다'로 정확히 써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연금월액 계산방법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연금월액을 공시이율로 계산한 다음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에서 차감하는 것이 아니라, 만기보험금이 1억원 지급될 것을 고려해 연금월액이 계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약관 설명의무 위반했나

이날 공판에서 한화생명이 약관상 내용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화생명 변호인은 "설명의무 관련 가장 핵심은 무엇을 설명해야 하느냐인데 기본적으로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가 차감돼 보험금 지급 재원에서 제외된다는 부분은 (가입자들이) 기본적으로 다 알고 있고 설명이 되는 부분"이라며 "원고가 말한 연금월액 예시금액은 '종신플랜'으로 '환급플랜'에서는 더 적은 금액이 예시되고 두 금액이 차이가 난다는 부분이 설명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보험금 지급재원인 9500만원에 공시이율을 곱한 모든 금액을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설명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입자측은 산출방법서가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아닌 만큼 약관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생존연금으로 받는 연금월액에서 떼 만기보험금을 준다는 구조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약관 문구에 대한 해석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달할지 여부가 관건이 됐다.

양측은 오는 8월 21일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다시금 반론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가입자측 변호인은 "쌍방간의 주장처럼 보험약관에 연금월액에서 떼 만기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명시되었는지, 명시되지 않았다면 계약자들에게 명확히 설명이 됐는지가 앞으로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종합검사 불똥 튀나

즉시연금 분쟁이 금감원과 보험금 지급여부를 놓고 생보사들이 갈등을 빚은 끝에 법정다툼으로 번진만큼 오는 17일 금감원 종합검사를 앞둔 한화생명은 검사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상태다. 차후 검사를 앞둔 생보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이 보복성검사 논란이 일자 종합검사에서 즉시연금은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연금보험 전체의 보험모집과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금감원은 앞서 즉시연금보험의 분쟁조정을 통해 '해당 약관이 가입자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내용을 담지 못했다며 미지급된(만기보험금 재원으로 떼어낸)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일부는 분쟁조정결과를 받아들여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금감원이 유사사례에 대해 보험업계 전체에 일괄지급을 권고하자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이를 거부했다. 보험금 지급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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