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DLF(파생결합상품)사태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와 더불어 '공모' 방식에 비해 규제가 느슨한 '사모' 방식을 택해 규제를 회피한 영향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은 1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DLF사태는) 공모펀드에는 적용되는 규제가 사모펀드에는 적용되지 않아 투자자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DLF, 사모방식으로 공모규제 회피
금융당국은 이번 DLF사태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와 동시에 금융회사들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모 방식을 택하면서 투자자 보호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이번 DLF사태는 기초자산, 손익결정구조 등 실질적으로 유사한 구조의 상품을 쪼개어 판매하는 사모펀드 형식을 취해 공모규제를 회피했다"고 설명했다.
공모펀드의 경우 ▲펀드 설정 시 감독당국에 사전등록(증권신고서 제출) ▲일반투자자 판매 시 적합성 및 적정성 원칙 적용 ▲분산투자 의무 적용 ▲투자설명서 교부 및 파생상품 판매 시 위험지표 공시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반면 사모펀드의 경우 펀드 설정 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며 적합성·적정성 원칙과 분산투자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의무도 없다.
은 위원장은 "이번 DLF의 경우 발행사, 운용사, 판매사간 상호협의를 통해 사모펀드로 설정,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각종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공모펀드였다면 전액을 투자하지 않게 돼 이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아울러 고위험상품이 원금보장에 대한 신뢰가 높은 은행에서 판매된 점도 문제였다"고 짚었다.
◇ DLF, 8000억 판매-1900억 손실 위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금리 연계형·영-미 CMS금리 연계형 DLF는 총 7950억원 어치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까지 만기가 도래했거나 중도상환된 금액은 2080억원으로 손실률은 52.7%(1095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5870억원의 경우 최근 독일 국채금리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상승해 예상손실률은 13.3%(782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총 손실액은 1877억원, 총 손실률은 23.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실금액 중 일부 투자건수에 대해서는 투자자성향 임의 상향, 날인 누락, 무자격자 판매, 녹취 누락, 설명의무 미흡, 부적합 확인서 미비 등의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 8일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건수는 총 268건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손실이 확정된 대표적인 사례를 대상으로 내달 중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불완전판매 여부와 배상비율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나머지 분쟁조정건의 경우 분쟁조정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은행에 합의권고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은 이번 DLF 판매 과정에서 은행의 책임이 구체화 할 경우 은행 CEO 등 경영진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며 금융감독원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금감원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며 제재도 금감원에서 하게 된다"며 "다만 CEO의 압박이 있었는지, CEO 책임 아래 판매가 이뤄졌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는 고위험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모 규제 회피 선제적 차단 ▲고난도 사모펀드 은행 판매 제한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금융회사 경영진 책임 명확화 등의 내용이 담긴 개선방안을 내놨다.
금융위는 이날 내놓은 방안을 토대로 2주동안 의견을 수렴, 최종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