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콕 사고였을 뿐인데 몸을 다쳐서 보험금을 청구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자전거에서 덜컹하는 수준의 충격이었을 뿐이었는데 보험금 청구 기준이 없다보니 가입자도 보험사도 모두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인 상황인 거죠."
보험개발원이 올해 주요 사업 과제로 손해보험 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내걸었다.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운영에 따른 맹점을 없애는 한편 신상품 개발을 돕기 위해 관련 정보수집 및 분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11일 보험개발원은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최근 손해율 증가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자동차·실손의료보험 구조 개선을 위해 관련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맞아 침체된 보험산업을 재도약시킨다는 취지에서다.
먼저 경미 차량 사고에 따르는 인적피해 보상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경미 차량 사고에 따르는 차량손상 수리 기준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반영돼 있지만 인적 부상과 관련한 보상 기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러다보니 보험가입자가 경미 사고 시 보상심리를 반영해 보험금을 과도하게 청구하거나 가입자 간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이 일어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자동차보험 신뢰도와 형평성까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년여 간 자동차 범퍼 코팅막이나 페인트 등이 벗겨지는 경미 손상 사고를 계기로 지급된 인적 부상 합의금은 850억원에 달한다. 충분히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기준이 없다보니 작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험개발원은 관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학계와 함께 보상 현황과 제도 등 분석 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10월 구축한 세계자동차기술연구위원회(RCAR) 연례회의 워킹그룹에서 관련 국제 논의도 시작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자동차보험 원가지수도 개발하기로 했다. 자동차보험 원가지수는 진료비·수리비·부품비 등 보험 주요 원가 변동 추이를 알기 쉽게 지표화한 것이다. 보험료 변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적정 보험료 수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코자 하는 취지다.
실손보험 개선 작업 지원에도 나선다. 작년 상반기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129.1%로 치솟았다.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인력과 비용 등 문제로 정확한 정보를 모으기가 어려워 현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
보험개발원은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진료행위를 분석하고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는 등 비급여 진료비가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관련 정보 분석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보험금 청구 절차 간소화 및 전산화 작업 지원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강호 보험개발원장이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정체된 보험 산업의 재도약과 생존역량 강화를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며 "손해율 악화로 지속가능성에 위협을 받고 있는 보험 상품의 문제 해결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장 개척 지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수가 많아짐에 따라 유병자 대상 보험 상품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착안, 서울대와 공동 개발한 주요 질환 예측모형을 활용해 유병자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상품개발도 지원한다.
스마트온 펫산책보험, 공유차량 운전자보험, 해외 플랫폼 근로자용 상품 등 다양한 맞춤형 신상품 개발 활성화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외 관련 통계 수집 분석을 통해 위험을 세분화한 초단기 상품개발 설계에도 관심을 갖겠다는 설명이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관련, 재무영향 금리민감도 분석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지난해 시작한 관련 시스템(ARK) 개선 작업도 추진한다. 반려동물 진료비 청구시스템(POS)과 차량정보 통합조회 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통해 시장 육성과 업무 효율화 작업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