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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금융법 대가에게 듣는 금융정책

  • 2021.05.27(목) 10:00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 인터뷰  
10년 준비 끝 금융법 서적 대거 출간
"규제·감독 균형, 금융교육 강화 필요"

최근 서점가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상호저축은행법, 외국환거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자본시장법 등 금융법 서적들이 연이어 출간됐다. 올해만 5권, 지난해 출간된 책까지 합하면 10권에 육박한다. 금융 관련 법 서적은 그 자체로 드문 편이다. 은행법이나 보험법 정도가 일반적인데, 이외에 권역에 대해 세부적으로 책을 내는 경우 또한 흔치 않다.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 책들을 쓴 저자가 한 사람이란 사실이다. 9권의 금융법 책 모두 이상복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의 저서다. 1년에 한 권도 쓰기 쉽지 않아 보이는 금융법 전문서적들을 어떻게 연달아 출간할 수 있었을까. 

법률가 출신의 금융법 전문가이자 예비 법조인들을 가르치는 교수, 현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이상복 교수를 만나 그 비결을 물어봤다. 차기 금융감독원장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기도 한 이 교수에게 현재 금융시장과 정책에 대한 조언도 구했다.

사법연수원 28기인 이상복 교수는 변호사로 일하다 미국 스탠퍼드 로스쿨 방문학자, 숭실대 법대 교수를 거쳐 서강대 로스쿨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강대 로스쿨 원장,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정책 심의위원, 관세청 정부업무 자체평가위원, 한국공항공사 비상임이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등 금융정책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했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

10년의 결실…금융법 책에 대한 갈증을 풀다

많은 금융법 책이 한꺼번에 나오게 된 배경을 묻자 이 교수는 먼저 변호사로 일하다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연유부터 들려줬다. 2007년 초 로스쿨 법이 통과되면서 대학들이 앞다퉈 실무 출신의 교수 영입에 나섰고 이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형편도 넉넉지 않고 마음속엔 항상 기업 경영의 꿈을 막연히 가져온 터라 교수가 돼서도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처음엔 여러 번 고사도 했지만 결국 저는 지금 학교에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법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진로부터 법률 상담까지 다양한 소통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고 확신이 섰죠."

2007년 숭실대에서 처음 교편을 잡고 교육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굳힌 게 2011년 초쯤이다. 그 사이 이 교수는 평소 금융법 관련 책이 많지 않은 사실이 항상 신경이 쓰였다. 업계에서도 그를 만나면 이런 상황을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한번 써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 초반부터 틈틈이 은행법,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법들을 모조리 훑어가기 시작했다. 

학교 내 보직에 더해 2015년부터 금융위 증선위원까지 맡는 등 여유가 많지 않았지만 밤낮으로 시간을 쪼개 지난해 드디어 금융행정, 금융상품, 금융기관, 금융시장 등 4권의 금융법 강의책을 새롭게 펴냈다.

"금융법을 들여다보면 각 권역별로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별법보다는 각 업권의 진입규제 등 권역별로 접근했습니다. 쉽게 말해 위, 아래가 아닌 옆으로 보는 것이죠. 시장에서 상인이 물건을 팔고 누군가 관리하듯 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을 사고팔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개념으로 보면 쉽습니다."

디지털 금융법 관련 추가 출간 준비

금융법 총론 격인 4권의 저서에 이어 올해는 자본시장법을 필두로 각론식의 개별법 책을 줄줄이 내고 있다. 기존에 다뤄졌던 은행과 보험 외에 시중에는 없지만 업계에서 꼭 필요로 하는 법률에 집중하면서 자본시장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법이 나왔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역시 지난해 나온 책 내용이 포함됐지만 올해 실제 시행령이 통과되고 감독규정과 세칙이 나와서 들여다본 결과 하위규정에 위임한 것이 많았다. 금융업계와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반영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출간을 했다. 업계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꼽는 외국환거래법도 중요성이 큰 데 반해 기존에 마땅한 책이 없었다. 마침 변호사 시절 실제 관련 사건을 다룬 경험도 있어 공을 들여 집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외부감사법과 최근 디지털 금융, 가상자산 등과 맞물려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신용정보법, 특정금융정보법, 전자금융거래법과 관련해서도 저서를 준비 중이다.

"혁신과 규제, 디지털 금융과 관련된 대표적인 법들이고 업계에서 가장 관심이 많지만 참고할 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분량이 크지 않아 개별 책으로 내긴 어렵지만 금융실명법에 대해서도 업계에서 상당히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빠진 후 금융법 전반에 올인

이 교수가 여러 법 중 왜 하필 금융법을 파게 됐는지도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이미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금융법에 푹 빠졌다. 증권거래소에서 증권거래법 관련 전문직원 연수를 받았는데 다양한 길이 열려있었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이거다 싶었다.

"고민이 많았죠. 당시엔 거래소로 가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마침 당시 주말에 TV 삼국지에서 조조가 동탁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도망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변방으로 가서 실력을 키워 돌아오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저도 일단 조조처럼 멀리 가보기로 한 거죠."

거래소에서 일하면서 증권거래법을 깊이 들여다봤고 증권법학회를 만들고 2000년 재경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도 받았다. 그러면서 증권거래법을 공부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이후 이 교수는 자본시장법만 보는 것은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개별 금융 법률이 상호작용을 한다고 보고 금융법 전체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도 파기 시작했다.  

규제 늘면 감독 완화가 트렌드....금융교육 더 중요

법을 들여다보면 정책이 보인다. 증선위 활동은 물론 금감원 분조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통해서도 금융시장을 꾸준히 들여다본 그다. 금융법 대가가 바라보는 금융시장과 정책은 어떨까. 

2년 전부터 시장을 달군 사모펀드 사태와 이에 대한 정책 및 감독 실패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어려운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규제가 강화되고 감독은 완화되는 흐름에 주목했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것이다.

"규제가 강화되면 어느 정도 감독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다시 규제를 완화하면 감독을 강화하는 식이죠. 이런 과정에서는 자본시장에서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사모펀드 사태도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금융교육이라고 판단했다. 2001년 첫 책을 집필할 때부터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의 경우 재무나 금융교육이 여전히 미흡한 편입니다. 사모펀드 사태가 터진 것도 소비자와 판매사들이 잘 모르고 상품을 사고판 부분이 크죠. 실제로 업계를 들여다보면 소비자는 물론 판매 직원들에 대해서도 교육하기 쉽지 않은 여건입니다. 결국 사전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느냐 완화하느냐보다 금융교육이 먼저입니다." 최근 금융교육협의회를 만들고 금소법을 마련하는 것도 같은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특금법 등 가상자산 관련해서는 좀 더 들여다보는 중이다. 전 세계가 급작스럽게 팽창되는 환경인 만큼 국내외 당국자 입장에서는 규제와 관리 방법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성과 감성 조화돼야...두 번째 소설도 준비 중

마지막 질문은 이 교수의 또 다른 독특한 이력에 대한 얘기로 갈음했다. 이 교수는 다수의 법학 서적 외에 소설과 에세이를 썼다. 그의 저서 중에는 자신의 순탄치 않았던 삶의 이야기를 녹인 '모래무지와 두우쟁이', 평소 써온 글을 모아 낸 '방황도 힘이 된다'가 있다. 

금융법과 소설이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묻자 그는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는 사상가이자 철학가였고 법학자 루소 역시 소설을 썼다고 답했다.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분명하다는 얘기다. "법을 집행하고 연구할 때도 이성과 감성이 모두 중요합니다. 실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루소의 감성과 칸트의 이성을 항상 강조하죠." 

이를 실천이라도 하듯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두 번째 소설까지 준비 중이다. 이번엔 이 땅의 지친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성적인 법학자가 쓴 두 번째 감성 소설은 어떨까. 이 교수는 이미 탈고까지 마친 상태로 금융법 관련 책들이 마무리된 후 선을 보이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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