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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슈어테크 살아남기]②마이데이터 '기회' 플랫폼 규제 '악재' 

  • 2021.08.10(화) 14:06

온라인보험 접근성 확대 어려워, 매출·수익 제자리  
부족한 고객정보 '마이데이터'로 장벽 허물 수도
금융당국 '플랫폼 규제' 마련…방향성, 심도 관건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문화 일상화가 금융의 디지털전환을 가속화 하고 있지만 보험 쪽은 다른 모습이다. 비대면 플랫폼을 무기로 보험에 진출한 빅테크, 인슈어테크들은 오히려 비대면 영역 확대의 한계를 실감하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의 한계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금융당국이 플랫폼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를 준비 중인 점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온라인보험 접근성, 매출 확대에 한계 

보험은 이체나, 송금, 주가 확인 등 매일 이용하거나 접근성이 높은 여타 금융과 달리 사고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보험에 가입할 때, 이미 가입한 내용을 분석할 때 이외에는 접근성이 낮다. 

즉 보험만으로는 일상생활에서 플랫폼에 꾸준히 접근하게 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계속적인 경험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상생활 위험을 실시간으로 보장하는 다양한 미니보험이 나오고 있지만 이도 한계가 있다. 대부분 소비자가 상품을 잘 모르거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보험사도 건당 보험료가 낮아 매출에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에 큰 비용을 쏟지 않는다. 

비대면 플랫폼에서 보험상품 매출 확대가 쉽지 않은 이유다. 토스인슈어런스, 보맵 등 핀테크, 인슈어테크 기업들이 비대면 플랫폼을 가지고도 별도로 보험을 설명하고 가입설계를 돕는 설계사를 채용하는 이유기도 하다. ▷관련기사: [인슈어테크 살아남기]①비대면 한계 드러낸 GA 실험(8월9일)

하지만 이 같은 변주도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정규직 설계사 채용을 통해 본격적으로 설계사 조직 확대에 나섰던 토스인슈어런스는 올해 설계사 규모를 200명까지 늘리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현재 1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30명 수준이던 설계사를 2020년 86명까지 확대했지만 신규 모집실적(매출)은 11억원대에서 7억원대로 오히려 줄었다.

토스인슈어런스 관계자는 "현재 정규직 설계사 규모 100명 정도를 유지하면서 사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찾으면 그다음 스텝에서 규모 확대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최근 신규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을 통해 정규직 설계사 채용을 시작한 보맵 역시 설계사 규모를 크게 가져가지는 않을 계획이다. 고객 수요가 어느 정도일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빅테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7월 GA 'NF보험서비스'를 설립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페이 역시 GA인 인바이유를 인수해 최근 KP보험서비스로 사명을 바꿨으나 설계사를 통한 영업은 하지 않고 별도로 대형GA와 협업해 고객이 원할 경우 GA에 연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양한 디지털환경이 열리는 가운데서도 보험은 아직까지 초기 진입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설계사는 이미 몇 년 전 대형GA에서 시도한 바 있지만 실패했다"라며 "더욱이 비대면이 주인 플랫폼에서 고객이 요청한 인바운드만을 통해 보험을 설명하고 가입시키는 것은 영업적인 측면에서 매출 확대가 사실상 어렵다"라고 말했다.

인슈어테크에 더 좁은 문

보험만을 기반으로 한 인슈어테크에는 이 같은 상황이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금융전반을 아우르는 빅테크나 핀테크와 달리 인슈어테크는 보험 외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보험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접근성도 높지 않아 지속적이고 새로운 고객 확보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을 핀테크, 빅테크 플랫폼에서도 제공하고 있어 고객 입장에서는 큰 차별성을 느끼기도 어렵다. 

인슈어테크 자체 역량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보험사와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플랫폼을 통해 보험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인슈어테크 플랫폼에서 고객 접근성을 크게 높인다고 해도 가입단계에서는 보험사 플랫폼으로 넘어가야해 여기서 연계성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면 매출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보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쉽고 직관적인 UX, UI를 제공한다고 해도 보험 가입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라며 "가입을 위해 보험사 홈페이지로 넘어가면서 다시 어렵게 느끼는 고객들이 많아 보험계약 체결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 대표적인 인슈어테크 기업인 보맵의 경우 마이데이터 사업권 확보 등 다양한 시장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3년 연속 매출액이 2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 내에서도 보험매출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은데 '인슈어테크'일 경우 보험만으로 고객과의 접근성을 끌어내야 해 더더욱 어려울 수 있다"라며 "아직 비대면 플랫폼만을 통한 보험의 접근은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플랫폼 규제 방향성 관건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비대면 환경에서의 보험 플랫폼 한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보험 가입이 제한적인 것은 소비자들이 혼자서 보험상품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껴서이기도 하지만 가입장벽이 높은 탓도 있다. 보험사가 고객 정보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 가입 조건을 더 까다롭게 하거나 제한을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활용이 가능할 경우 비대면을 통한 온라인보험 가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 금융권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비롯해 일상생활과 관련된 정보들도 확인하거나 활용이 가능해진다. 보험사는 비대면 환경에서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고객에게 더 새로운 맞춤형 상품과 경험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규제체계 마련을 앞둔 점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당국은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플랫폼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마련을 준비 중이다. 이들에 대한 직접 제재 근거가 없어 최근 문제가 불거져도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보험권에서는 플랫폼의 보험판매 모집과 관련한 규제 점검이 핵심이며, 플랫폼에 대한 보험대리점 허용 등 제도권 안에 포용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GA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어 현재도 규제하고는 있지만 직접 GA를 허용하는 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대면 채널 중심으로 짜인 규제가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는 맞지 않아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권 플랫폼 규제 마련을 위해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9월 중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의 GA 허용 여부, 보험판매 시 상품, 수수료 기준을 비롯해 수수료 정보 등을 소비자가 확인할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단 플랫폼 관련 규제는 보험사들 역시 이견이 갈리고 있고 핀테크 업체들의 방향성도 서로 다른 만큼 이례적으로 많은 토론 패널이 참여할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보험사를 비롯해 핀테크 업체들의 상황이 다 다르고 아직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실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 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사업은 기존 규제의 허점에서 나오는데 이를 하나의 틀 안에서 일률적으로 규제하겠다고 했을 때 시장을 막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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