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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데자뷰…당근·채찍 동시에 내건 정은보

  • 2021.11.04(목) 06:55

종합검사 사실상 폐지 시사…계열사 정보공유 원활히
가계부채 당근도 "줄이되 실수요자 피해업게 해달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데자뷰였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지주 회장단들과 첫 간담회를 갖은 자리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확실한 연착륙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면서도 금융지주들이 좀 더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감독방향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이후 은행들의 부수·겸영업무 확대 등 을 내건 행보와 비슷하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으로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정 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금융지주들 걱정 덜어준 정은보

이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단에게 풀어준 선물보따리는 좀더 완화된 검사 체계다. 전임 금융감독원장이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부활시켰던 종합검사를 폐지를 시사한 것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던 시장친화적인 감독체계의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란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경영관리, 내부통제, 수익성 등을 한번에 들여다보는 것이다. 한번에 금융사의 모든 항목을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니 금융사들에게는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시행된다는 말이 돌면 모두 긴장상태에 돌입해야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를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를 위해 도입했다고 밝혀왔지만 금융사 내부에서는 보복성 검사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같은 종합검사에 대해 "현행 검사체계는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예방,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과 검사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체계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종합검사 폐지를 시사한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금융지주 내 계열사들의 시너지 강화를 위한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했다. 정은보 원장은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정보공유를 좀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지주회사 내 한 금융사가 고객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다른 계열사와 공유하기 위해서는 고객정보 제공 동의 없인 영업과 마케팅 목적의 정보 공유가 불가능하다. 당장 마이데이터 산업의 본격적인 도입을 한달여 앞두고 있는 금융지주 내 계열사들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중 하나인 금융지주내 한 가족의 정보를 쉽게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시행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좀 더 금융회사를 믿고 맡기겠다는 방침도 선언했다. 정 원장은 "금소법의 안정적 정착과 내실있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연말까지 계도 위주의 감독을 지속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실태 평가의 실시주기도 1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되 나머지는 금융회사가 자체적인 점검을 통해 자율적인 소비자보호기능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지주차원에서 관리해달라 주문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를 금융지주 차원에서 나서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달 말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의 차질없는 이행을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에 노력해달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와 서민,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단 하마디였지만, 이 한마디에는 많은 것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부채 증가량 4~5%이내,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기도입 등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당장 금융지주들은 주 수익원인 이자이익의 감소세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한국은행이 지난 8월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1.50%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신을 핵심영업을 하는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이 수혜를 누릴 수도 없게 됐다. 

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가계부채 관련 내용은 한마디뿐이었지만 많은 것이 녹아있다"며 "당장 DSR규제에 맞춰 대출을 해줄 경우 대출총량을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 서민,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우려되는 부분은 내년부터는 고신용자, 고소득자들 보다 일정수준의 신용점수 구간의 차주들이 돈을 더 쉽게 빌릴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며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의 내건 모든 것을 맞추면서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차주당 대출총액이 많은 고신용자, 고소득자보다는 중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해줘야 하게될 것이란 얘기"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내년부터는 고신용자, 중신용자, 저신용자 중에서는 중신용자(KCB 820점 이하~670점 이상)이 가장 대출 받기가 수월하는 신용점수의 역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임무를 부여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한도와 금리는 줄이는 반면 중·저신용자들에게는 두달가량의 이자까지 지원해주면서 대출을 해주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것이 전 금융업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르다면 고승범 위원장은 채찍을 먼저 보인 이후 당근을 내걸었다면 정은보 원장은 당근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채찍은 나중에 보여준 모양새"라며 "결국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게 다시금 증명되면서 내년 가계여신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미리 점검하고 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이와 관련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에 투자자문업 개방 방안 검토, 겸영·부수업무 확대 검토 등을 선언하며 시장친화적인 행보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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