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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총받는 시중은행, 수수료와 '헤어질 결심'

  • 2023.01.30(월) 06:11

'이자 잔치' 논란에 이체 수수료 면제 나서
취약차주위해 중도상환수수료도 한시적 면제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수수료 면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속 서민들의 한숨과는 별개로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역대급 수익을 올린데 이어 '성과급 파티' 논란이 일자,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수수료 전면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금융권에서는 실효성 없는 눈 가리기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체 수수료 0원…실효성은 '글쎄'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이달부터 모바일 및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 면제를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선제적으로 수수료 영구 면제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12월 30일 한용구 신임 행장이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임원들의 반대에도 추진 방침을 밝힌 지 이틀 만에 실제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한 행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그동안 우리가 이익을 많이 냈으니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면제를 시키자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그간 많은 임원들의 반대가 있었다"라며 "재무 쪽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후보가 바라던 방향이었고 저 역시 적극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결단'으로 임기 시작한 한용구 신한은행장(12월 30일)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펼치긴 했지만 시중은행으로는 첫 도전이다. 그동안 시중은행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일간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펼치기가 어려웠다.

보통 모바일 및 인터넷 뱅킹에서 타행으로 이체할 경우 건당 500원, 타행으로 자동 이체할 경우 건당 300원씩 납부해야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이체 수수료 면제로 연 100억원 정도의 비이자이익 손실을 감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말 기준 신한은행의 연간 비이자이익(6776억원)의 1.48% 정도 비중이다.

국민과 농협은행도 같은 정책을 내놨다. 국민은행도 지난 19일부터 KB스타뱅킹을 비롯한 모바일뱅킹 및 인터넷뱅킹의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를 모두 면제했다. 농협은행도 오는 3월부터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NH올원뱅크의 전자금융 이체 수수료를 완전히 면제하기로 했다.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 수수료 면제 움직임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현재 이체 수수료 전면 면제를 검토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이체 수수료 면제는 고금리·고물가 등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 책임 일환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이익을 생각해서 진행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금융권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은행이 주요 소비자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는 만큼 실제 면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체 수수료 면제는 해당 은행으로 급여 이체, 신규 가입, 이벤트 등을 통해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적용받고 있어 특별한 혜택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상품 가입 하나만으로도 이체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고객의 99%가 이미 면제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 수수료 면제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은행의 금융 소비자 혜택 확대 움직임이 '이자 잔치' 비판에 대한 눈속임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은행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이어 높은 성과급까지 챙겨가며 고금리 대출로 소비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자 잔치' 논란에 금융당국도 압박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가상자산 관련 금융 리스크 점검 토론회 이후 "은행은 대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라며 "은행들은 이익의 3분의 2를 주주 환원과 성과급에 쓴다면 최소한 나머지 3분의 1은 금융 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체 수수료 면제에 이은 중도상환해약금 면제

금융 당국의 압박에 시중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은 이체 수수료 면제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을 포함한 금융 소비자 혜택 지원 프로그램도 내놨다.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지난 18일부터 22년말 기준 가계대출(신용대출·전세자금대출·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신용등급 하위 30%를 대상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해약금을 최대 1년 동안 전면 면제한다. 우리은행도 지난 2일부터 신용등급 5구간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중도상환해약금을 1년간 면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6일부터 1년 동안 상환일 직전 월말 기준 신용등급 하위 50% 차주에게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10일부터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차주에게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할 계획이다.

농협은행도 이런 행보에 동참했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보유한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차주(지난해 12월말 기준)에게 1년간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적용 여부 확인 후 자동으로 면제할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행보가 추후 금융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수수료 면제 혜택은 소비자에게 일시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은행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있어 적절하지는 않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은행들은 너무 과도하게 이자 수익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를 바꾸려면 수수료 수익 증가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금리 시대에는 괜찮지만, 저금리 시대가 되면 수수료 이익을 대출 이자 등으로 메우기 위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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