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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고 순익 증가율'에도 아쉬운 우리금융

  • 2023.02.08(수) 17:50

[워치전망대]
작년 순익 3조1693억원…지주 설립 이후 최대
우리은행서만 2조9198억원…비은행 미미했던 덕

우리금융지주도 연간 실적 새 역사를 썼다. 특히 연간 순이익 증가율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기도 하다.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수익지표가 크게 꺾인 보험사와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순익 증가 폭을 기록하는 핵심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순익 성장세가 가팔랐던 것은 은행의 순익 비중이 높아진 탓인데 반대로 비은행 계열사가 약하다는 점도 나타났다. '양적'으로는 내세울만하지만 '질적'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였다. 

우리금융지주 분기별 순익 및 순이자마진 추이 /그래픽=비즈니스 워치

우리은행 순익, 신한·국민 턱밑까지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3조16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전년도 2조5880억원과 비교해 22.5%나 늘린 실적이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순익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익은 사실상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모두 책임졌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순익은 2조9198억원으로 전 계열사 실적 중 83.8%를 담당했다. 계열사들이 낸 총 순익(단순 합계)은 3조4813억원이다. 

우리은행만 따로 놓고 보면 지난해 시장금리 상승의 호재를 여실히 누리면서도 장사를 유독 잘했다. 가계대출 이탈은 최소화 하면서도 기업대출은 최대한 끌어모으며 핵심자산인 대출자산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33조8700억원으로 2021년도 말과 비교해 3.6% 줄었다. 기업대출 잔액의 경우 157조891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7.5% 늘었다.

이미 실적을 내놓은 경쟁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약 6%가량 줄고 기업대출은 7~9%가량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자산은 지켜냈고 기업대출자산은 다른 은행 못지 않게 키우 것이다. 

대출자산 성장은 시장금리 상승과 시너지를 내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7조4180억원으로 전년도 5조9220억원과 비교해 25.3%나 뛰었다. 

특히 우리은행은 큰 폭으로 순익을 끌어 올리면서 하나은행과의 3등 경쟁을 넘어 KB국민은행과 2위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게 됐다. 신한은행이 3조450억원, KB국민은행이 2조9960억원의 연간 순익을 냈는데 우리은행은 국민은행과 순익 차이가 762억원밖에 나지 않는다. 

아쉬운 최고실적과 순익 성장률

지주 전체 실적과 순익 성장률만 두고 보면 괄목할 만하다. 하지만 보험사와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금융그룹 치고는 빈약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이 같은 성적표를 내는 기반이 됐다는 게 문제다.

지주 설립 이후 줄곧 보험사와 증권사 인수가 최우선 과제라고 외쳤지만, 풀지 못한 숙제가 호실적의 배경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앞서 실적을 내놓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의 경우 보험사와 증권사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실적이 크게 꺾이면서 지주 전체의 실적 성장을 제한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이들과 달리 실적 성장세를 갉아먹을 보험사와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어 금융지주 중 가장 큰 순익 증가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셈이다.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들이 실적도 미미하다. 우리금융이 보유한 비은행 계열사는 총 12곳에 달하지만 숫자만 많을 뿐 비중 있는 순익을 내는 계열사를 찾기 어렵다.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정도는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205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2% 증가한 수준이다. 우리금융캐피탈도 2021년과 비교해 30.4%증가한 1830억원의 순익을 냈다. 

나머지 계열사 중 우리종합금융(918억원), 우리자산신탁(603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106억원)을 제외한 7개의 계열사는 모두 100억원대의 순익을 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들은 사업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 비중을 40%대로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비은행 순익 비중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금융지주의 성적표를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올해 수장에 오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후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임 후보는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NH농협증권과 합병시켜 NH투자증권을 탄생시킨 인물이다. 현재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 내 농협은행 다음가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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