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산 속도가 무섭게 빠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애플리케이션(앱, App)을 통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시중은행들도 모바일로 금융 상품을 이용하면 우대금리 혜택을 주는 등 비대면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권의 금리 경쟁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 인프라 마련을 주도했다.▷관련기사: 폰에서 신용대출 갈아탄다…대환대출 '빅뱅'(5월30일)
하지만 이용객이 점점 줄어드는 은행 지점의 폐쇄는 전보다 어려워졌다. 은행들이 수익성만 따져 지점을 없애버리니 고령층 등 금융 소비자 불편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은 디지털금융을 기반으로 비대면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도,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점도 유지해야 하는 겹부담을 지게 됐다.
속도내는 비대면 금융 서비스
지난달 31일 비대면으로 개인 신용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금융 소비자들은 크게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일 오후 1시 기준 총 6787건, 1806억원의 대출 자산이 이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시작 4영업일째에 불과해 현재 이용하고 있는 대출보다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이 추천되는 등 서비스가 완전하지 않지만 이용자는 점점 늘고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종전에는 온라인에서 더 조건이 나은 대출상품을 찾더라도 실제 대환을 하려면 직접 해당 지점을 방문해 최소 이틀(2영업일)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에서 15분 정도면 대환대출이 시행된다는 게 이용자 입장에서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영업점 방문 없이 더 낮은 금리의 신규 대출로 대환이 가능하다"며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목적은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산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TV를 이용해 화상 상담으로 예·적금과 신용대출 등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금융정보도 제공하는 신한홈뱅크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1개월가량 시범운영한 뒤 예·적금과 신용대출, 퇴직연금 등 금융 상품 신규까지 이어지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후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고, NH농협은행은 모바일 아파트대출과 전세대출 등 비대면 무방문대출 관련 이벤트를 실시한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이 할인어음과 무역금융을 비대면으로 실행하면 대출금리를 최대 1.3%포인트 낮춰주는 등 기업금융 분야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업무전반에 도입되면서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특히 금융사 입장에선 비대면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도 금리우대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점 폐쇄 장벽은 더 높아져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는 가운데 내방객이 점점 줄어드는 지점(점포)은 줄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점 폐쇄는 이전보다 더 까다로워졌다. 금융위가 사전영향평가절차를 강화하고 소비자 제공 정보 확대, 피해 최소화 실질적 지원방안 등을 담은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관련 규제를 강화해서다.
앞으로는 현금 입·출금이 가능한 일반 입출금자동화기기(ATM)은 지점 대체수단으로 인정되지 않고, 사전영향평가에 참여하는 외부 전문가도 2명(기존 1명)으로 늘어난다. 사전영향평가 항목도 소비자 불편 최소화 항목이 추가되고, 은행들의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 기간도 연 1회에서 연 4회(분기별)로 늘어난다. ▷관련기사: 은행, 대체점포 없이 지점 못 없앤다…'ATM 불인정' (4월13일)
당국의 방안은 은행이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춰 지점을 없앴다는 지적이 불거진 게 배경이다. 이 때문에 고령층 등 지역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여론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권에서는 비대면과 대면 양쪽 사업 방식에서 모두 부담을 지게 됐다는 불평이 나온다. 대세가 된 비대면 확대로 금융사 간 금리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이자이익이 줄게 되는데, 이용객이 뜸해진 지점을 줄이지 못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금융 상품을 이용하고 오프라인 지점보다 디지털 창구 이용자가 더 늘어나는 등 디지털 경험이 충분해지면 당국도 지점 없애는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금융사들이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지점 폐쇄에 대한 대비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완벽한 수준이 아닌 만큼 지점에서 이뤄지는 대면 서비스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지점이 줄어드는 속도가 빠를수록 고용불안이 심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비대면으로 금융 상품을 판매하면 고령층은 물론 다수 소비자가 관련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고령자를 위한 앱 개발 등의 투자가 여전히 부족하고 비대면 서비스가 대면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만큼 지점 폐쇄에 대해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