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종료가 약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KB금융지주 안팎이 벌써 소란스러운 모습이다.
그간에는 KB금융지주내 부회장 3인중 차기 회장이 나올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섣부르게 예단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판 다시 짜여지는 KB금융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르면 오는 8월, 늦어도 9월중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실상 '장기집권' 해왔던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20일 종료되면서다.
현재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으로 검토하고 있는 인원은 총 20명이다. 내부 후보자 10명과 외부 후보자 10명으로 구성된 후보자군을 정해놓고 위원회에서 검토중이다. 이를 10명 안팎으로 추리는 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약 10년간 KB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윤종규 회장이 연임을 포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 KB사태로 어수선했던 내부조직을 빠르게 추스른데 이어 공격적인 M&A로 KB금융지주를 리딩금융그룹으로 키웠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그가 정관상 한 차례 추가 연임이 가능한 만큼 장수 CEO로 좀 더 남아주기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이 장기 CEO를 두고 사실상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연임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자연스럽게 차기 회장 가능성이 높은 인사는 윤종규 회장이 직접 경영승계프로그램을 짜며 능력검증을 해왔던 3인의 부회장과 한명의 총괄부문장중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윤종규 회장은 최근 몇년새 지주내 부회장직을 신설해 허인, 양종희, 이동철 등 주요 계열사의 수장을 맡았던 인사들을 앉혔다. 아울러 금융권의 유리천장을 깨 온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를 총괄부문장으로 임명했다.
특히 3인 부회장의 경우 그간 경력을 쌓아온 핵심 업무외에 다른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기회도 줬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핵심 인사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은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지주 3인의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핵심 업무를 담당해왔다"라며 "내부 출신중 차기 회장자리를 둔 경쟁은 3인 부회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변수 만든 이복현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정을 위한 작업은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벌써 군불을 때기 시작한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앞서 타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이 일종의 압력을 가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B금융지주의 경우 지주 회장 선임을 위한 스케줄은 정해져 있고 개별적인 스케줄에 대해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 받는 행동은 안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말부터 대형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과 관련해 말을 꺼내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졌었던 만큼 이를 잠재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상대적으로 승계 프로그램도 잘 짜여져 있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으나 최근에 점검을 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의견을 드렸으며 앞으로 필요하다면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해 구두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권 사정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핵심은 개선 여지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라며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