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지주의 한 축인 경남은행에서 562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약 700억원 횡령 사고 이후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관련기사: 700억 털리는 동안…'우리은행도 금감원도 한 게 없다'(2022년 7월26일)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를 개인의 일탈을 넘어 경남은행 조직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보고 있다. 이에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임직원 등에 대한 책임까지 묻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2일 경남은행으로부터 횡령 사고에 대해 보고받은 이후 긴급 현장점검에 나선 결과 약 562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20일 투자금융부서에서 근무하는 사고자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한 결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자금 77억9000만원의 횡령 혐의를 포착해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튿날인 21일 금감원은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했고 지난 1일 기준 484억원의 추가 횡령 혐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금감원은 사고자가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하면서 횡령 및 유용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자는 약 15년간 동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 자금을 임의로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했다"며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 및 부당사항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서울 소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에 검사반을 투입해 사고 경위와 추가 횡령사고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사고자 관련 대출을 포함해 경남은행의 PF 대출 취급과 자금 입출금 현황을 전수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이 단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봤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 사고 발생 직후인 작년 5월 모든 은행에 자금관리체계 등 자체 점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를 포함한 시기에 초대형 횡령사고가 있었던 게 뒤늦게 드러난 셈이다.▷관련기사: 정은보 "우리은행 횡령, 엄정 조치…제도개선 추진"(2022년 5월3일)
이 관계자는 "은행의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다"라며 "내부통제 실패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행 측은 "횡령 혐의와 관련해 사고자를 검찰에 고소했다"며 "구체적인 사안은 추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