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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의 그림자…부작용도 '스멀스멀'

  • 2023.11.27(월) 06:02

금리인상 자제의 부작용…가계부채 증가 이끌어
중·소상공인 금융지원…다중채무자 늘리면 어쩌나

은행들이 추진하고 있는 상생금융이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상생을 표방하며 각종 대출의 금리를 낮춰주고 있는 데, 이것이 대출의 문턱을 낮춰 가계부채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은행들은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자 부담 완화 정책을 고민중이다. 상대적으로 중·소상공인의 경우 다중채무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의 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생의 부작용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계신용은 1875조6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2분기 1861조3000억원보다 14조3000억원 늘어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가계신용의 증가세는 주춤했다. 1분기 가계신용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14조4000억원 감소했다. 2분기에도 분기별 평균 증가치보다 적은 8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3분기에 가계신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빚 내서 집 사자'라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17조3000억원이나 늘어나면서 가계신용 증가를 이끌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금리가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이 늘어난 것은 금융회사의 상생금융 추진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생금융 실현을 위해 은행들은 금융상품의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했다. 서민들의 고통을 감내하자는 취지였다. 조달금리가 상승해도 대출금리는 끌어올리지 않았다. 이같은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3%수준까지 내려왔다. 

은행 여신 부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특례보금자리론 등과 같은 정책상품이 워낙 빌리기 좋게 나와 수요가 몰린 측면도 있지만 은행 스스로도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한 영향도 있다고 본다"라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금융당국의 상생이 서로 엇박자를 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중·소상공인 집중하는 '상생'…다중채무자 키우나

금융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이후 추가 상생방안을 고민중이다. 상생방안은 각 사마다 다르지만 중·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안을 중심으로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은 금융취약계층과 중·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가장 시름하는 대출차주들이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이 다중채무자 규모를 늘리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중·소상공인은 사업 운전자금을 금융회사로부터 조달한 이후 추가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개인 신용대출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사업이 실패할 경우 중·소상공인 대출 뿐만 아니라 가계대출까지 부실화 하는 연쇄 부실화의 가능성이 높다. 중·소상공인 대출이 숨겨진 뇌관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큰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폭 확대한다면 겉으로는 이들의 이자부담을 낮춰주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여력이 조금이라도 생긴 이들이 가계대출을 추가로 받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중·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중소기업대출로 취급되고 그 사용처가 사업 운전자금 등으로 한정되는 측면이 있지만 개인이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 그 사용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라며 "중·소상공인중 등록된 법인과 해당 법인을 운영하는 주체가 따로 받은 신용대출이 있는 경우 분명히 다중채무자지만 이 규모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이 이자부담을 낮춰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추가로 개인 가계대출을 받도록 여력을 만들어 주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라며 "차주들을 좀 더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현재 마땅한 방안을 강구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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