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실제 배상비율은 20~60% 정도가 될 전망이다. 과거 해외금리 연계형 DLF(파생결합상품) 배상비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ELS가 DLF보다 대중화된 상품이고 구조가 졍형화된 점 등을 이유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불완전판매가 다수 발생한 원인인 내부통제 부적절 등과 관련한 CEO(최고경영자) 책임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검사결과를 조속히 정리해 제재 절차를 신속히 개시하고 법규와 절차에 따라 구체적인 제재 범위와 수준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11일 H지수 ELS 검사결과와 분쟁조정기준을 발표했다. 불완전판매가 드러난 판매사들의 기본배상비율은 20~40%, 투자자 고려요소로 ±45%포인트의 가산 및 감산요소가 적용된다.
평균 배상비율 20~60% 예상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을 보면 투자자에 따라 손실배상비율은 0%에서 최대 100%까지 가능하다. 판매자나 투자자 일방의 책임만 인정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H지수 ELS 투자자들의 배상비율은 20~60% 선에 형성될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하고 있다. 2019년 발생한 DLF 사태의 배상비율 40~80%보다 낮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DLF와는 다른 상품특성과 소비자보호 환경변화를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DLF는 비정형적이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상품구조인 반면 ELS는 장기간 판매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중화된 상품으로 상품구조가 정형화된 점 등도 DLF와 차이가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DLF 사태와 비교해 상품 특성과 소비자 보호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하면 판매사 책임이 더 인정되기 어려워 DLF보다 배상비율이 더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장조사 분포를 보면 20~60%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투자자 책임과 관련해선 DLF 사태 당시 상한을 뒀던 반면 H지수 ELS는 상한이 없다"며 "(투자자 고려요소) 구성을 보면 과거 투자자의 투자 경험과 상품이해도에 본인 책임을 인정하는 요소가 있는데 이는 절대적 기준보다는 상대적인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H지수 ELS 투자자들 중에선 손실에 앞서 수익을 거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투자자의 과거 투자경험과 수익규모 등은 투자자 책임 요인 고려 시 감안하는 요인 중 하나로 과거 수익을 배상금액과 직접 상계하지는 않기로 했다.
투자자별로 아직 만기가 남아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만기 도래 후 확정된 손실에 대해 이번 조정기준안에 따라 산정된 배상비율을 적용해 배상금액이 결정된다.
판매사 자율배상, 제재 시 참작…"추후 결정"
이복현 금감원장은 과징금 등 제재 수위 산정 시 자율배상 여부를 반영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판매사들의 선제적 자율배상을 주문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법적 다툼 장기화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판매사와 투자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감원은 제재 수위 등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사실관계 등은 분석을 마무리하고 제재 수준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는 분쟁 조정에 방점을 두고 있고 본격적인 제도개선이 시작되면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추가 사실조사와 검토를 거처 대표사례 분쟁조정위원회 등은 약 2~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표사례 분조위는 분조위 회부를 시작으로 조정결정 통보와 당사자 수락 혹은 불수락, 양 당사자 모두 수락 시 조정성립 등 절차를 거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결과를 조속히 정리해 제재절차를 신속히 개시할 것"이라며 "판매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여부와 수준 등은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추후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제재는 관련 법령에 따라 별도로 검토될 사안으로 그 동안 정립된 제재기준 등을 감안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