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제도(IFRS17) 이후 실적 불확실성과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중소형 보험사들이 '외부 수혈'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분위기다. 다른 보험사 핵심 인재를 최고경영자(CEO)로 과감하게 스카웃하는 한편, 체질개선을 위해 업권을 넘나드는 인적 쇄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DGB금융지주는 그룹임원인사위원회를 열고 iM라이프 새 대표이사로 신한라이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경원 재무그룹장 겸 부사장을 선임했다.
1972년생인 박 신임 대표는 2004년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에서 재무, 상품,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지낸 뒤 2019년 오렌지라이프 재무 부문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21년부터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합병으로 출범한 신한라이프 CFO를 맡았다.
앞선 신한라이프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한 데다, 대표이사를 맡기엔 비교적 어린 나이라 내부에서도 박 신임 대표의 이동을 점치는 사람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27일 하나손해보험은 대표이사 산하에 보상서비스본부를 신설하고 임규삼 삼성화재서비스 상무를 선임했다. 임 상무의 경우 지난해 배성완 전 삼성화재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한데 이은 추가 인사 영입이다.
배 대표는 1992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GA사업부장 및 장기보험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이번 하나손보로 적을 옮긴 임 상무 역시 1992년 삼성화재에 첫발을 내딛고 자동차보험 보상 실무를 시작으로 인사, 기획, 자동차 및 장기보험 보상업무를 두루 거쳤다.
특히 중소형사들이 대형사 인력 모시기에 나선 건 지난해 도입된 IFRS17 이후 흔들리고 있는 재무상황과 맞물린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iM라이프의 올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44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2% 하락한 가운데, 상반기 건전성(K-ICS) 비율은 192.6%로 직전 분기 대비 40%포인트 넘게 악화했다. 경과조치 적용 전은 130%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밑돈다.
하나금융이 지난 2020년 5월 교직원공제회로부터 더케이손보 지분 7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된 하나손보는 사옥 매각익이 반영된 2021년을 제외하면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핵심 역량인 재무·상품·서비스 등 사업부문별 인재 수혈이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월과 7월 김승환 보험서비스 부문 대표와 정성원 상품전략본부장을 삼성화재에서 영입한 미래에셋생명의 올 3분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전년동기대비 29.6% 증가한 2743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손보 주력인 건강·상해보험 CSM이 56.2% 증가한 1493억원으로 신계약 CSM 성장을 견인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데다, 시장 정점에 있는 대형사들의 DNA를 이식할 수 있어 이 같은 인력 확보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