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 강행 및 연기 후폭풍에 보험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제지에 조기상환 일정을 하반기로 일단 미룬 상태지만 롯데손보 뿐 아니라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보완자본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려는 보험사들의 발행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오는 3분기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기준을 130%로 낮출 예정이지만 보험사들의 재무 부담은 여전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기상환 미룬 롯데손보, 다른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은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올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킥스 비율 150%를 충족하지 못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고, 이후 조기상환 강행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한 만큼 자본확충 후 상환 요건을 갖춰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손보의 경우 조기상환 기간이 도래한 이번 후순위채를 제외하면 다른 후순위채 조기상환일 도래 시점은 내년 12월로 여유가 있다. 현 시점에선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상환 조건을 위한 자본확충만 주력하면 된다. 이후 지속적인 자본확충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재정비할 시간은 남아있다는 게 시장 평가다.
하지만 이번 롯데손보 사태로 중소형 보험사 재무 건전성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들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경우 통상적인 조기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손보를 비롯해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금리가 시장에서 높게 형성되기도 했다.
올 연말까지 조기상환 시점이 도래하는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은 약 9400억원 규모다. 이 중 푸본현대생명과 동양생명의 작년 말 기준 킥스 비율은 각각 157.3%와 155.5%로 조기상환 기준인 150%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외에 ABL생명(153.7%)과 한화생명(163.7%), 현대해상(157%) 등도 킥스 비율 관리가 필요한 곳으로 꼽힌다.

킥스 130%로 낮아져도…발행 부담 커질 듯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조기상환 기준을 킥스 비율 150%로 설정한 것은 후순위채가 보완자본으로써 역할을 해서다. 재무상황 악화 시 보험 계약자와 일반 채권자 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후순위채를 손실흡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상환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는 의미다.
다만 킥스 제도 전환과 새 회계제도 도입 등으로 보험사 규제 기준 정비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후순위채 조기 상환 등에 적용하는 킥스 기준을 130%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3분기까지 법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보험사 킥스 문턱 '150%→130%'로…3분기 내 적용(4월29일)
이 경우 보험사들은 보완자본 확충을 통한 킥스 비율 관리에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금융당국이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 킥스도 도입할 예정이지만 자본확충 난이도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라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보험사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후순위채 발행 여건 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재무여건 악화로 조기상환 도래 시점에 상환이 어려어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조기상환을 위한 킥스 비율 요건이 130%로 낮아지지만 킥스 산출기준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조기상환 요건 충족을 위한 충분한 버퍼를 보유하지 않은 회사는 투자수요 부진으로 목표 물량만큼 발행하지 못하거나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회계 관계자는 "보통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보험사들은 킥스 비율 관리가 필요한 중소형보험사가 대부분인데 신규 발행 시 이자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킥스 비율이 130%로 낮아져도 발행이나 상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