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리모델링 해드려요"
최근 보험가입 광고를 보면 기존에 가입했던 보험이 보장하지 않거나 겹치기 보장으로 필요 이상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광고의 목적은 새 보험 상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요.
내 금융 정보를 종합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도 가입한 보험 상품을 분석해 보장이 부족한 부분을 파악, 가입할 만한 보험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보험의 홍수인 시대죠.
특히 법인보험대리점(GA)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보험상품 가입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으로 갈아타는 '승환계약'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부당승환'이란 부작용도 발생합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서도 이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민인데요. 보험가입 주체인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설계사 경쟁에 부당승환 증가
부당승환은 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도록 하고(계약 해지) 신계약을 청약하게 하는 일종의 '보험 갈아타기'를 말합니다. 현행 보험업법에선 부당승환을 불법행위로 금지하고 있는데요.
부당승환이 늘어나게 된 원인으로는 보험 설계사가 판매수수료 증대 등을 위한 보험 리모델링, 보장 강화를 명목으로 이미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를 동종 혹은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하는 행위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GA의 대형화와 자회사형 GA 증가 등으로 보험판매 시장에서 설계사 영입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문제인데요.
특히 다수의 설계사를 확보해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게 중요해지면서 경력 설계사 영입을 위한 정착지원금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 정착지원금으로 설계사에게 1억~2억원을 지급했던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죠.
이에 GA 업계에선 자정을 위해 GA협회 차원에서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을 만들고 분기별 정착지원급 지급 현황을 공시하고 있는데요. 공시 도입 초기에는 정착지원금이 감소하며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착지원금이 다시 크게 늘고 있는데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GA가 지급한 정착지원금은 1003억원으로 직전분기(838억원)보다 19.7% 늘었습니다.
이처럼 정착지원금이 늘어날수록 부당승환 등을 양산할 가능성이 큰데요. 금감원이 최근 2년내 7개 대형 GA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정착지원금과 부당승환 관련 사안을 검사한 결과, 총 408명의 설계사가 2984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6개월 이내 소멸된 기존계약과 신계약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를 통해 3583건의 기존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설계사들은 본인이 직접 모집했던 보험계약을 해지시키고 보장 내용 등이 비슷한 새로운 보험계약을 가입시켰다"며 "본인이 직접 모집해 기존 계약 존재 여부와 상품 내용을 잘 알고 있음에도 기존 계악과 신계약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고 보험 갈아타기를 유도해 보험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당승환 피해' 막을 방법은
부당승환으로 인해 보험 소비자들은 기존 보험계약 해약으로 납입보험료보다 적은 해약환급금 수령, 연령 증가에 따른 신계약 보험료 상승, 신계약 체결로 면책기간 재산정에 따른 보장 단절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금감원은 설계사 정착지원금 확대가 부당승환을 늘리는 원인인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GA의 분기별 정착지원금 지급액과 주요 관리지표에 대한 상시감시를 지속하고, 과도한 정착지원금 지급으로 부당승환 등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하는 GA에 대해선 신속히 현장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인데요.
부당승환에 대해선 법상 최고 한도의 제재를 부과하는 등 관용 없이 엄정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입니다.
제도적 개선도 필요한데요. 국회입법조사처는 기존 보험계약 부활 대상 확대를 제안했습니다. 현재 기존 보험계약 소멸 후 6개월 이내에 기존 보험계약 부활과 승환계약 취소를 요구할 수 있고 보험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승낙해야 합니다.
다만 기존 보험계약과 신계약이 같은 보험사여야 하는데요. 지난해부터 다른 보험사에 이미 가입한 유사계약 정보도 확인할 수 있어 동일한 보험사 여부에 상관없이 기존 보험계약 부활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입니다.
부당승환을 막으려면 보험 계약 당사자인 소비자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신계약 가입 시 보험료 총액이 상승하지 않는지, 신계약 청약 시 가입이 거절될 질병특약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요. 예정이율이 낮아지지 않는지 등도 살펴봐야 합니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높아지는 까닭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보험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있어야 부당승환으로 피해를 입지 않을텐데요. 보험판매 영업 현장에선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보험료, 보장 범위 등에 관심이 없는 가입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예전에 부모님이 가입해 보험료를 내주셨던 상품을 이어받은 경우도 있을텐데요. 이 경우 최근 상품보다 이전에 가입한 상품 보장이 더 좋을 수 있어 갈아타기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오래 전 가입한 보험은 이자율이나 보장 범위 등에서 요새 나온 상품보다 좋을 수 있다"며 "보험료가 더 낮거나 신규 보장 등에 혹해서 갈아타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