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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기업에 대출 불이익…난감해진 은행권, 왜?

  • 2025.08.19(화) 17:25

건설·조선·제조업, 자금 조달 어려울 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절반이 중소건설업
이재명 정부 '생산적 금융'과 충돌 여지

정부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기업대출을 제한하는 금융 제재 방안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금융 확산'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지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되레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당국은 '중대재해 관련 금융부문 대응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과 대출 심사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본격 반영할 방침을 세웠다.▷관련기사 : 중대재해 기업, 금리·한도 리스크 커진다(2025.08.19)

/표=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권 여신심사에 중대재해 리스크를 적시에, 적절히, 확대 반영하겠다"며 "중대재해 발생이 대출 규모와 금리, 만기 연장 등 여신상의 불이익이 되도록 금융권 심사 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대재해 예방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잘하는 기업에는 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금융당국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중대재해 리스크를 평가요소로 명시하는 데 대해서는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당근책도 제시됐지만, 현실적으로는 규제 강화 쪽에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대재해를 여신심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건 기업의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금융권 입장에서도 잠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도 "재무 여건이 양호하더라도 중대재해 이력으로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기업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미 여신 심사 과정에서 평판 리스크를 포함해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은행업감독규정상 여신운용 원칙에 따라 차주의 재무상태와 채무상환능력뿐 아니라 리스크 특성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신용상태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과정에서 ESG 경영이나 법규 준수 여부도 반영되고 있어 중대재해 리스크를 별도 항목으로 명시하는 것은 중복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을 흘려보내야 하는데 추가 규제가 중소기업 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다.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건설업, 조선업, 제조업의 자금 조달이 한층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3월까지 법원이 선고한 판결 37건 가운데 유죄 선고가 33건으로 89%를 차지했다. 유죄 판결 중소 건설사 비율이 45.5%로 절반에 육박했다. 

B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라 대출 제한 같은 강력한 제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중대재해의 정의와 적용 기준이 여전히 모호한 만큼, 결국 정부와 당국의 최종 판단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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