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 결정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해외 의결권 자문사가 회장 연임 키(key)를 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관련기사 : '뭣이 달라졌기에' ISS 4대 금융지주 주총안 찬성 일색(3월16일)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결권 행사 플랫폼' 내에서 '자동 보팅(권고대로 의결권 행사)' 기능이 있어 이들 권고가 외국인 투자자 의결권 행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50~80%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문사의 결정이 사실상 주총의 주요 안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특별결의처럼 높은 찬성률이 필요한 사안일수록 이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막고 실질적 주인인 주주의 의사를 반영하겠다는 당국의 취지가 글로벌 자본의 대리인인 의결권 자문사에 의해 좌우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천 개 안건 다 못 봐…권고대로 '자동 보팅'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수천 개에 달하는 투자기업의 주총 안건을 일일이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어 대부분 ISS와 같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에 의존하고 있다.
ISS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시장의 70%를 나머지 30%를 글래스 루이스가 양분하는 상황이다. 특히 ISS의 경우 자체 의결권 행사 플랫폼 내에 기업의 주총 안건 관련 의결권 권고 사항을 올리면, 운용사나 기관투자자의 별도 지시가 없을 경우 ISS 권고대로 자동으로 의결권이 행사되는 '자동 보팅' 시스템이 있다.
글래스 루이스의 플랫폼 역시 미리 설정해 둔 정책에 따라 자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별도로 설정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한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대로 대부분 자동 보팅(의결권이 행사)된다"면서 "의결권 자문사들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대표도 "ISS, 글래스 루이스의 찬성 권고에 외국인 투자자 97~98%가 의견을 따르는 편"이라며 이라고 말했다.
영향력 커지는 글로벌 자문사…지주 회장도 좌지우지?
특별결의 도입 등이 이 같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76.62%(16일 기준)로 80%에 달한다. 하나금융은 67.60%, 신한지주 61.82%, 우리금융 47.09% 순으로 높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평균 지분율은 63%를 넘어선다.
의결권 자문사 권고에 따라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자가 '찬성'이나 '반대'에 표를 던질 경우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에서도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총에서 주주의 의견을 따르는 것은 맞지만,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지적한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연임 문제의 결정권 역시 사실상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쥐게 된 셈"이라며 "외국인 주주를 컨트롤하기는 어려운 만큼 당국의 금융지주 장악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는 영향력 줄이려 노력하는데…
해외에서도 이 같은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이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견제와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 자산운용 부문은 올해 미국 기업의 주총 의결권 행사에 ISS 등 외부 자문사의 권고안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자체 연구조직과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통해 안건을 자체 분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4대 은행 중 한 곳인 웰스파고 역시 올해 ISS와의 자문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의결권 자문사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시·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들의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경쟁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에 조사를 맡기는 등 의결권 자문사들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들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노력이 늘고 있는 반면, 국내는 거꾸로 가는 상황"이라며 "ISS 권고와 반대되는 투표를 하려면 ISS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근거를 별도로 찾거나 설득해야 하는데 그에 맞는 근거를 찾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ISS 역시 성과나 주가 등 상황을 기반으로 주총 안건이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가를 따질 수밖에 없어 수많은 기업의 주총 안건을 세세히 살피기는 어렵다"면서 "사실상 국내 사정을 자세히 모르는 외국계 자문사에 금융사 지배구조 향방을 내맡기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