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으로 높아진 은행권의 '자본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자본규제를 완화해 여유 자금을 확보하도록 돕고, 이 돈을 중동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우선 당국 승인을 받은 경우 일회성 금융사고로 '위험가중자산(RWA)'을 불리던 손실자금을 제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환율이 급등락할 때마다 변동성이 큰 자본비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해외 장기 투자지분이나 해외점포 이익잉여금도 리스크 산출 대상에서 뺄 방침이다.
5대 금융지주가 향후 5년간 생산적금융에 약 500조원을 투입하는 것에 더해 추가적인 자금 지원 버퍼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은행에서만 약 74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자금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위험계수 완화 등을 추진하는 보험권까지 합하면 총 98조7000억원의 자금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금융당국, 보험사 자본부담 완화…주담대 조이고 AI·인프라 푼다
손실사건 RWA서 제외…조건 엄격, ELS는 해당 안돼
1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생산적 금융을 위한 은행권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추진한 비상장주식 적용 위험가중치(RW) 하향, 정책 목적 주식·펀드 RW 100% 적용 특례, 주식담보대출 RW 상향, 시장리스크에서 해외점포 출자금 제외 등에 더한 추가 조치다.
당국은 앞선 개선조치로 국내은행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최대 0.232%포인트 상승했다고 봤다. 여기에 재발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손실사건을 운용리스크에 배제할 경우 한 금융지주에서만 최대 0.26%포인트 CET1비율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런 손실사건 배제는 해외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데다, 자주 이뤄지면 건전성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만큼 엄격한 조건과 심사원칙을 두기로 했다.
내부통제개선, 제도개선 등 재발방지 대책이 충분히 이뤄진 국내 손실사건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은행의 연평균 손실금액의 5% 이상, 최소 3년 이상 운영리스크를 인식한 사건 등 정량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상품판매 중단 등 해당 사업 폐지나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운영하는지 등 정성적 요건도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국 제재 등에 대항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등 잔여 법률리스크가 존재하는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은행의 손실 흡수능력을 나타내는 핵심 건전성 지표인 CET1은 자본금, 이익잉여금 등 은행의 핵심자본(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운용·신용·시장리스크, RWA)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해 계산한다. 자본력(분자)이 높을수록, 위험자산(분모)이 적을수록 비율이 상승하며, 안정성이 높고 주주환원 등 여력이 많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배임, IT 전산장애 사고 등을 일으킨 A은행의 연평균 손실금액이 5000억원일 때, 3년 전에 발생한 불완전판매 사건 손실액이 250억원이라면 해당 사고는 정량적 조건을 갖춘 것이다. 이는 RWA에는 약 7배인 1750억원으로 늘어 반영되는데, 이후 10년간 계속 반영돼 은행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만약 이 사고가 정량·정성조건을 다 갖추고, 해당사건의 보상이 마무리 돼 소송 등도 종료된 경우 A 은행이 당국 승인을 받으면 RWA에 7년간 더 반영돼야 할 1750억원을 제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으로 대규모 손실사건이 증가해 은행들의 운영리스크가 커진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부담을 낮출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장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이달 중으로 운영리스크 손실사건 배제 신청을 받고 승인할 예정"이라며 "손실배제 승인은 자주 일어나선 안 되며 법적 실질·재발방지 대책을 종합 감안해 엄격히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ELS 불완전판매 손실사건 등의 경우 아직 제재심결과 등 손실 규모 확정이 안 됐고, 3년간 운용리스크 반영이란 정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심사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대신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펀드 사태 등이 해당할 전망이다.
환율 등락 영향 낮추고, 내부모형도 인정
환율 등락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자본비율 안정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2024년 말 계엄사태로 환율이 급증하자 지난해 은행의 해외점포 출자금을 '구조적 외환 포지션'으로 승인해 시장리스크 산출에서 제외토록 했다. 구조적 외환 포지션은 단기 매매가 아닌 비거래 목적이며, 환율 변동에 따른 자본비율 변동성 축소를 위해 의도적으로 헤지하지 않은 포지션을 말한다.
정부는 출자금에 더해 해외진출 목적의 장기 지분투자 전체와 해외점포의 이익잉여금(배당·회수 등이 제한될 경우로 한정) 일부도 구조적 외환포지션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경우 일부 은행지주의 경우 CET1비율이 최대 0.12%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감독당국(표준방법)이 정하는 위험가중치 대신 각 은행의 자체 손실경험(신용평가모형, 부도율, 손실률 등)을 반영해 추정한 RW를 적용하는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도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내부등급법은 통상 표준방법보다 위험가중치가 낮아 자본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밀한 데이터 검증 등 검토사항이 많아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이다. 당국은 은행의 신용평가모형이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기업선별능력 제고 등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중점사항 위주 점검, 일괄심사 등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자본규제 개선 등으로 늘어난 자금공급 여력을 생산적 부문에 충분히 공급하는지를 적극 모니터링하고, 주택담보대출 자본규제 개선,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시기 등도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