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오랜기간 이어온 현대·기아차 독주체제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가 수입차에 밀리는 사이 경쟁자들이 절치부심한 결과다. 수입차가 견고했던 시장에 틈새를 열었고 그 틈을 경쟁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물론 여전히 현대·기아차의 시장 지배력은 유효하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공세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시장 판도 변화의 기로에 선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황과 현대·기아차에 도전장을 내민 경쟁업체들의 전략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르노삼성의 전략은 치밀하다. QM3로 가능성을 봤다면 SM6로는 시장 확대를 노린다. 시장이 확대되면 이후에는 다양한 세그먼트에 신차를 내놓는 전략이다. 이미 디자인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각 세그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현대·기아차와의 전면전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 천당에서 지옥까지
르노삼성이 최고의 성공가도를 달렸던 때는 2000년대 초중반이다. 그 중심에는 SM5가 있었다. SM5는 당시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현대차 쏘나타를 위협했던 유일한 모델이다. 2002년에는 한해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SM5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쏘나타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대거 SM5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상황과 비슷하다. 현대·기아차 중심의 내수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당시에도 현대차는 SM5의 인기몰이에 크게 긴장했다. SM5에 대항하기 위해 쏘나타 신형 모델들을 내놓으며 시장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SM5는 인기였다.

SM5의 인기에 힘입어 르노삼성의 국내 시장 입지도 크게 강화됐다. SM5의 성공으로 크게 고무된 르노삼성은 SUV 모델인 QM5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르노삼성의 이런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했다. 'SM5 효과'는 컸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현대·기아차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다양한 세그먼트에 신차들을 선보이며 르노삼성을 압박했다.
르노삼성의 가장 큰 약점은 모델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본사인 르노에서 신차를 들여와야 했다. 당시만해도 르노의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중요한 시장이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신차 공급에서 늘 후순위였다. 그 탓에 르노삼성은 적기에 경쟁력있는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구형 모델로 현대·기아차의 신형 모델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델 노후화는 최근까지 르노삼성을 괴롭힌 악재였다.

신차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소비자들의 관심도 떨어졌다. 판매도 줄었다. 한때 15만대를 넘어섰던 르노삼성의 연간 내수 판매량은 2013년 5만9630대까지 무너졌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내수 판매량이 가장 부진했다. 판매량이 격감하자 르노 본사의 한국 시장에 대해 관심도 줄었다. 신차 투입은 생각지도 않았다. 르노삼성은 기존 모델을 소폭 개선한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시장 점유율도 급격히 하락했다. 2010년 10.6%를 기록했던 것을 정점으로 르노삼성의 내수 시장 점유율을 계속 하락했다. 2012년에는 급기야 4.7%까지 떨어졌다. 내수 시장에서 르노삼성은 거의 존재감이 없는 수준까지 무너진 셈이다. SM5의 성공으로 천당을 다녀왔던 르노삼성은 모델 노후화에 다시 지옥까지 떨어지는, 극단을 경험했다.
◇ QM3로 열고 SM6로 다진다
2013년 르노삼성은 모험을 시작했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에 르노삼성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볼륨 모델로 승부수를 던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르노 본사에도 볼륨 모델의 신차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소형 SUV 'QM3'다. 르노삼성이 모험의 시작으로 QM3를 선택한데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가능성을 보고 싶었다. 국내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 지를 봐야 했다. SM5 이후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만큼 내수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브랜드 파워는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소비자들이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을 경우 선택해줄 지를 가늠할 모델이 필요했다. 볼륨 모델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선을 끌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다.
또 내부의 시장 분석 결과 소형 SUV라면 한 번 해볼만 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마침 레저붐이 불고 있는데다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르노삼성이 QM3를 선택한 데에는 이런 이유들이 있었다. 르노삼성은 절박했다. 사력을 다해 르노본사를 설득했고 2013년 12월 국내 시장에 QM3를 론칭했다. 그리고 큰 성공을 거뒀다. QM3는 당시 무주공산이었던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장악했다.

QM3의 성공 덕에 르노삼성은 2014년과 2015년 내수 판매량을 8만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시장에 르노삼성의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시킨 것은 물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QM3는 르노삼성을 지옥에서 끌어올려 준 '동아줄'이었다.
르노삼성은 다음 단계를 모색했다. QM3로 자신감을 얻은 만큼 이번에는 볼륨 시장인 중형차 시장에 도전했다. 소형 SUV 시장은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영향력이 작은 영역이었던 만큼 초기 시장 진입과 확대가 쉬웠다. 하지만 중형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그런만큼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경쟁력과 차별성을 동시에 갖춘 모델이 필요했다.
르노삼성은 르노의 중형세단 '탈리스만'에 주목했다. 디자인과 성능면에서 현대·기아차에 도전장을 내밀만한 모델로 판단했다. 가격도 30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책정했다.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현대·기아차와는 달라야 했다. 지난 3월 르노삼성은 '탈리스만'을 'SM6'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그리고 출시 4개월만에 총 2만7211대를 판매했다. SM6 인기몰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 이제 시작일 뿐
르노삼성의 시선은 이제 SUV로 향하고 있다. QM3와 SM6의 성공에 따라 영역을 더욱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과제도 있다. QM3와 SM6의 판매량이 꾸준히 받쳐줘야 가능하다. QM3의 경우 조금씩 판매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6073대로 전년대비 40.2% 감소했다. SM6도 아직 출시 초기여서 판매량이 안정적이지는 않다. 이들 모델의 판매가 안정화돼야만 도약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 르노삼성이 적극적으로 신차 출시에 나서는 것은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워낙 오랜 시간동안 판매부진의 터널안에 놓여있었던 만큼 현재 시장의 균열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SUV다. 현재 국내 SUV 시장은 가장 뜨거운 시장이다. 최근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도 지난 상반기 RV판매는 전년대비 7.2% 늘었다. 기아차는 23.5%나 증가했다.

| ▲ 르노삼성이 하반기 출시 예정인 SUV 'QM6'. 르노삼성은 QM3와 SM6의 성공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이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신차를 투입해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겠다는 생각이다. |
르노삼성이 하반기 출시를 준비중인 모델은 'QM6'다. 르노의 신형 '꼴레오스'를 국내에 'QM6'로 선보일 예정이다. 디자인은 SM6와 거의 동일하다. 르노삼성은 SM6 디자인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은 만큼 QM6도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르노삼성만의 '패밀리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QM6는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SUV 시장도 경쟁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QM6도 현대·기아차와 차별점을 강조하고 SM6의 인기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만일 QM6도 성공을 거둔다면 르노삼성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강력한 플레이어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는 SM6와 QM6에 집중할 예정이지만 르노삼성은 장기적으로 라인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모델 노후화와 라인업 부족으로 시장을 내줬던 만큼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재 르노삼성은 내부적으로 르노의 다목적 CUV '에스파스'와 준중형 세단 '메간', 소형차 '클리오'의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