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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콘텐츠 투자' 내건 CJ ENM, IPTV 업계엔 작심비판

  • 2021.05.31(월) 17:35

CJ ENM 강호성 대표, IPTV에 '작심발언'
"수신료보다 협찬 의존하는 문제적 상황
디즈니 등 글로벌 OTT 하도급 전락 우려"

"영세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사실 프로그램 공급자(PP)들에게 수입의 절반 이상을 지급하는데 유료방송 시장의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TV(IPTV)사들은 그러한 면에서 인색하다. SO들조차 전향적인 태도인데 IPTV는 그렇지 못하다"

강호성 CJ ENM 대표가 31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전략 간담회에서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IPTV 업계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강 대표는 지금의 콘텐츠 시장이 "주 수입원인 수신료보다 협찬 수입에 의존하는 아주 문제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IPTV 업계가 콘텐츠 사용료 지급에 인색하게 군다고 지적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 /사진=CJ ENM 제공

강 대표는 향후 5년간 티빙과 tvN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용을 포함해 총 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IPTV 업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CJ ENM은 IPTV 운영사에 프로그램 사용료 25% 인상을 요구했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IPTV 운영 3사는 이러한 CJ ENM의 요구가 '미디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행위'라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강 대표는 미국 등 콘텐츠 강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우리나라의 콘텐츠 제작 환경을 사례로 들며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IPTV사에 콘텐츠 공급을 하고 제작비의 3분의 1을 수신료로 받는 반면 미국에선 제작비 100% 이상을 수신료로 채운다"라며 "우리나라에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지 못해 제품협찬(PPL) 같은 부가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얼마 전 넷플릭스 방영 콘텐츠이자 CJ ENM의 최대 히트 드라마인 '빈센조'가 중국 비빔밥 제품을 PPL로 노출했다가 대중들에게 '뭇매'를 맞은 것도 국내의 특수한 제작 환경에서 비롯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국내 콘텐츠 유통·분배 시장이 선진화되지 않는다면 향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공룡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예속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OTT 의뢰로 콘텐츠를 제작하면 제작비를 110~120% 받는 반면 지적재산권(IP)을 OTT에 넘겨줘야 한다"라며 "CJ ENM 같은 콘텐츠 회사도 이들에게 하도급자에 불과한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상태라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변모하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콘텐츠 제작 시장에 만연한 '선공급 후계약' 관행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예를 들어 국내 콘텐츠 업체가 2020년에 드라마를 제작해 OTT 업체에 공급하면 이듬해에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그해 말이 돼서야 제작비를 받는다. 

강 대표는 "제작사는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선계약 후공급은 콘텐츠 업계의 기본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빠르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대표는 "K-콘텐츠의 글로벌 시대가 온 것은 유통 구조가 선진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 콘텐츠가 수준 높기 때문"이라며 "제작비의 분배 구조가 조금이라도 선진화돼야 콘텐츠 시장 전체가 활성화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CJ ENM은 향후 5년간 약 5조원의 콘텐츠 제작비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제작 예산은 8000억원으로 이중 절반이 드라마 제작에 투입된다. 나머지는 예능과 영화 등 제작에 사용된다. 이 금액은 티빙과 tvN 오리지널 콘텐츠 모두를 포함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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