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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임상 1·2상인데"…갈 길 먼 '코로나19 K백신'

  • 2021.06.18(금) 09:39

5개 제약사 대부분 임상 1~2상 단계
현실적인 정부 지원 필요하다는 지적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문재인 대통령이 3분기부터 성공 가능성이 높은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선구매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산 백신의 '장밋빛 전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산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 5곳 모두 임상 1~2상 단계에 머무르는 등 국산 백신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섣부른 기대보다는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죽음의 계곡, 임상 3상

문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백신 주권은 반드시 확보할 것"이라며 "3분기부터 임상 3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선구매하는 등 국내 백신 개발 지원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 중 코로나 백신 임상승인을 받은 기업은 총 8곳이다. 이 중 상장기업인 5곳의 주가가 문 대통령의 발언과 동시에 상승세를 탔다. 5개 제약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이다. 오는 7월 중 임상 3상에 들어갈 유력한 제약사로 꼽히는 셀리드의 주가는 문 대통령의 발표 다음날 전일 대비 24% 이상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는 대부분 임상 1~2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백신 개발의 성공 여부는 임상 3상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신은 치료제와 달리 접종 직후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임상 1~2상도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백신을 포함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크게 3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임상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의 부작용을 확인하는 단계다. 이후 임상 2상에서는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적정 투여량 범위나 용법을 평가한다. 임상 3상은 가장 중요한 단계다. 수백명 이상 대규모 환자를 통해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검증한다. 임상 3상이 이뤄져야 각국 의약품 규제기관에 판매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임상 3상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통과가 어려운 임상 3상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임상시험의 성공은 임상시험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는지 여부로 판단한다"며 "임상 3상 시험이 시작돼야 성공 여부를 따질 수 있다"고 말했다.

'K백신'의 현주소는

현재까지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사 중 임상 3상에 진입한 곳은 없다. 셀리드는 지난 4월 말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하고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셀리드는 임상 1상의 대상이었던 성인 30명 전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생겼다고 밝혔다. 제넥신은 이달 초 성인 21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한 결과 면역원성을 확인할 수 있는 스파이크 및 RBD 단백질 결합 항체가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3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임상 2상은 10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앞선 임상 1상에서는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중화항체 형성, 면역반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은 임상 1상 투약을 마쳤으나 결과는 분석 중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임상 결과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아직 백신 개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임상시험에서 증가한 항체양을 밝힌 제약사는 제넥신 한 곳에 불과하다. 임상 결과를 발표한 유바이오로직스와 셀리드는 모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를 비롯한 모든 국민이 국산 백신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연구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백신 관련 정부의 발언이나 기업의 연구 성과 발표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인다. 따라서 주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임상시험 결과를 낱낱이 공개할 의무는 없지만 투자적인 관점에서 데이터 공개는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제약 기업 화이자와 모더나는 모두 임상 단계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했다. 화이자는 지난해 임상 1·2상 결과를 공개하면서 "중화항체 양이 코로나19 완치자보다 최대 4.6배까지 많았다"고 밝혔다. 모더나도 2차례 백신 접종 항바이러스 효과가 4배 높아지고 임상 3상에서 94.1%의 예방효과를 보이는 등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현실적인 정부 지원도 필요

과도한 기대감으로 백신 개발을 독촉하기보다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지원 규모를 늘리거나 의약품 인허가에 드는 기간을 줄여주는 등의 정책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1년 만에 백신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덕분"이라며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백신 개발을 위해 12조원 가까이 투입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백신 접종 속도가 높아지면서 임상시험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하기 힘든 탓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기존 백신과 비교해 효능이 뒤떨어지지 않음을 비교하는 '비교임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표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제약사마다 백신 플랫폼이 다르고 아직 임상 1~2상 단계에 있는 만큼 국내 제약사들은 비교임상과 관련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 백신은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도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분야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제약사의 역량,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제약사들이 임상 진행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임상 참여자 모집을 장려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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